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 복원사업 조감도
“공자와 맹자는 시렁 위에 올려놨다가 국권회복 후 읽자”라는 말을 남기고 99칸 임청각 건물과 전답을 모두 팔고 독립운동을 위해 전 가족이 만주 서간도로 망명길에 올랐던 이상룡 생가인 안동 임청각.
광복 78주년, 만주 망명 112주년을 맞아 임청각은 일제가 집 앞을 가로막았던 철도 이설을 마무리하고 현재 애국애족의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역화 사업’이 한창이다.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생가이다. 그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11명이 배출된 한국 독립운동사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1942년 2월 일제가 ‘불령선인’(불량한 조선인)의 집안이라고 폄훼하며, 99칸의 고택 중 행랑채·부속채 등 50여 칸을 헐어버리고 중앙선 철도를 건설했다. 이 철로는 2021년 말 80년 만에 철로가 철거되고 임청각의 진정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다만 임청각 인근 54m 구간은 철로를 그대로 남겨 놓았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임청각 복원 현장
문화재청과 경북도, 안동시는 2025년까지 국비 196억 원을 포함해 280억 원을 들여 임청각과 인근 석주 집안 후손의 가옥 2동을 다시 짓고 주변 지형을 정비하는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석주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역사문화 공유관’(연면적 800㎡)도 새롭게 짓는다. 독립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알리고 애국애족정신을 후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창수 종손은 ‘역사문화공유관’이 생긴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00년 뒤에도 사람들이 임청각을 찾게 하려면 독립운동 정신과 유물을 보여주는 공간이 중요한 데 역사문화공유관이 독립운동 정신을 후대에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형 복원사업은 1763년 문집 ‘허주유고’ 속 그림인 ‘동호해람’과 1940년 전후 옛 사진 자료에 근거해 임청각을 일제강점기 이전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을 통해 석주 집안 후손의 가옥 2동을 복원하고 주변 공원 조성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일제강점기 이전의 본 모습으로 복원한다.
12일 복원 현장에는 임청각 내외부에 석축을 새로 쌓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의 공사가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안동시는 올 연말까지 임청각 보수·복원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초 일반에 다시 공개할 방침이다. 이후 중단됐던 임청각 고택체험도 재개할 계획이다.
매년 임청각 군자정 앞에서 열렸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실경 역사극으로 만든 ‘서간도 바람소리’는 올해 공사 관계로 장소를 옮겨 안동 태사묘에서 공연한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김희곤 초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은 “임청각의 복원은 국고를 들여 단순히 건물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문중의 비아냥 속에서도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행을 결단했던 석주 선생의 고귀한 뜻과 숭고한 애국정신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진정한 복원”이라며 “의병에서 만주 독립운동, 임시정부까지 몸 바쳐 희생한 이들을 돌아보지 않으면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