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끄트머리, 한 작은 도서관입니다.
오늘 저녁, 이곳 식구들이 함께 나눈 푸근한 시간을
인터넷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음 따뜻한 우리 어만사 가족들과도 나누고 싶어 담아봅니다.
우리 도서관에는 학교를 마치면 그대로 달음질쳐 찾아오는
고운아이들이란 이름의 공부방 아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가슴마다 상처 하나씩 안고 있는 아이들..
글을 배우는데도, 수를 익히는데도 다른 아이들보다 늦다는 이유로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함께 놀아줄 친구 하나 찾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만은 누구보다 활기차고 고운 아이들이지요.
도서관 식구들과 인근의 교회, 작은 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공부도 돌봐주고 공동체 문화활동도 마련하고, 함께 밥도 먹고..
그렇게 이웃이 더불어 아이들을 키우는 마을의 사랑방을 꾸리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함께 고운아이들을 돌보느라 애쓰시는 이웃의 한 교회에서 소박하지만 참 귀한 공연이 열렸습니다.
아주 작지만 너무 아름다워, 크리스찬도 아니면서 자주 찾는 교회지요.
몇 해 전만해도 맑은 계곡이 그대로 살아있던 고기리라는 마을.
버려진 비닐하우스에 방을 놓아 터를 마련한 옹색한 집들에서
팍팍하고 고달픈 삶이지만 따뜻한 희망을 품고 자라는
우리 고운아이들이 여럿 살고 있답니다.
너무 이쁜 교회 앞마당 별 박힌 하늘이 올려다뵈는 잔디밭에
그 교회 한 식구가 몸담고 있는 극단에서 멋진 인형극 공연을 마련해주셨어요.
찬기운이 그대로 올라오는 잔디밭에 빈 종이상자들만 깔고 앉아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감싸며
실컷 웃고 박수치고.. 모두 하나가 되었던 시간..
앞으로 마을마다 교회나 학교, 공원 같은 곳에서 이렇게
인형극 공연도 좋고, 마을음악회나 시 낭송회, 그림책 읽어주기 같은 자리를
한 번씩 마련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 모두 맑고 고운 마음으로 자라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스노우맨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나절 동네 공원에 마실 나온 아이들이랑 가족들과 함께
그림책 슬라이드나 비디오 한 번 같이 볼 수 있다면 했던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