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 새해를 맞이할 때,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았던 아이들이 점점 커 가는 모습에 문득 놀라고,
보고 듣고 느끼는대로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금 내가 아버지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를 생각해 보고,
또한 주사위는 던졌건만 어찌될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금의 내가 가족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니 답답하였다.
40대 가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봄직 하기도 하겠지만
불확실함을 선택한 대가는 그리 마음 편하지만은 않아서
나름대로 다짐도 해 보고, 가족과도 몇 가지 약속을 하였는데
올해의 반이 다 지나가도록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미안하여
머리도 식힐 겸 아내와 함께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갔다.
올해 초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이 뮤지컬은 지금까지 약 1억명이 관람했다고 할만큼 유명한 뮤지컬이고,
몇 년전 국내 배우들에 의한 라이센스 공연에서도 성황을 이루었으며,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어 작년말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더욱 유명해진 뮤지컬인데,
이번 공연은 국내 배우가 아닌 브로드웨이 출연진에 의한 오리지널 내한공연인지라 자못 기대가 컸었다.
매스컴의 문화뉴스도 공연 시작 전 이미 70%의 예매율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면서
큰 관심을 보이고, 많은 찬사들로 가득하더니만 역시 놓치기 아까운 뮤지컬이었다.
줄거리상 오페라 공연이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어서인지 뮤지컬치고는 독특한,
기품있고 클래식하며, 화려한 느낌이었고, 배를 타고 지하의 강을 건너는 장면 등의
무대장치는 환상적이고 로맨틱하여 국내 뮤지컬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격이 느껴졌다.
주인공인 팬텀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짙은 호소력이
느껴지면서도, 때로는 휘몰아치듯 힘이 넘쳐, 마치 파도를 타는 듯 감동적이었으며,
단순한 멜로디는 금방 그 음악에 익숙하게 만들어 사람을 쉽게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매스컴에서 화제가 된 문제의 대형 상들리에는 생각보다는 초라하게 느껴졌고,
영어로 진행되기에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보아야 하는 번거러움과 미묘한 문화의 차이는
판소리 등 우리말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무의식 속의 가슴 깊은 울림과는 다른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느껴졌지만(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올해 우리나라의 공연물 중 가장 대중 선호도가 높은 공연인만큼
후회하지 않을 좋은 경험이었다.
아내는 마이크를 전혀 쓰지 않고 인체에서 나오는 자연의 목소리로 감상하는
오리지널 오페라의 감동이 더 좋았던지 지난 달 세종문화회관에서 함께 보았던
오페라 '투란도트'보다는 감흥이 덜하다고 하였지만,
오페라는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도 많은 반면에,
이 뮤지컬은 뮤지컬 특유의 장점을 갖춘데다가 오페라의 기품있는 격조도 상당부분 느낄 수 있어
더욱 대중적인 선호도는 높은 것 같았고, 실제로 그 선호도만큼이나 볼만한 공연이었다.
무슨 공연이든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겠지만
이 뮤지컬은 뮤지컬과 오페라의 감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뮤지컬이고,
브로드웨이에서 장기간 공연한 오리지널팀의 공연인지라 우리가 그 유명한
뉴욕의 브로드웨이까지 가지 않고서도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강력 추천하는 공연이오니
관심있는 법우님들께서는 놓치지 마시고 한 번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9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합니다.
첫댓글 얼만데요?
예전엔 가끔 좋은 공연 핑계로 서울길도 멀지않던데 요즘엔 마음 내기도 어렵네요.책으로 영화로 같은 내용 다른 느낌 여러날 감동이었는데 오페라로 보았다면.....가끔 먼길도 마다않을 예전의 열정도 찾으며 살아야 겠네요. 공연후기 잘 읽었습니다.오늘도 빛나는 웃음 한조각 건지며 사는날^*^...()...
가격은 최저(B석,화수목 공연) 4만원에서 최고(VIP석, 금토일 공연) 15만원입니다. 청소년은 금토일 공연 B석 입장권 50장씩에 한해 30% 할인. 자세한 것은 '티켓링크' 사이트 참고하세요. 뮤지컬이나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은 솔리스트 공연과 달리 출연 인원이 많고 무대장치 등에 돈이 많이 들어가 비싼 편입니다.
외국 오리지널팀 초청공연은 체류비, 항공비, 고액의 개런티 등으로 더욱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고요. 오는 11월 내한연주회를 갖는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입장권은 최고 45만원에서 최저 25만원으로 결정되었다 하는군요. 보고싶었는데 '쩝∼'소리밖에 나오지 않네요. 사실 이런 공연이라고해서 특별할 것도
없는데, 너무 럭셔리하게 포장되어 있고, 이에 따라 공연에 소요되는 기본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가격대가 비싸(클래식한 공연의 경우 관객이 적어 적자공연도 많지만 요즘 괜챦은 뮤지컬은 대부분 대박이거던요) 저도 불만스럽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도 송광사 새벽예불보다는 울림이나 감동이 없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