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36보> - 상하이 승용차의 번호판 가격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바쁘게 옆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 벗씨를 다그쳤다.
“어제, 남자 과외 선생한테서 연락 왔어? 승용차 번호판 경매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
“아직 안 왔어. 나도 궁금하던 참인데,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 볼까?”
“그래, 그게 좋겠다. 연락이 안 오는 걸 보니 뜻대로 안 된 모양이군.”
무슨 말이냐 하면 어제 토요일 오전에 상하이시정부 산하 경매회사에서 1월분 승용차 번호판 경매를 실시했다.
거기에서 우리 남자 과외 선생이 경매를 신청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단 얘기였다.
이곳 상하이에서는 매달 일정량의 신규자동차만 허가를 해 주고 있어서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승용차 번호판을 경매하고 있었다.
지난달 텔레비전 뉴스에서였다.
막 나오고 있는 것은 상하이가 아닌 베이징 소식이었다.
베이징의 어느 현장에 기자가 나가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내용인 즉 베이징 시내의 한 도로를 200미터 이동하는데 30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왕복 8차선이나 되어 보이는 넒은 도로 양쪽에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오도가도 못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보도가 나가고 난 다음날 수업 시간에 남자 과외 선생이 재미있는 소식이라며 얘기를 꺼냈다.
“지금 베이징은 자동차 구입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한 달에 보통 6만 대 정도 신규로 구입을 하게 되는데 이번 달 12월은 20여만 대가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베이징 사람들은 지금 배추 사듯이 차를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리에 온통 넘쳐나는 것은 승용차뿐이니 도로는 하루 종일 막혀 있고요. 하하하.”
“왜 그래요? 자동차가 그만큼 싸다는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 조금 있으면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자동차 번호판 경매를 시행한다고 하니 그 전에 미리 승용차를 사려고 그러는 겁니다.”
“아, 다 이유가 있군요. 그럼, 중국은 각 도시마다 도시 나름대로의 자동차 정책이 따로 있군요. 상하이는 어떻습니까? 출퇴근 시간 때는 차가 밀리기도 하지만 베이징처럼 그렇게 혼잡하지는 않던데요?”
(경매회사 본점 전경. 입구에 도착하면 자동차 판매원들이 벌떼 같이 달려듭니다.)
이렇게 시작된 얘기가 자연스럽게 상하이의 승용차 정책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상하이에서 자가용을 굴리려면 필수적으로 승용차 번호판을 경매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교통상황과 환경문제 등을 고려해 연간 허가하는 신규 번호판 수를 현재 한 달에 9천 대 정도로만 통제하고 있다.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승용차 수요도 거침없이 증가하는데, 매달 9천 대의 승용차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번호판 경매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해 상하이의 승용차 번호판 평균 경매 가격이 4만5천 위안(우리 돈 약 8백만 원)이라니, 거의 우리나라의 경차 비용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하이의 인당 평균 소득은 우리보다 훨씬 못 한데, 승용차 가격과 별도로 또 승용차 번호판 값을 이만큼 지불해야 하니, 우리보다 부담이 많이 크긴 크다고 하겠다.
게다가 또 중국 사람들은 중국산 자동차보다도 수입차를 많이 선호하므로 찻값만 해도 우리보다 두 배나 더 비싸게 치르고 있는 셈인데···.
그래서 일부 상하이 시민들은 자동차 번호판 가격이 너무나 비싸서 이웃에 있는 도시인 쟝쑤(江苏)와 쩌쟝(浙江)에 가서 번호판을 구입한 후 상하이에서 운행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시에 도시철도 채권을 사기 싫어 시골 자치구에서 등록하는 것과 똑같다 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러한 외지 등록 차량들은 매달 혹은 연간으로 상하이에 일정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과, 또한 출퇴근 시간에는 상하이 시내의 고가도로를 다닐 수도 없는 불편함이 있다.
싼 만큼 불이익이 돌아가게끔 해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하이의 교통 혼잡은 아직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아, 참. 그리고 베이징시에서도 드디어 지난 12월 23일에 신규 승용차 등록에 관한 정책을 내 놓았다.
그건 지금까지의 매달 승용차수 무제한 등록에서 상하이시처럼 그 수에 제한을 두어 한 달에 2만 대까지만 접수를 받기로 한 것이었다.
다만 그 방법은 번호판 경매를 실시하는 상하이시와는 약간 다른 번호판 추첨제도라는 방식으로···.
(본점 1층 로비에는 매일 같이 경매 신청서 작성하고, 접수시키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지난주 1월 11일 과외수업 때였다.
갑자기 남자 과외 선생이 상하이의 이러한 교통정책을 이해해 보고자 자동차 번호판 경매 회사에 한 번 놀러 가보자고 했다.
작년 연말에 번호판 경매가격이 갑자기 내려갔다며 자기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신청해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즉, 평소에 4만5천 위안 하던 것이 1만5천 위안으로 떨어졌다고 좋아서 펄펄 뛰면서···.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 날 수업을 현장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길을 따라 나섰던 것이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에 걸쳐 번호판 경매가 있는데 그 전에 미리 번호판 경매 신청을 해 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경매 신청은 경매회사의 상하이 시내 지점 다섯 곳에서 받고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와이탄 거리 바로 옆에 있는 본점이었다.
이미 신청해 놓은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복작거리고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승용차 판매원들이 떼를 지어 이리저리 다니며 팸플릿을 나누어 주며 상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층 로비에서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적어 놓은 후 본인이 맞는지 확인 도장을 받고는 접수를 시켰다.
접수비는 2천 위안.
이 돈은 경매에서 떨어지고 나면 나중에 다시 돌려준다고 했다.
접수를 마치고 나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번호판 경매를 하게 되는지에 대한 안내 책자와 디스켓도 받았다.
그 안에는 입찰 시의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고 했다.
(신청서 접수하고 나면 이런 책자와 씨디, 접수카드를 지급합니다. 경매시에 사용하는 카드죠.)
경매시의 입찰 방법은 전화로 하는 방법과 인터넷으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방금 받은 본인 아이디를 이용해서 하면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찰 당시에 인터넷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아서 주로 전화를 이용한다고 했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입찰 당시의 입찰 가격이었다.
얼마를 써 넣느냐에 따라 가장 손해를 적게 볼 수 있으므로.
그래서인지 모두들 정보를 캐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매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번호판 경매에 참가하느냐에 따라 경매 가격이 달라지리라.
우리 과외 선생도 처음 해 보는 경매라서 그런지 신청서를 작성하고, 줄을 서고, 접수하고 하는 모든 과정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정보를 캐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달에는 경매 가격이 많이 내려갔는데 이번 달에는 얼마를 적어야 할까 노심초사 하면서 말이다.
아마 며칠 남지 않았으므로 마음속으론 어지간히도 긴장되어 있으리라.
“이번에 낙찰받게 되면 승용차는 언제 살 예정입니까?”
“낙찰이 되고 나서 6개월까지 차를 사면 되기 때문에 천천히 생각해 보렵니다. 일단 낙찰부터 되고 봐야죠. 하하하.”
그런 승용차 번호판 경매 일자가 어제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한 번 떨어진 것에 실망이 큰가 보다.
그저께 수업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에 1만5천 위안을 적어볼까 한다며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 바로 이 순간, 남자 과외 선생이 벌써 일어났는지, 조금 전에 보냈던 문자 메시지에 띵똥 띵똥 하면서 답장이 오고 있었다.
“ㅠ.ㅠ 떨어졌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2만1백 위안을 적어 넣었는데 떨어졌어요. 이번 달 낙찰가는 3만9천 위안이래요. ㅠ.ㅠ”
2011년 1월 16일
상하이에서 멋진욱 서.
<참고>
멋진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59-0042-7896
한국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후 86-159-0042-7896-# 하면 됩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한국 로밍폰 011-530-1479 문자 주세용.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헐값으로 낙찰 받아서 프리미엄 받고 되팔수도 있남 ~ 우리나라 각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부동산 경공매전문가 과정이 수년째 유행이었는데 노하우 익혀서 홍콩에서 차번호판 경매전문가 과정 개설하면 어떨까? 수강생들이 많이 몰려서 대박 날지 아님 홍보비도 못건지고 쪽박 찰지 궁금...ㅎㅎㅎ
글쎄요, 낙찰받아 바로 프리미엄붙여 되팔수 있는지는...제가 아는 것은, 타고다니던 차를팔때 번호판이 붙어있는 채로 팔면 번호판값을 위엔화 5만원, 번호판만 팔면 4만원 이렇게 쳐준답니다. 이래서야 경매전문가가 되겠습니까?ㅋㅋ
'중국'이란나라 정말 재밌고 매력있는 곳이네요 여러모로...
어떤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합리적으로 사는 모습이 보여요. 재미있는 중국이에요.^*^
세계를 상대로 치고 올라오며 거침없는 행보를 하는 중국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그대로 나타나 있네요. 그 아래쪽에 조그맣게 자리해 있는 우리는.....우짜노???? 무서버라.....
무서운가요?ㅎㅎ 하긴, 요즘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자꾸 힘자랑 하던데... 어쨋거나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어서 돈벌기는 좋다네요.^*^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