다시마·가쓰오부시 국물에, 해산물·채소 아낌없이 넣어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우랑의 우랑나베.
“맛있는 이자카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았는데,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는 우랑나베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원한 국물에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긴다. 우랑나베와 같이 마시기 좋은 사케로 ‘겐비시’를 추천한다.”
이희종,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지배인 겸 사케 소믈리에
우랑에는 총 7가지 나베 메뉴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우랑나베.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다. 갑오징어, 대하, 키조개관자는 기본 재료. 여기에 그날 새벽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 3~4가지를 골라 더한다. 종이나베에 살아 꿈틀거리는 해산물과 각종 채소가 다시마·가쓰오부시를 우려낸 육수에 담겨 나온다. 이것을 탁자 위에서 인덕션레인지에 끓여 먹는다. 이근수(34) 사장은 “일본인들은 국물보다 건더기를 더 즐기는 편”이라며 “그래서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는 나베 요리의 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에는 심심할 수 있다”고 한다. 맛이 심심하다고 느끼는 이를 위해 유자 폰즈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국물에 소스를 살짝 가미하니 해산물의 향과 맛이 살면서 간이 맞고 풍미가 더해진다. 국물을 마시고 난 뒤에도 상큼한 유자의 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남는다. 40여 종의 사케와 10여 종의 일본 소주가 구비되어 있다. 우랑나베 4만원(중)·5만 5000원(대), 죽·기네우치 추가 각 5000원. 청담동 프리마호텔 뒤편. 02-3445-4005.
나가사키 해물탕┃이태원 문타로
볶은 숙주나물·홍합·삼겹살 … 담백한 돼지사골육수와 만나
문타로의 나가사키 해물탕은 하나 시켜 둘이 먹기에 충분하다.
“예약 없이 가면 기본 20~30분은 기다려야 하는 문타로. 그런데도 문타로를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나가사키 짬뽕 때문이다. 담백하고도 개운한 국물. 여기에 씁쓸하면서도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아사히 생맥주 한 잔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백승관, ‘맨즈헬스’ 편집장
2004년 개업 당시 ‘일본식 숯불꼬치구이집’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그래서 메뉴판의 가장 위에도 10여 가지 꼬치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한데 손님들의 주문은 거의 뽀얀 국물의 나가사키 해물탕이다. 숨은 메뉴였던 나가사키 해물탕이 메인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당시 일본 음식 붐이 일면서 일명 ‘하얀 짬뽕’, 나가사키 짬뽕이 핫 메뉴로 떠올랐다. 그 맛을 보러 이곳으로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풋고추를 썰어 넣은 돼지 사골 육수는 일본 본토의 맛보다 느끼함이 덜하고, 고온에서 볶아낸 숙주나물과 홍합, 삼겹살은 불 맛이 살아 있다. 국물 리필이 안 되는 게 흠이라면 흠. 문타로는 1층과 지하 모두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다. 1층 주방은 꼬치구이를, 지하 주방은 나가사키 해물탕을 비롯한 국물 요리를 전담한다. 주문한 나가사키 해물탕의 전 조리 과정을 보고 싶다면 지하에 앉는 게 좋다. 나가사키 해물탕 1만 5000원(면 추가 3000원).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 02-796-7232.
곰탕┃명동 하동관
한우 사골·내장 뭉근히 끓여, 기름기 걷어내면 천하의 진국
양포가 추가로 올려지는 하동관의 특곰탕.
“직업상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 밤샘 음주도 그중 하나. 날이 밝고, 음주 혹은 작업을 정리해야 할 때 하동관을 찾아 곰탕과 ‘냉수’를 시킨다. ‘냉수’는 소주를 글라스에 담은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주를 마시는 호방한 음주에 어울리는 진한 곰탕 국물.”
조원희, 영화감독
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동관. 묵직한 놋그릇에 가득 담긴 곰탕에는 깊은 세월의 맛이 녹아 있다. 60년 넘게 한 집에서 들여오는 한우 암소고기가 첫 번째 비법이다. 두 번째는 탕을 끓이는 법. 한우 암소의 사골과 양지, 곱창, 대창, 양포(소의 위주머니), 곤자소니(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 많은 부분)를 큰 솥에 넣고 끓인다. 양지와 양포를 먼저 건져낸 뒤, 서너 시간 뭉근히 끓여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다. 이 맑은 탕에 밥을 말고 양지 수육을 얹어낸다. 특곰탕에는 양포가 추가로 올려진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맛보기’를 시키면 밥은 적게 넣어주는 대신 고기를 더 얹어준다. 하동관의 문 여는 시간은 오전 7시지만 문 닫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 대략 오후 4시 전후에 장사를 마치는데 그날 들여온 재료만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점심식사 중 반주를 즐기는 손님들을 위해 소주를 유리잔에 담은 ‘냉수’를 판다. 분점이라고 내건 집이나 인터넷상에서 판매되는 하동관 곰탕은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곰탕 1만원·1만 2000원(특), 냉수 1500원. 명동 외환은행 본점 뒤편. 02-776-5656.
어묵 국물┃신사동 정든집
국물 맛 내는 재료 26가지 … 매콤하면서 깔끔한 뒷맛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정든집의 어묵 국물.
“서너 명의 ‘절친’과 한잔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곳이다. 통 속의 꼬치 어묵을 모두 섭렵했다면 따로 주문해야 하는 유부주머니를 맛보시라. 주머니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뎅 국물과 고소하게 씹히는 유부, 당면 맛이 일품.” 김형석, 디지털광고대행사
디지털오션 광고기획본부 차장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었다. 바에 앉자마자 따끈한 어묵 국물을 한 국자 떠 마신다. 국물 한 모금에 온몸이 짜르르 녹아나는 기분이다. “어묵 국물 하면 쉽게 생각하시죠? 하지만 국물에 들어가는 재료만 26가지에 이른답니다.” 정재용(31) 사장은 매일 정성스레 400L의 국물을 끓인다. 일본식에 비해 맑고 깔끔하며 뒷맛이 매콤한 한국식이다. 이 국물을 영업 시작 30분 전인 저녁 6시에 바의 스테인리스 사각 통에 어묵과 함께 넣고 약한 불로 다시 끓인다. 정씨에 따르면 어묵 맛이 살짝 우러나는 저녁 8~9시에 국물이 가장 맛있다고. 사각 통에는 치즈·만두·야채·버섯 등 9가지 종류의 어묵이 담겨 있다. 꼬치 끝에 맛별로 색깔 표시를 해놔 골라 먹기 편하다. 정든집의 손님 입장 마감시간은 새벽 2시. 하지만 문 닫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손님들의 술자리가 아침까지 이어져도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부산 꼬치 어묵 1300원, 유부주머니 1500원, 냉·온 정종 4000원. 신사동 가로수길 제이타워 뒤편. 02-3443-1952.
순댓국┃양재동 한국순대
푹 우려낸 한우사골국물 속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순대
한국순대의 담백한 순댓국.
“해장하러 갔다가 구수한 국물 맛에 해장술 마시고 더 취하게 된다. 언젠가 친구와 점심으로 순댓국을 먹으러 갔다가 낮술이 시작됐다. 국물과 소주가 화학작용을 일으키더니 금세 소주 8병을 비우고 말았다. 알코올 홀릭은 대낮에 이 집에 가면 위험하다.”
정기영, ‘비욘드’ 편집장
순댓국 매니어인 박정호(33)씨. 끼니 해결은 물론 술안주로도 순댓국을 제일 먼저 찾았다. 그런데 박씨가 그리는 완벽한 순댓국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물이 진하다 싶으면 사다 쓴 티가 역력한 순대는 질기고 퍽퍽했으며, 순대가 맛있다 싶으면 국물에서 누린내가 났다. 그래서 직접 순댓국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그가 탄생시킨 것은 한우 사골 육수에 돼지고기 순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맛을 목표로 했다. 육수는 한우 사골을 12시간 우려낸 국물을 쓰고, 가게 지하에 마련된 공장에서 직접 만드는 순대에는 다진 돼지고기를 듬뿍 넣는다. 돼지피를 소로 쓴 선지순대나 찹쌀순대보다 고소하면서 촉촉하다. 터지지도 않고 속이 탱탱하게 꼭 찼다. 안주용으로 파는 술국은 순댓국의 2.5인분 정도다. 순댓국과 술국 모두 취향에 따라 순대, 머리고기 중 원하는 것을 넣어 달라고 주문할 수 있으며 국물은 무한 리필된다. 24시간 영업. 순댓국 6000원, 술국 1만 2000원. 양재동 일동제약사거리. 02-573-3550.
만두전골┃내수동 평안도만두집
육수 붓고 양념장은 안 넣어 … 재료 본연의 맛 살린 만두전골
10가지 재료의 절묘한 조화, 평안도만두집의 만두전골.
“찬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이 집의 만두전골이 생각난다. 왕만두와 다양한 전, 각종 채소, 버섯, 고기가 듬뿍 들어간 푸짐한 만두전골. 계속 끓여도 텁텁해지지 않는 시원하고 깊은 맛의 국물에서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식사와 음주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차유진, 요리연구가 겸 요리작가
이 집 만두전골은 신선로라 불리기도 한다. 가운데의 왕만두를 중심으로 색색의 재료를 돌려가며 얹은 모양새부터 그렇다. 김명원(60) 사장 부부는 매일 아침 만두 700개를 직접 빚는다. 평안도 출신인 김씨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만들어 먹던 그 만두 그대로다. 만두 속은 두부·김치·돼지고기·숙주나물에 기본양념만 살짝 더한다. 만두전골에는 총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필수 재료인 왕만두·배추·쑥갓·대파·팽이버섯에 떡국떡, 생선전, 녹두전, 양념한 양지머리 고기, 스지(소의 힘줄과 그 주위의 근육부위)를 더한다. 양지머리를 3시간 푹 고은 육수를 붓고 양념장은 넣지 않는다. 그렇게 끓인 국물에는 재료의 영양과 맛이 푹 녹아 있다. 김씨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담백하게 끓인다”며 “만두전골을 안주로 술을 먹으면 다음 날 탈도 안 나고 속이 편하다고들 하더라”고 자랑한다. 2만5000원, 3만 5000원 두 가지가 있다. 2만5000원짜리 하나면 여자 셋이서 먹기 충분하다. 국물은 무한 리필. 내수동 대우빌딩 지하 1층. 02-723-6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