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의 표류자
원제 : Abandon Shop
다른 제목 : Sevon Waves Away
1957년 미국영화
감독 : 리처드 세일
출연 : 타이론 파워, 메이 제터링, 스티븐 보이드
로이드 놀란, 모이라 리스터, 제임스 헤이터
마리 로어, 핀레이 커리, 존 스트래튼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대형 해상 조난사고는 '타이타닉 사건' 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조난사고는 무척 많고 그런 조난사고를 소재로 만든 작품도 제법 됩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안 '올 이즈 로스트' 같은 1인 조난사고도 있고, 리처드 버튼, 조안 콜린스 주연의 '이별'은 몇 명의 조난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제법 큰 배에서 벌어진 사고 였는데 바다를 표류하는 것이 아닌 배에서 탈출하는 내용이었지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라이프보트' 역시 비교적 알려진 고전 조난영화입니다.
타이론 파워의 후기 작품 '27인의 표류자'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만든 1957년 작품입니다. 타이론 파워는 1958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1957년 발표된 영화가 세 편 있었고 '정부(검찰측 증인)'가 유작이 되었으며, 그 외에 헤밍웨이 원작 '해는 또다시 뜬다'가 있었고, 오늘 리뷰하는 '27일의 표류자'가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두 작품에 비해서 '27인의 표류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입니다. 국내에 개봉된 영화임에도 방영, 출시가 안되었고, 심지어는 공식 영상 릴도 없어도 좀체로 볼 기회가 없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유명 고전들이 영문자막파일이 존재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조차 없습니다. 그나마도 외국 TCM 채널에서 방영한 영상 정도가 가장 좋은 화질의 영상입니다. 유명배우가 출연한 메이저 영화인데 왜 이렇게 희귀한지 모르겠습니다. 1955년부터 타이론 파워가 출연한 총 6편의 영화중 유일하게 고화질 정식 영상이 없는 작품이지요.
1841년에 벌어진 미국선박 브라운호의 난파를 기초로 하여 많이 각색한 내용입니다. 배가 기뢰의 폭파로 파손되자 몇 몇 생존자들이 극적으로 구명보트에 올라타서 생존합니다. 그런데 9인용 보트에 26명과 개 한마리가 탔기 때문에 상당한 인원초과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몇 명은 내려서 매달려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선장이 죽고 그 자리를 물려받은 알렉스 홈즈(타이론 파워)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죽느냐 아니면 몇 몇 필요없는 사람을 제거하고 소수라도 살아남느냐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인도적으로만 행동했다가는 정원초과로 다 죽게 될 상황, 물과 비샹식량도 턱없이 부족하고, 비와 폭풍이 닥칠 수도 있고... 조난자들의 면면을 보면 홈즈와 같은 승무원 몇명, 다친 사람, 아이 한 명, 여자 몇명, 노인 등등 다양합니다. 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 상황에서 결국 홈즈는 냉정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신속히 결정을 처리합니다. 재난시에는 여자와 아이, 노인을 우선 보호해야 하지만 난파위기의 보트에서 생존하려면 결국 약하고 필요없는 사람부터 제거해야 할 상황, 홈즈는 아픈 여자 둘, 늙은 여자 한 명, 그리고 몇 몇 다치거나 나약한 사람들을 강제로 배에서 내리게 하여 인원을 줄이고 배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노를 젖게 합니다. 결국 극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은 구조되지만 홈즈는 살인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징역 6개월형을 받습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살인아닌 살인을 저지른 상황에 대해서 관객들 자체에게 질문을 던지는 내용입니다. 과연 홈즈의 행위는 옳았느냐? 아니면 비인도적인 살인이었느냐? 선택지가 세개라면 답이 간단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선택지는 딱 두가지 였습니다. 1. 모두 죽느냐? 2. 몇 몇이 희생하여 다른 사람을 살리느냐? 참 어려운 질문을 던진 영화입니다. 실제 홈즈가 겨우 6개월형을 받은 것을 보면 특수한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이 상당히 반영된 형량입니다. 9인용 배애 탄, 개를 포함 27명의 생명, 하지만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도 있고, 노를 저을 힘이 없는 사람도 있고, 다쳐서 물에 교대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도 있고...홈즈의 결정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지만 홈즈는 선장으로서의 지휘권과 총을 갖고 강경하게 명령과 지시를 벌입니다.
죽어가는 항해사는 쓸모없는 사람을 굳이
무리하게 데리고 있지 말라고 조언한다.
간호사 승무원과 연인관계로 설정된 홈즈선장
영화가 전체적으로 압축력이 강하고 힘이 있지만 특별히 더 인상적인 부분은 구조되는 당시의 상황입니다. 큰 폭풍이 지나가고 바다가 평온해지자 사람들은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면서 선장덕분에 살게 되었다고 그의 결정을 옹호합니다. 그런데 배가 나타나서 구조될 상황이 되자 모두 선장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른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을 강제로 물에 쳐넣은 것을 오로지 선장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외면합니다. 홈즈는 끝까지 나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강변하지요.
1930년대, 2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주연배우로 발탁되어 거의 평생 주인공만 한 타이론 파워는 초기에는 얼굴이 멀끔히 잘생긴 인기배우로 연기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배우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존 포드 감독 '웨스트 포인트' 등 40대 이후 작품에서는 제법 좋은 연기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 영화도 중견배우가 되어 가는 기점에서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행해야 하는 난파선의 비정한 선장으로서의 고뇌와 책임을 다하는 강인한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의 완성도도 높아서 거의 대부분은 바다위의 좁은 보트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고 팽팽한 긴박감을 자아냅니다. 감독 리처드 세일은 주로 50년대에 활동했고 알려진 영화가 전혀 없는 듣보잡 인물입니다. 감독보다는 시나리오 작가로 더 많이 활동했지요. 그런데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잘했습니다. 평범한 감독이 어느날 상당한 수작을 어쩌다 연출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영화연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티븐 보이드, 선장에 반기를 드는 승무원 역할
구조하는 장면이 아니라 물에 빠뜨리는 장면임
그야말로 '바다의 고려장'
홈즈 선장에게 반기를 드는 인물
"내가 한 행동은 옳았어"
'벤허'의 멧살라 역을 비롯하여 50-60년대 조연, 주연으로 활동한 미남배우 스티븐 보이드가 생존한 승무원중 한 명으로 나와서 홈즈 선장을 도왔지만 나중에 반기를 드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베테랑 조연배우 로이드 놀란과 핀레이 커리가 함께 출연하는데 로이드 놀란은 다쳐서 죽어가면서 홈즈 선장에게 과감한 결단을 조언하는 동료로, 핀레이 커리는 처음에 나무상자 위에서 생존한 3인중 한명으로 등장합니다. 처음 나무상자 생존자에 대한 내용이 흐지부지 되는 것이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1975년 마틴 쉰 주연으로 '최후의 생존자들(The Last Survivors)' 이라는 TV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고, 그 작품이 1980년 국내에서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작품도 꽤 볼만한 영화였고, 마틴 쉰은 좀 더 광기어린 선장으로 열연을 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두 작품이지만 홈즈라는 인물이 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았고, 몇 명의 강제희생으로 생존자들이 있었다는 정도 외에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은 대부분 드라마틱하게 각색을 하였습니다.(뭐 대부분의 실화라는 영화가 다 그렇죠) 흥미진진한 영화이니 나중에 정식 영상릴이 나와서 쉽게 감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ps1 : 개를 데리고 생존한 사람에게 개를 그대로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홈즈가 허락하여 인도적인 결정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사람을 먹을 수는 없으니 개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경악스럽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냉정해져야 하는 것이 리더의 입장이네요.
ps2 : 영어제목이 두 개인데 원래 제목인 Seven Waves Away 의 의미는 선원들의 속어로 죽어가는 상황을 말하는 거라고 합니다. 일곱번째 파도가 가장 강하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속어라고 하네요.(뭐 실제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제목은 죽어가는 항해사 켈리의 대사로 인용됩니다. 그리고 Abandon Ship 이라는 제목이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ps3 : 소년이 보는 앞에서 다쳐서 쇠약해진 두 부모를 모두 다 물에 넣는 장면이 굉장히 비정합니다. 이런 상황을 겪은 소년이 생존해서 살아갈때 얼마나 트라우마가 심할까요.
[출처] 27인의 표류자(Abandon Ship, 57년) 타이론 파워 열연, 필사의 생존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