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유로존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환율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최근 유로존의 주요국이 금의 보유량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을 돌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금은 예전부터 부富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금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금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자원이 아니다. 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금은 지난 6000년 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오랜 시간 금이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희소가치에 있다. 지금까지 채굴된 금은 대략 17만t에 불과하다. 채굴된 금을 모두 녹여 부으면 길이 50m, 넓이 21m 수영장 세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400온스(약 12.4kg)금괴로 만들어 쌓아 올려도 자유의 여신상보다 작다. 게다가 금을 채굴하는 방법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이는 채굴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채굴에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금은 영구성과 보존력이 매우 높다. 바닷 속에서도 변색되거나 녹슬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원래 의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금은 기원전부터 화폐의 역할을 했다. 금이 포함된 화폐가 처음 사용된 것은 기원전 800년께다. 금은 주권主權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었다.
금 때문에 국가가 쇠퇴하고 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영국ㆍ프랑스 등은 금을 독일군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라밖 은밀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우리도 '한국전쟁' 발생 직후 한국은행 지하금고에 보관하던 금을 해군통제부로 옮겼지만 금괴 89상자 가운데 223㎏을 북한군에게 빼앗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금도 약점이 있다. 무겁다는 거다. 금을 소지하고 유통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그 결과, 19세기 중반~20세기 중반 금을 담보로 지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경제가 가파르게 팽창하면서 충분한 금의 공급이 어려워졌다. 국가들이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금 보유량보다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화폐로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금본위제를 실시했던 영국의 파운드화는 세계 기축통화로 이용됐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기축통화의 지위가 약해졌다. 영국과는 달리 미국은 세계대전 이후인 1944년부터 금본위제를 실시하면서 달러가 글로벌 화폐로의 지위를 얻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던 1971년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금을 소유하는 이유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금본위제가 없어졌고 유용성도 떨어졌지만 금이 가진 희소성과 안전성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금을 보유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무엇보다 금이 지닌 안전자산의 지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불안' '국가 경제위기' '지정학적 이슈' 등이 발생하면 주식이나 통화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확고부동한 안전자산 지위
하지만 금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1997년 IMF 사태를 떠올려 보자. 당시 주식ㆍ부동산ㆍ환율 등 거의 모든 국가 자산이 폭락했다. 하지만 금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금값은 2011년까지 사상 최고 수준인 20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금을 보유하는 둘째 이유는 미국의 통화정책 리스크를 줄여줘서다. 이는 금값과 달러화의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 공급량이 일정해 수급에 의한 변동보다는 가격을 결정하는 달러 유동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등의 이유로 달러를 많이 풀면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하락한다는 얘기다.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미국정부의 통화정책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는데, 금을 보유하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은 절대가치ㆍ절대화폐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등 경제상황이 불확실 할수록 금이 지닌 안전자산의 성격은 부각된다.
또한 역사적으로 보면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 자산인 주식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1970년대, 2008년, 2010년 등 주식 시장 침체기에는 금값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식 사장 상승기인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금값이 약세를 보였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기구가 보유한 금은 3만2000t이다.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미국은 8133t을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독일과 IMF(국제통화기금)가 각각 3384t, 2814t을 비축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2452t)' '프랑스(2435t)' '중국(1054t)' '일본(765t)' 등의 금을 비축하고 있다. 외화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미국은 외화 자산의 71.6%를 금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각각 66.4%, 66.5%에 달한다. 이처럼 외화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을 향한 각국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위스는 지난해 11월 스위스 은행의 금 매각을 금지하고 총 외화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7%에서 20%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국민투표결과 부결됐다. 1040t의 금을 보유한 스위스가 이를 더 확대하려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 경제를 지키고 최악의 경우 경제 붕괴를 막는 중요한 자산이 금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금 보유량 늘리는 세계 각국
다른 국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덜란드는 미국에 보관 중인 금 122t가량에 대한 상환을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으로 송환됐다. 미국과 독일에 금을 보관하고 있는 독일 역시 자국으로 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야당 대표가 해외의 금을 프랑스로 들여올 것과 금 매각 프로그램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유로화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다. 하지만 금 보유량은 104t으로 34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90t을 평균 1628달러에 사들인 결과다. 현재 이 금은 영국은행에 보관돼 있다. 금을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는 금 선물시장이 영국에 있어서다. 최근 금값이 1290달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은행의 금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20%에 달한다. 물론 금 보유는 투자수단보다는 국가의 안전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국민이 장롱에 잠들어 있던 금을 모았던 때를 기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도 금값이 하락할 때마다 꾸준히 보유량을 확대해야 한다. 금 보유 확대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아름다운 곡 들으며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