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의 미군 운전병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내용의 오보가 실린 '한국 로이터 통신' 바이라인의 기사. 이 기사는 현재 미국 <씨엔엔> 온라인판(www.cnn.com)에 게재돼있다.
ⓒ 씨엔엔 온라인판.
세계 3대 통신사중 하나인 로이터(Reuters) 통신이 최근 한국 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두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 "장갑차 미군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오보를 내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기사는 12월 5일 오전 11시 26분 (한국시간 12월 6일 자정) 미국 <씨엔엔(CNN)> 온라인판(CNN.com) 엔터네인먼트 섹션에 실렸다. '한국 관객은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지 않는다(Korean audiences not fond of Bond)'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최근 두 여중생을 치어 죽게 한 미군이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명시했다.
이 기사는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예정인 <007 시리즈> 20번째 작품인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가 한국을 저개발국으로 묘사한 점, 최근 불거진 반미운동의 영향 등으로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반미운동의 배경으로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불붙게 된 계기는 최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해 두 여중생을 치어 죽인 두 미군병사에 대한 무죄평결 때문(Fueling the hostile mood against America is the recent acquittal of two U.S. soldiers who killed two Korean middle school girls while driving under the influence of alcohol)"이라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가 한국 내 반미감정으로 인기를 못 끌 것"이라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불붙게 된 계기는 최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해 두 여중생을 치어 죽인 두 미군병사에 대한 무죄평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씨엔엔> 온라인판
이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으며, 진위 확인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기사는 한국 내에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보도된 것이어서 네티즌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편 이 기사의 진위 여부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확인요구에 대해 로이터통신 한국 지국측은 "오보"라고 자인했다.
로이터통신 한국 지국측은 그러나 "이 기사의 바이라인(출처)은 '한국 로이터(SEOUL, South Korea (Reuters))'로 돼 있으나 로이터 본사와 협약을 맺고 연예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버라이어티(variety.com)>에서 작성한 기사"라고 밝혔다.
한국 지국측은 또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뒤 <버라이어티>측에 공식 수정과 정정보도문 게재 요청을 한 상태"라며 "<씨엔엔>에도 곧 정정보도문이 게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사 기사를 <버라이어티> 측에서 작성,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편집권이 로이터 통신사 본사에 있는 만큼 로이터측이 이번 '오보'에 대한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란?
<버라이어티(Variety)>는 미국의 유명 연예 전문지다.
이 잡지는 자사의 홈페이지(www.variety.com)를 통해 "<버라이어티>는 쇼 비즈니스 분야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고급 엔터테인먼트 뉴스 정보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1905년 이후로 산업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도자들은 그들의 전문성에 주요한 뉴스와 분석에 대해 바르고 신뢰할만하며 시의적절하게 보도하는 <버라이어티>를 참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오보 기사가 실려 있는 미국 <씨엔엔> 온라인판에는 기사가 최초 게재된 지 15시간이 지난 현재(6일 오후 3시)까지 정정보도문이 게재되지 않은 상태다.
오보 소식을 접한 채희병 여중생 범대위 사무국장은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음주운전 사고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채 국장은 이어 "한국 내에서는 아직도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확인절차 없이 이런 보도를 실었다면 로이터측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주운전' 여부, 미군 재판 과정에서 중요 쟁점
▲ 여중생 사망사고와 관련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온 미군 관계자들이 청사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사고를 낸 미군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이었던 두 미군 니노·워커 병장의 '음주' 여부는 여중생 사망사건 미군 군사법원 재판에서 주요한 쟁점이 됐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정희 변호사는 "만약 수사 초기 두 미군이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면 무죄평결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그러나 재판 당시 미군측은 '수사 초기 음주 측정을 했으나 둘 다 (음주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며 "오히려 두 미군이 로이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로이터의 오보 기사와 관련, 김창룡 교수(인제대 언론정치학부)는 "부주의로 인한 것인지, 기자의 취재부족인지, 또는 인식부족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런 오보가 로이터 명의로 보도됐으니 로이터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정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오보 문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내 반미감정은 굉장히 중요하고도 복잡한 문제인데 미국의 잘못된 대응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 원인을 '단순히 미군이 두 여중생을 죽여서'라고 표현한 점도 문제"라며 "이는 곧 해당 기자가 깊이있는 취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기사를 전재한 미국 <씨엔엔> 측의 잘못도 지적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보도도 소홀히 해왔으면서 이젠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기사화하느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김창룡 교수는 "로이터의 기사를 전재한 <씨엔엔> 측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현재 <씨엔엔>은 세계적으로 그 어떤 통신보다도 강력한 영향력 갖고 있는데 하루가 지났음에도 오보기사가 수정되지 않은 채 실려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온라인 <씨엔엔>에 실린 문제의 기사 전문이다.
Korean audiences not fond of Bond
Thursday, December 5, 2002 Posted: 11:26 AM EST (1626 GMT)
Pierce Brosnan plays James Bond in "Die Another Day."
SEOUL, South Korea (Reuters) -- The latest James Bond film "Die Another Day" is not sitting well with the Korean audience, though it hasn't even opened in theaters here yet, Variety reports.
Due to debut in Korea at the end of the month, the 20th official Bond feature is the target of fierce criticism among young Koreans who claim the picture is culturally ignorant and degrading to Korea as a whole.
The country is the 10th biggest foreign box office territory for U.S. pictures.
Among specific problems is the picture's portrayal of North Korea as "an axis of evil," the final scene in which Bond makes love to a woman in a Buddhist Temple (a taboo of the worst kind here) and outdated scenes like a South Korean walking a cow in a farming landscape (a perceived insult to Korea's modern, industrial image).
"Die Another Day" features inter-Korean confrontations, starring Korean-American actor Rick Yune as a ruthless character who goes to great lengths to achieve Korean reunification.
The film was criticized by Koreans from the get-go.
The Korea Federation of University Student Councils (Hanchongnyon) issued a statement at the end of last year, calling for production to be canceled.
Leading Korean actor Cha In-pyo refused an offer earlier this year to play a North Korean colonel in the movie. Now he is considered a hero among the young.
Accordingly, actor Yune was not very well received when he visited Seoul Monday to promote the film. He spent much time at the press conference answering questions about the anti-U.S. feeling in Korea and its potential effects on the movie. A local TV show bumped him from its lineup.
Fueling the hostile mood against America is the recent acquittal of two U.S. soldiers who killed two Korean middle school girls while driving under the influence of alcohol.
"There are some misunderstandings of the movie. The enemy described in the movie is extreme nationalists, not North Korea," a 20th Century Fox Korea statement said, promising an on-schedule release and an extensive marketing campaign. Fox is handling overseas distribution for MGM.
Copyright 2002 Reuters. All rights reserved. This material may not be published, broadcast, rewritten, or redistributed.
2002/12/06 오후 4:17
ⓒ 2002 OhmyNews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