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10년전 2월 아주 추웠던 새벽 1시쯤,
역삼동 뱅뱅사거리에 있는 유니온센타빌딩 15층에서
적막을 깨듯...환호와 열정의 만세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들은 2002년 월드컵 때,한국의 4강을 기억하고 있을거다..
남녀노소...누구를 가리지않고 우리는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었다.
그 감동을...지금도 가슴 한껸에,우리는 깊이 간직하고 있을거다.
무역부 직원들과 나는 저녁도 먹은둥마는둥,
한통의 팩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며,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요르단과 시차가 6시간 가까히 되고
오후에 최종 통보를 해주기로해서 기다림의 침묵만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시계만을 바라보고있었다.
젊은 나이에 창업한 나는 수출쪽에 승부를 걸었다.
국내시장은...내가 영업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가격의 유동성때문에 중소기업은 쉽게 무너질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초창기 6명의 직원중...4명이 무역쪽과 관련이 있었다.
수출이란...결국은 Buyer 싸움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젊은 날의 욕망과 열정만으로 뛰어든 나에게
처음엔...처철한 패배의식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때...같은 건물에 있는 오퍼상이 나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고
삼성동 무역센터에 있는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행하는
"KOREA BUYERS GUIDE"에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전 세계 150여국에 뿌려지는 광고의 효과는 처음엔 엄청났다.
전 세계에서 팩스가 쉴새없이 오지만...나는 또 좌절했다.
대부분 가격 흥정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그 중에서...하나!
그때돈으로 편지 봉투에 150불을 넣어 보내주고는...샘플을 보내달란다.
그...기분,
우리는 그날 밤...가능성을 보여준 예비Order를 축하하기위해
사무실뒤에서 자축연을 열었다.
"자이드 파리즈"...내 첫번째 Buyer다.
그 후,수많은 팩시가 오고가고...마지막으로 내가 가격을 통보했다.
큰 마진보다는...내 손으로 직접 수출했다는 자신감을 갖기위해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것이다.
이제...공은 나에게서 떠났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던가..?
요르단에서 오는 팩시 한장에,나는,우리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것이다.
바로 그날이 왔다.
아침부터 회의실에 모여든 우리들은...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서로의 손을 굳게 잡으며...다짐한다.
제발...우리들의 견고한 성(城)을 쌓기위한 밑거름이 되게해달라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의 긴장도는 심해져만 갔다.
나에게 오는 모든 전화는 직원들이 해결하고
나는...오로지 팩스에 온 신경을 썼다.
오후 2시..3시..5시....저녁 10시가 되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모두가 지쳐갈무렵...난방까지 나갔다.
밖에 날씨가 아무리 춥다지만...기다림에 지쳐 마음까지 얼어버린
우리들은 혹독한 시베리아에 홀로 가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새벽 1시쯤,
팩스가...아리따운 아가씨의 매혹적인 목소리만큼이나 다정하게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내용을 보기도 전에 우리들은 얼싸안고 소리지르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 것인 양...맘껏 환호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미치지 못한 금액이었지만,
나는...지금도 그 날의 감동이 눈에 선하다.
첫 Order를 기다렸던 그 날밤 직원들이...그립다.
젊음의 치기가 하늘을 찌르던 나를...그래도 사랑해준 직원들.
정대리는 시집을 가서 첫애 낳을 때까진 연락이 되더니
그 후로 소식 깜깜이고,
라과장은 몇년 더 있다가...자기 사업을 위해 떠났고.
지금은 상무가 되어 더 열심히 일하는 선배 박과장은
긴 세월만큼이나 얼굴에 삶의 흔적이...뚜렷하다.
오늘같이...술 한잔을 먹고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내 젊은 날이 정말로...그립다.
모든 것들을 포기하면서...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던 나날들,
이젠...건강때문에라도,무리할 수가 없다.
내일은 오전 열시에 또,연대 세브란스에 가서 피뽑고 소변검사를
받아야...한다.
오늘 저녁 술 한잔했으니... 불랙리스트에 오른 나는,
주치의선생한테...지겨운 잔소리를 듣겠지.
그래도...한잔 술에 마음이 가벼워오니 괸안타....
****한잔 술을 마시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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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속상한 일로 하는술과 기분좋게 하는 술과 차이는 있겠지요?...그러나 의사님말씀을 잘듣는 착한사람이 되어 잔소리 듣지마시길....ㅎㅎㅎ 글 잘읽었습니다....되돌아보아 뿌듯한 기억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저도 술 한잔 한 이 밤에 "국보사랑"님의 글을 뵙게 되는군요.. 아직 그 시절의 열정이 있으신것 같아요.. 건강관리 잘 하시어 꼭 그날의 열정을 보여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술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허무할거구... 우울할거에요... 그치만 님은 잠시 아니..조금 참아야겠네요~ 건강해야 술맛을 알수있으니까요....^^ㅋ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70, 80년대를 숨가쁘게 뛰던 시절이 생각 나는군요. 우리가 조금 먹고 사는게 좋아지던 80년대 중반이후부터 어려웠던 시절을 망각하고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요즈음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 시절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는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죠...
국보사랑님의 애환이 넘치는 사업성공기 잘 읽었습니다....이제는 그리 마음조리시지 않아도 된다면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지난주의 낚시터 이야기처럼...쉬어가시면서 건강도 살피시고...물론 약주는 안드실수 없을테고...그래도 조금씩, 건강생각 하시고 가족 생각하셔서 즐기시면 좋겠네요....
국보사랑님! 열심히 충실하게 일한 보람이 병을 얻으셨군요. 숨바쁘게 살아온 세대의 말로가 너무도 수포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네요. 빨리 건강 회복하시고 술 줄이시고 또 다시 화이팅!!! 세계의 무대로 다시 향하기를 학수 고대하면서......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 잘 관리하셔서 앞만보고 살아오신 댓가를 평안히 누리시길....
열심히 사신 국보사랑님......아직도 젊으신데요.....건강 다독거려서 더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 보고 싶은데.....힘내시구..그때의 그 정열을 다시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