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마지막 두 주가 내내 사흘 연휴라 참 좋다.
크리스마스라는 게 이제 이 나이에 별다른 의미도 없어 방구들에 딩구는 것 외에는 할일이 없어 작심하고 겨울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침대도 청소하고 이불도 세탁하고, 화분도 욕실에 가져가 흠뻑 물에 적시기도 하고...
휴대용 노래기의 뽕짝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쓸고 닦으면서 룰루랄라~~즐겁게 청소를 했다.
청소기 돌리기가 장난이 아니다..예전의 4~500와트 정도로는 흡입력이 맘에 안들어 얼마전에 1500와트급을 샀는데 방바닥 장판이 일어날 만큼 힘이 세니 굴리기도 엄청 힘들다. 미세먼지까지 다 잡아 준다고 해서..샀는데..ㅎㅎ
어째튼 3시간의 걸쳐 청소를 재미있게 끝내고 욕실에 가서 마무리를 하려고 사워기를 들었는데 툭 떨어져 버린다. 어라 얼마전에 사워기를 사서 교체했는데 하면서 살펴보니 수펴에 가서 샤워기꼭지를 사서 교체할 것이 아니다. 벽에 고정되어 있는 수도 꼭지와의 연결부분이 부식되어 통째로 떨어져 버렸다. 이놈의 집은 지은지도 십년도 안된 것 같은데 자재들을 아주 싸구려만 쓴 모양이다. 그것 외에도 세면도 비누거치대로 부식되어 흔적도 없어지고 얼마전에 싱크대 수도도 부식되어 못쓰게 되었다.
사워기는 당장 사용할 수 밖에 없어 곧장 집 근처 건자재상에 가서 문의하였다. 벽에 고정되어 있는 수도 설비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수도꼭지만 5만원을 달라고 한다. 와서 설치해주면 4망원을 더 달라고 한다. 연휴라 남는게 시간이라 내가 직접 할 요량으로 물건만 샀다.
수도 계량기를 찾아 일단 물을 잠그고 헌 꼭지를 떼어내려고 스패너를 찾는데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지간하면 대부분 물건들을 그 자리에 놓아두는 버릇을 들이고 있는데? 게다가 공구라고는 몇개 안되어 신발장 서랍속에 넣어두는데...자주 쓸일도 없어 거의 움직일 일도 없는데, 뺀지와 망치는 보이는데 스패너가 안 보인다. 두어번 세번 서랍장을 확인하고 혹시나 싶어 다른 곳도 이곳 저곳 찾아 보았지만 진짜 보이지 않는다. 원래 우리집에 스패너가 없었던가? 아니가 몇년전에 분명 구입해서 사용한 기억이 있다. 다시 한 번 서랍장을 뒤져 보이지 역시다.
다시 공구를 사러가야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1층 가게집에 가서 혹시 스패너좀 빌릴 수 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자기도 스패너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 없을 거라고 대답하면서 찾아보더니 발견하고 빌려주었다. 빌려온 스패너로 헌 꼭지를 떼어 내고 급수 파이프 간격을 조정해서 새로 산 꼭지설비를 설치하였다. 온수, 냉수 파이프에 연결하게 되어 있는데 사 온 수도꼭지 부품에 고무 패킹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빌어먹을....다시 건재상에 가서 이야기하고 고무패킹하나와 간 김에 방수실도 좀 달라고 했더니 주인놈이 사야한다고 지랄하기에 꼭지 두개만 연결하면 되는데 10센치만 있어도 되는데 그정도는 좀 줄수 있는게 아니냐고 사정했더니 마지못해 사용하고 남은 것 하나를 준다. 와서 보니 다시 얻어 온 고무패킹도 자기 패킹이 아니다. 귀찮기도 하고 사이즈가 비슷한 것 같아 그냥 사용해서 새로 설치했다. 공구찾으러 패킹얻으로 왔다갔다한 시간을 뻬고 순수하게 작업시간은 10분도 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작업에 4만원을 요구하다니. 건재상이 우리집에서 걸어서 2분거리도 안되는데 차를 타고 와서 수리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인건비가 비싸다 고들 하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가 직접 새 샤워기를 달고 나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역시 DIY 가 최고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날 어디 구멍 뚫을 일이 있어 송곳을 찾았다. 옛날에 내가 송곳을 왜 샀지하면서 별로 사용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놈이 당연히 신발장 서랍안에 있어야 하기에 서랍장을 뒤졌더니 찾는 송곳은 안보이고 어제 그렇게 찾던 스패너가 손에 보인다. 하하 어이가 없다. 참고로 내 공구 서랍이 절대로 복잡한게 아니다. 공구라고는 몇개 안되고 못이 몇개 있고 서랍바닥이 훤하게 보일 정도밖에 안된다. 어제도 몇번 이것 저것 다 꺼내보면서 확인했던 것인데.
왜 이럴까? 근데 진짜 또 송곳이 안보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혹시나하는 마음에 이곳저곳 뒤져 봤지만 역시나다. 빌어먹을...개통 쓰려면 안보인다더니 요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송곳까지 빌리러 가기가 그래서..그냥 바느질 바늘을 이용해서 일단을 해결했다.
또 다음날 잠깐 외출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현관에 조그만 고무 패킹이 눈에 띄인다. 이틀전 새로산 수도꼭지 박스에 하나가 안보여서 다시 얻으러 간 것인데 이게 왜 여기 떨어져 있지? 박스는 집안에 들어가서 풀어봤는데...이것도 정말 기묘한 이야기?다.
언제 부터인가 물건들에 제 자리를 정해놓고 산다. 안경과 시계는 티비앞 장식장위에 지갑이나 수첩은 어항옆 조그만 장식장에....
근데 이제는 제자리에 있는 것조차 찾지 못하는 것은 무슨 병이라 해야 하나..
아무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력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그렇지, 어떻게 두 뼘밖에 안되는 그 조그만 서랍공간내에 그렇게 큰 스패너를 못 본다 말인가?
에구 에구...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옛날 할머니 말씀도 절로 또 오른다.
아무래도 내일이나 모레쯤 송곳도 갑자기 눈에 띄일지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기쁜 마음보다 망연자실한 멍한 내 모습이 먼저 또 오를 것 같다.
...
사흘후면 또 한해가 넘어 한 살 더 먹는다.
요놈을 어찌할고..
이놈은 어찌살꼬.......
첫댓글 ㅎㅎ
나이가 들면 다 그렇게되는거야
요즘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야
시설하는거 집짓는거 등등 자기가 손수하면 반값이야...
난 봄에 절단기, 용접기, 엔진톱, 드릴 건조기 등등 살려고 하고 있다.
공구를 좋아하는 나도 가끔 찾다가 볼일 다본다.
안경을 못 찾는 것은 다반사다.
급하면 그냥 집에서 나온다. 차 콘솔박스에 여분의 안경이 있으니까.
사무실에는 컴퓨터하는 안경이 있고, 집에도 컴퓨터 안경이 있다.
그래도 가끔씩 컴퓨터용 안경으로 운전도 하곤 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운전용 안경이 없기도 한다.
나이가 정말 사람 잡네!
우리 아버진 치매는 아니지만 이젠 기억이 안되신다.
한말씀 또 하고, 좀전에 일어 났던 일을 기억을 못하실때가 많다.
나이란게 정말 서글프게 만든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단순하게 살아야 된다고 했나 보다.
이박사가 느끼는 마음 다 똑 같은 것 같다.
그래도 살아야지! 파이팅 하면서....
난 퇴박들을까 말 안했는데, 8일 올라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셀프주유를 하고 잘 올라가다 백미러를 보니...
주유구를 닫지 않고 세상에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내차를 발견했다. 진영휴게소에서 진주를 지날 때까지....
갓길에 비상등 켜고 세운뒤에 내려서 잠그고.. 그렇게 올라갔네. 다들 퉁할까봐 말도 못했다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