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脫)원전·석탄화력발전 축소를 위해 장려하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로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공격받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LNG 발전소 건립 반대 시위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탁상공론’이나 다름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SK가스는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충남 당진에 석탄 화력발전소 2기를 짓기 위해 4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발전소 건설 허가를 받아 법인을 설립하고 플랜트 설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데에도 3년이 걸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착공하지 않은 석탄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겠다며 SK가스의 당진 발전소 건설 사업을 전환 대상으로 선정, SK가스는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떠안게 됐다.
이후 SK가스는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한 부지는 태양광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건설하기로 하고, 충북 음성에 새로운 법인을 세워 동서발전과 함께 LNG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SK가스는 지난해 해당 발전소에 대한 지분을 모두 정리했고 동서발전이 해당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LNG 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충북 음성 인근 주민들이 지난 2018년 음성군청 앞에서 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이 LNG 발전소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음성복합발전소건설반대투쟁위원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LNG 발전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돼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발전소 건립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는 이 발전소 건설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주민들이 낸 행정심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고, 동서발전은 발전소 건설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2024년 12월 발전소를 준공해야 한다"며 "더 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탈원전·석탄발전 축소 정책에 따라 LNG 발전소 건설이 다수 추진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지역 갈등과 환경단체 반발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원전이나 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인 LNG 발전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LNG 발전소가 내뿜는 오염 물질이 만만치 않은 데다 발전소가 들어설 때 기대되는 경제 효과가 미미해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LNG 발전소도 주민들 반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설립 예정인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인근에 LNG 발전소를 세우려고 했지만 주민과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SK E&S가 여주에서 추진 중인 LNG 발전소 건설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 진행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앞서 대전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한 LNG 발전소 건설이 주민 반발로 백지화되기도 했다.
문제는 LNG 발전이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친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나오는 발전은 물론 화력발전소지만 LNG 발전 역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다량 방출되고, 미세 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화력발전보다 높다.
LNG 발전소 건립에 따른 경제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으로서는 반갑지 않다. LNG 발전은 설비 구조가 단순해 인력 수요가 기존 화력발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발전소 가동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아 주민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견: LNG 발전소의 경제 효과가 미미하다고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LNG 발전이 완전히 친환경적은 아니고 미세 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주변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반대한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건설하지 않더라도 어디엔가는 건설해야해서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정부, 건설사와의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보상안을 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