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부재(不在)
시편 42:1~5
요절:“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편 42:5)
찬송가 456장(거친 세상에서 실패하거든)
이 시편의 저자 고라 자손은 그를 비방하며 조롱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하나님을 열렬히 찾습니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그의 영혼이 하나님을 갈급히 찾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침묵하십니다. 그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의 눈물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가 낙심과 침체의 늪에 빠져 있으며 그 영혼이 불안해하는데도 하나님은 멀리 계신 것 같습니다.
시편 77편의 저자 아삽 역시 환난 날에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으나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을 경험하고 내적 갈등에 빠져서 이렇게 혼잣말로 탄식합니다.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그의 인자하심은 영원히 끝났는가, 그의 약속하심도 영구히 폐하였는가, 하나님이 그가 베푸실 은혜를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가 베푸실 긍휼을 그치셨는가”(시편 77:7~9)
시편 83편 저자 역시 주변의 이방 민족들이 동맹을 맺고 주의 백성이라 자처하는 유다 백성들을 괴롭히며 멸하려고 할 그 때에 하나님께서 잠잠하고 아무런 도움을 베풀지 아니하는 위급한 현실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 탄원하기를
“하나님이여, 침묵하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시고 조용하지 마소서”(시편 83:1)
라고 부르짖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교회와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에 적지 않은 경우에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합니다. 개인적으로 깊은 시련을 겪으며 슬픔과 상실을 경험할 때에, 하나님을 찾으나 하나님은 멀리 계신 것 같고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으신 것 같고 오히려 그의 고난을 즐거워하는 것처럼 생각할 경우도 있습니다.
동방의 의인 욥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그는 딱히 하나님께 잘못한 것이 없는 중인데 갑작스럽게 연이어 닥친 무서운 참사를 겪으면서 깊은 내적 상처와 상실을 경험합니다. 육신의 질병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겪습니다. 절친하였던 오랜 친구들까지 찾아와 그의 상처에 초를 들이붓습니다. 그런 중에 하나님의 위로를 찾으나 하나님은 그를 버려둔 것처럼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계속하여 하나님을 찾으나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한탄합니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아니하며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으로 돌이키시나 뵈울 수 없구나”(욥기 23:8,9)
이렇듯 성경의 기록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열렬히 찾으며 함께 있기를 간절히 구할 때에 정작 하나님께서 그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시며 아예 멀리 계신 것 같은 현상, 곧 하나님의 부재하심을 경험하곤 하는 것이 종종 있는 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주님께서조차 그러한 하나님 아버지의 부재의 그 막막함과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제 육시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 구시까지 계속되더니 제 구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닥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마태복음 27:45~46)
이렇듯 우리 주님께서도 하나님 아버지를 간절히 찾을 때에 하나님께서 멀리 계시고, 그를 외면한 것과 같은 막막함, 절망감을 깊이 체험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면서 깊은 영적 고독의 고통을 겪을 때에 주님께서 우리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누구보다 더 깊이 하나님으로부터 단절된 이 감정을 잘 이해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문을 두드렸으나 문은 꽉 닫힌 채 꿈적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 광막한 광야에 홀로 버려진 듯한 현실, 모든 사람들은 다 평화롭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홀로 사방이 캄캄함에 에워싸인 채 뒤쳐져서 시간을 보내는 고통을 우리가 겪을 때에 주님은 우리의 깊은 절망과 낙심과 외로움을 체험적으로 이미 알고 계신 것입니다.
지금 저 북한의 형제들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부재를 오랫동안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믿음을 버리지 않음은 그들은 또 다른 차원의 성숙한 믿음의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욥이 고백한 바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기 23:10)
는 고백처럼, 길고 긴 하나님의 부재 현실 속에서도 주님은 여전히 우리의 이 깊은 고난을 알고 계신다는 더 성숙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나님의 부재가 계속되고 우리의 끈질긴 기도가 계속하여 거절되는 상황 속에서도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알고 계시고 체험적으로 공감하고 계시고 아파하고 계심을 믿고 고난 중에 조용히 기다리는 자가 됩시다. 하나님께서 멀리 계신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말고 하나님을 기다리고 또 기다립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 하나님의 긴 부재의 시간은 오히려 우리의 믿음을 더욱 깊이,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축복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께서 아니 계신 것 같은 시간에도 하나님께서 여전히 우리를 깊이 사랑하시고 위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조용하지만 거 깊이 일하시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계심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