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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진신을 친견한 회정대사 2
회정은
해명방에 대해 공포심이 생겨
얼떨떨해 있는데
그 때 해명방이
나무를 태산같이 짊어지고
사립문 안으로 들어왔다.
키가 구척이나 되고
얼굴은 험상궂어 사나와 보인다.
보덕각시와 회정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여도
해명방은 회정을 흘겨보고는
"너는 어떤 놈인데 규수만 혼자
있는 남의 집에 들어와 있는 거냐?"
하며 고함을 지르더니
작대기로 보기 좋게
회정의 정갱이를 후려 갈긴다.
회정은 보덕각시에게
들은 바가 있으므로
아픔을 꾹참고
"소승이 잘못하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놈, 용서고 뭐고 썩 나가거라.
보아하니 중놈 같은데
중놈이 남의 집안엘 함부로
들어오는 법이 어디 있더냐?"
노발대발하여 욕설을 퍼붓는다.
옆에 있던 보덕각시가
보다 못하여 말했다.
"아버지 !
그 스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제가 들어 오라고 했어요.
아버지를 찾아온 손님인데
어떻게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할 수가 있어요.?"
그래도
해명방은 회정을 홀겨보더니
"너는 어느절에 있는 중놈인데
나를 보려고 찾아왔느냐?"
"저는 금강산 장안사에 있는
송라암에서 천일기도를 마치고
관음진신을 친견하려고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이놈아,
다른 사람은 만일기도를 하여도
관음보살의 진신을 볼까 말까하는데
겨우 천일기도를 해가지고
관음진신을 보겠다고?
어서 돌아가서
만일기도라도 해가지고 오너라.
보기 싫으니 어서 나가거라."
해명방은 회정의 팔을 잡고
발길로 엉덩이를 찬다.
회정은 어떠한 핍박이라도
받을 결심을 하고는
문밖으로 내치면
기어 들어가곤 하며 애걸하였다.
"소승이
업장이 두텁고 죄가 많사오니
업장을 벗겨 주시고
죄를 녹여 주시옵소서."
"그놈이 끈기가 꽤 질긴 놈이구나.
네가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려면
저 보덕각시와 오늘 혼인을
해야 될 것이니 그렇게 하겠느냐 ?"
''소승이 불가한 비구의 몸인데
어찌 파계를 하고 장가를 들라
하십니까?"
"이놈아, 그렇다면
관음진신 친견은 다 틀렸다.
어서 내 집에서 썩 나가거라."
이때 회정이
보덕각시를 쳐다보니 눈짓을 하며
거역말고 순종을 하라는 표정이다.
회정은 이 몸이 있어야
관음진신이라도 친견하지
이 몸이 죽고나면 누가
관음진신을 친견할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해명방어른께 잘못하였습니다.
무슨 말씀이든지 다 복종하겠습니다."
회정은 말은 그렇게 하였으되
내가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일었다.
해명방은
그의 딸 보덕 각시에게
마당을 잘 쓸고 거적을 펴고
물 한동이만 갖다가 거적 가운데
놓으라고 한다.
보덕각시가 시키는 대로 하자
해명방은
회정과 보덕각시를 물동이를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서게
하고는
절을 아홉 번씩 하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밤 부터는 저 삼간초막집
맨 윗방에 들어가서
신방화촉의 절차를 치르라고 한다.
회정은 해명방의 압력에
억눌려 복종을 하기는 하나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내가 성인을 찾아온다는 것이
악마인 마귀의 굴로 찾아온 것만
같았다.
회정은
보덕각시가 지어주는 밥을 먹고
윗방에 들어가서
보덕각시를 보고
"이것이 어인 일이요?
내가 꿈을 꾸는 것만 같구려."
"나도 모르지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복종할 뿐이니까요."
회정은 자포자기에 떨어져서
만사가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
'이것도 모두 운명의 작희겠지.
또한 전생인연의 소치겠지.'
생각되어 신방에 들어가서
보덕각시와 한 이불 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보덕각시의 아래를 만져본즉
생식기가 제대로
생기지 못한 불구자였다.
겨우 소변만 볼수있는 그녀였다.
회정은
'이 여자가 병신이니까
나를 윽박질러서 장가를 들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겼다.
그리고 보덕각시가
측은하게 생각되었다.
하룻밤을 자고 날이 새니까
해명방은 조반을 먹고 자기를 따라
산으로 나무하러 가자고 했다.
회정은 아무말도 못하고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해왔다.
하루는
이 나무를 지고 장으로 가서
팔아가지고 좁쌀을 사오라고 한다.
이곳에서 인기가 있는
장터까지는 50리나 되는데도
회정은 아무말도 못하고
해명방이 시키는 대로 장에 가서
나무를 팔아다 좁쌀을 사왔다.
이렇게 이곳에서
회정은 매일같이 산에 가서
장작나무를 해가지고 와서는
그것을 도끼로 패서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장에가서 쌀을 사온다거나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으로
바꿔와야 했다.
회정은 이렇게 날마다
해명방을 따라 산에가 나무를
하면서도
"빙장어른 관음진신 친견은
언제나 하게 됩니까?"
하고 물으면
'' 여기서 한 십년은
살아야 뵈올지 말지이다.
딴 생각 말고 나와 같이
나무장사나 하고 살아가자."
하였다.
"그러한 성현을 친견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아느냐
어느날 회정은
더 이상은 참고 살 수가 없어.
"빙장님 ! 저는 오늘 고향엘 갔다
와야겠기에 길 떠나야 되겠습니다."
''왜 백년이나 살 것 같더니
별안간 떠난다고 하느냐?"
''저도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 생활이 너무나 울적하여
고향생각이 나서 가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보아라.
몰골옹인가 누구인가 하는 늙은이가
공연히 너에게 이 곳을 가르쳐 주어
네가 어수선하게 왔다갔다
하며 소란만 펴게 하였구나."
하며 몰골옹을 나무란다.
회정은 짐을 챙겨 들고는
"여보 보덕각시,
나는 오늘 떠나겠소."
"잘 가십시오.
먼 길에 몸 조심하셔요."
애처로운 표정 하나 없이
너무나 담담하게 말한다.
그러나 회정은 막상 떠나려고 하니
그녀의 아리따운 인물과 해박한 지식,
고상한 태도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 평생을 산골에서
자식 하나 없이 나무장사만 해먹다가
일생을 마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워져서 떠나려고 결심한 것이다.
''보덕각시! 또 생각이 나면 돌아오겠소.
그동안 아버님 모시고 잘 있어 주시오."
"내 격정은 하지말고 잘가세요.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좋으니까
세상으로 돌아가 참한 여자가 있거든
장가 들어서 유자생녀하고 잘 사세요."
보덕은 눈물 한 점 흘리지도 않는다.
회정은 참 이상한 여자도 다 있다.
내가
귀신에게 홀렸다가 가는 것인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회정은 이왕 밖으로 나가는 길이니
몰골옹 영감을 찾아보고
인사나 하고 가리라, 생각하고
재를 넘어
몰골옹 영감의 집을 찾아 갔더니
"그래,
해명방은 찾아보고 관음보살의
진신도 친견하였느냐 ?"
"해명방은 뵈었지만은
관음진신은 친견하지 못하고
갑니다."
"이 박복한 중아!
그 해명방이라는 이는 보현보살이요.
그의 딸이라고 하는
보덕각시가 관세음보살의 진신인데
그녀와 부부가 되어
47일이나 같이 한방에서
지내고 가면서도
관음진신을
못보고 간다고 하느냐,
이 못난 것아"
회정은 깜짝놀라
"그렇습니까?
그러면 할아버지는 누구십니까?"
''나는 너에게 길을
인도한 문수보살이지."
회정은 환희심을 내서
무수히 몰골옹에게 예배를 하고
다시 앞산을 넘어
보덕각시의 집을 찾아갔더니,
해명방도 보덕각시도
온데 간데가 없고 초가삼간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빨래를 빨던 개천과
나무 패던 마당만 있을 뿐이다.
"보덕각시! 보덕각시!"
소리쳐 불러 봤으나
물 흘러가는 소리와 바람소리뿐
보덕각시는 흔적이 없다.
'죄의 업장이 두터워
보현 관음의 두 성현을 한 달 이상이나
모시고 지나고도 그 정체를 몰랐구나.'
회정은
자기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산을 넘어 몰골옹 노인을 다시
찾아갔더니
몰골옹도 오두막집도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낮익은 검은 바위만 있을 뿐이다.
회정은
성현의 조화가 이런 것인가 하고
빈터를 향하여 절만 하였다.
다시 송라암으로 돌아와
백일 동안 관음기도를 시작하였다.
또다시
보덕각시를 만나보겠다는 일념으로.
회정이 정성을 다하여
백일기도를 마치는날 밤이었다.
법당에서 나와
뒷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전날과 같이 귀부인이 나타나
"이 천치야. 관음보살과
47일이나 동거하게 해 주었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뛰쳐나와서
또 만나게 해달라는 거냐.
내일 아침 만폭동으로 올라가면
관음보살의 진신인
보덕각시를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리 알아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회정은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만폭동으로 올라갔다.
멀리서 보니까
소복을 한 젊은 여자가 폭포가
흘러가는 바위 위에서 머리를 감아 빗고
앉아있지를 않은가?
가까이 가서 보니까
틀림없이 보덕각시다.
회정이 너무 반가워
"보덕각시 !" 하고
소리를 치며 손목을 잡으려 하니
사람은 온데 간데 없고
이상한 오색빛의 날개를 가진
새한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새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쫓아갔더니
이번엔 새도 온데 간데가 없고
폭포수가 흐르다가 고여있는
돌반석의 숲이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 보니까
보덕각시가 높은 언덕위에 서 있는
모습이 물속에 비추인다.
회정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까
그 언덕에 굴이 하나 있는데
보덕각시가 그 굴앞에
서서 올라오라고 손짓을한다.
회정이 기어 올라가니까
보덕각시가 방긋이 웃으며
"이 험한 곳을 올라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지난번 해명곡에서 나와
함께 47일이나 한 이불 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잠을 자고 지냈으니
그 인연은 백겁 천겁에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인연입니다.
그 때의 해명곡에서
아버지라 부르던 해명방은
보현보살의 화신이시고
몰골옹 노인은
문수보살의 화신이시고,
스님은 신라 때에 이 굴 속에서
공부하시던 보덕대사의 후신입니다.
그러므로 이 석굴 속에는
스님이 공부하실 때에 사용하던
경책과 불기.촛대.향로 등
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들어가서 찾아보십시오.
스님이 이곳에 오래 계시면
내가 종종
현신을 할 터이니 그리 아시고
스님은 이곳에서
수도나 잘하고 계십시오."
하고는
인홀불견으로 없어지고 만다.
회정이
그 굴 속으로 들어가서 찾아보니
과연 경책와 향로ㆍ
다기 등의 유물이 남아 있었다.
회정대사는 바위 위에
상주진신 관자재 보덕이라 새겨놓고
그 앞에 초암을 짓고
3백일 동안이나 관음기도를
하였다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