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인체실험 없이 결론 섣부른 판단"
케이크·사탕 등 가공식품 착색제 논란
"쥐 실험서만 발암물질 검출... 인체와 달라"
캐나다보건부가 미국에서 금지된 합성착색제 적색3호에 대해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같은 물질을 두고 북미 두 국가가 상반된 판단을 내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부는 16일 성명을 통해 에리트로신 또는 FD&C 적색3호로 알려진 이 착색제의 사용을 계속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금지 조치를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금지 결정은 실험실 쥐에서 발견된 발암성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그러나 FDA도 발견된 발암 메커니즘이 쥐에게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호르몬 작용이며 인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캐나다보건부는 결정의 근거로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 합동 전문가위원회의 안전성 평가를 제시했다. 위원회는 인체와 동물 실험 연구들을 종합 검토한 결과 식품첨가물로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적색3호는 주로 캔디, 케이크, 쿠키, 아이싱 등 디저트류에 선명한 체리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인공착색료다. 맥길대학교 연구진은 "안전성보다 영양가 없는 가공식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점이 문제"라며 비트즙이나 베리류 추출물 같은 천연색소로의 대체를 제안했다.
한편 맥매스터대학교 병리분자의학과는 합성착색료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연구팀이 적색40호를 12주간 투여한 쥐 실험에서 장 손상과 대장염 악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캐나다보건부는 "국민 건강이 최우선 과제"라며 "새로운 과학적 데이터에서 인체 위험이 확인되면 식품과 의약품의 착색제 사용을 즉시 중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인체 실험이 윤리적 문제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방적 차원에서 합성착색료 사용을 제한하거나 최소한 경고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연구 자료가 제한적인 만큼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FDA의 금지 조치를 계기로 합성착색료의 장기 안전성 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