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이 진리로 둔갑했다. (펌)
▪︎늙으면 자연사의 길을 가야 한다.
▪︎죽음은 간접 경험으로 밖에 알 수 없다. 직접 경험은 죽었기에 죽음을 알 수 없다. 죽음의 절대불변 법칙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 남 얘기다. 내 죽음도 남이 전해 준 얘기일 뿐이다. 그 죽음도 죽기 직전 얘기고
망자의 살아생전 얘기다. 어쨌든 죽은 다음은 알 수 없다.
▪︎간접경험으로 뇌리에 사라지지 않는 죽음으로 영화 [길]의 젤소미나의 죽음이다.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의 춤추는 집시 미녀 에스메랄다와 꼽추 콰지모드의 죽음이다.
▪︎영화 [길]은 가난해서 돈 몇 푼에 거리의 떠돌이 차력사 잠파노에 팔린 착하고 연약한 젤소미나가 무뚝뚝한 잠파노와 길거리 공연을 다니며 나름 삶의 재미도 느끼지만 개무시하는 잠파노에게 마음도 상하지만 정도 느끼다가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었던 다정다감 한 마또가 잠파노에 얻아 맞고 죽자 살아갈 의욕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며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떠돌다 세상을 뜨고 .....
▪︎한참 세월이 흐른 후 잠파노가 젤소미나의 죽음을 알고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서 울부짖으며
젤소미나를 그리워하며 자신을 참회하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빅토로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위대한 문학가들 중 한 명인 빅토로 위고는 노토르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대 사원에서 그는 한 글자를 발견했다. 건물 벽에 새겨져 있는 그 글자는,
"ANAYKH(불행한 운명)"
그리스어로서, 여러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 중 하나는
'악의 운명'이다.
위대한 소설가는 오래 전의 한 영혼을 생각했다. 이 고통의 말을 남긴 영혼을... 이 그리스어는 그의 위대한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이 영화의 기반이 되었다." 라고 ....
▪︎앤서니 퀸이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로 나오고 이탈리아 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춤추는 집시 미녀 에스메랄다로 나온 1956년작 영화를 봤다.
▪︎빅토로 위고의 원작은 꼽추 콰지모드 이야기 보다 위선과 거짓의 상징인 클로드 프롤로 주교 개인의 고뇌와 에스메랄다 집시의 인생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꼽추 콰지모도의 에스메랄다를 향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 광장의 춤추는 집시 미녀 에스메랄다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프롤로 주교는 성당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도록 시킨다. 골목에서 에스메랄다를 업어가려던 콰지모도는 마침 순찰 중이던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체포되고,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구해준 페뷔스를 사랑하게 된다.
▪︎광장에서 사슬로 묶인 채 분노한 군중들에게 얻어맞고 조롱을 당하다 갈증을 호소하는 콰지모도를 본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납치하려 했던 그에게 연민이 일어 물을 떠다 준다.
▪︎한편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는 걸인들의 거처인 기적의 궁전에 잡혀와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단 그를 남편으로 맞겠다는 여성이 나타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 이때 에스메랄다가 나서서 그를 구해주고
▪︎결혼식을 올린다.
페뷔스의 약혼녀 플뢰르드니스 주교는 페뷔스에게 에스메랄다를 성당 광장에서 쫓아낼 것을 부탁하고, 페뷔스는 이를 빌미로 에스메랄다에게 접근해 밀회 약속을 잡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롤로 주교는 페뷔스와 에스메랄다가 투숙한 여관에 따라가 페뷔스를 칼로 찌르고 에스메랄다가 저지른 일로 꾸민다.
살인미수 누명을 쓰게 된 에스메랄다는 재판정에서 교수형을 선고받고 끌려가지만 콰지모도가 구출해 성당으로 피신시키고는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에스메랄다의 명목상 남편인 그랭구아르 시인은 에스메랄다를 빼내기 위해 걸인들을 동원해 성당을 공격한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그 와중에 에스메랄다는 근위대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에스메랄다의 주검은 질질 끌려가 교수형을 당한다. 콰지모도는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프롤로 주교를 죽이고 에스메랄다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녀를 안고 영원히 잠든다.
▪︎젤소미나, 에스메랄다, 콰지모드의 불행한 운명에 눈물 젖는다. 악의 운명에 분노가 치민다. 왜 이렇게 힘없고 착한 사람에게 불행한 운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다니나.....
▪︎죽음은 없이 사는 힘없고 착한 가난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 가혹하게 오나.영화 [길]과 [노트르담의 꼽추]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준다.
▪︎젤소미나, 에스메랄다, 콰지모드의 선한 마음씨는 사람들 속에 길이길이 남는다.
▪︎종교에서 말하는 죽은 다음 영혼이 불멸한다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육신과 분리된 영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 착하게 살면, 그 착한 마음씨가 길이길이 전해지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젤소미나, 에스메랄다, 콰지모드의 죽음은 잘못된 세상이 죽인 것이다. 타살이고, 사고사다.제 명에 못 죽은 것이다.
시람은 누구나 제 명대로 살다 죽기를 바란다. 자연사다.
▪︎사고로 죽는 것이 아니라 늙고 쇠약하여 저절로 죽는 일. 늙고 쇠약해지는 것(老病) 저절로 죽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오히려 병 주고 약 주는, 약 주고 병 주는 병원, 약국, 요양원을 드나들며 목숨을 연장하려는 집착이 자연사를 막고 사고사로 가는 헛된 짓이지 싶다.
▪︎도시 기계 문명 자체가 자연사를 막고 사고사를 조장한다. 자연사는 시골 같은 한적한 데서 자연의 시간을 누리며 수행하다가 맞이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