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김정옥
나는 뿔 달린 흑염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늘 뿔을 달고 살아서인지도 몰라
뾰족한 뿔이 뾰족 올라오더니
점점 휘어진 굵어진 뿔을 매달고도
도톰한 살가죽만으로는 보호할 수 없을까 봐
늘 두려워
수염을 쓰다듬으며 위엄 있게 음메에에 소리쳐봐
반지르르 윤기 나는 털, 빛나는 염소들
줄이 목을 감고 말뚝에 묶여 있어
입이 닿는 곳은 콧김을 뿜으며
혀를 싹싹 휘둘러가며 먹어치우지
잘 자란 잎사귀들을 싹싹 베어 먹곤
배가 불러도 동그란 눈을 뜨고
더 좋은 이파리를 찾아 헤매고 있어
몸을 살짝 누이고 앉아 봤어
저 멀리 우거진 숲
뛰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곳
몇 번을 목에 힘을 주고 뛰어도
목줄에 쓰려오는 목덜미
줄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 움직여봐
뿔을 단단하게 붙여둔 채
굳은살이 박인 작은 발꿈치로 지탱하면서
숲을 향해 천천히 그렇게 움직이고 있어
줄이 서서히 느슨해져가는 걸 느끼며...
----애지 가을호에서
2021년 ‘시사사’신인추천작품상으로 등단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저서<풀잎> 으로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 선정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김정옥의 흑염소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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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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