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주 구성(朔州龜城)
김소월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개벽』 40호, 1923. 10)
[작품해설]
이 시는 ‘삭주 구성’에 대한 그리움을 3음보 율격에 담아낸 작품으로 「산」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ㅣ 그러나 이 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삭주 구성’은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삭주 구성’은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 가다가 비에 걸려 오’는 곳이요, ‘산 넘어 / 먼 육천 리’인 곳으로 꿈속에서도 쉽게 갈 수 없는 ‘불귀지지(不歸之地)’의 장소이다. 그러므로 「산」에 등장하는 ‘삼수갑산’과 더불어 유배지, 불귀지지, 또는 죽음의 이미지를 지닌 공간이다. 이렇게 화자에게 있어서 ‘삭주 구성’이라는 곳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체념의 장소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 곳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님을 둔 곳이길래’ 그 곳을 지향하는 것이다.
비록 ‘산 넘어 / 먼 육천 리’ 인 곳이지만,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일 정도로 그리워하는 곳일 뿐아니라, ‘새들도 집이 그리워 / 남북으로 오며가며’ 하는 것을 바라보며 화자는 귀향에 대한 소망의 의지를 불태운다.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하는 데에서 화자는 그 구름을 타고 어느덧 ‘삭주 구성’ 가까이 가 있는 듯한 꿈에 부풀기도 한다. 이처럼 화자는 ‘삭주 구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음속으로나마 ‘산’을 넘고 있다. 화자가 존재하는 이 곳은 고달픈 행활의 연속인 현실의 공간이요, 임이 없는 부재의 공간임에 배해, 화자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삭주 구성’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임이 계신 곳이자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동경(憧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소개]
김소월(金素月)
본명 : 김정식(金廷湜)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15년 오산중학교 중학부 입학
1923년 배재고보 졸업
1924년 『영대(靈臺)』 동인 활동
1934년 자살
시집 : 『진달래꽃』(1925), 『소월시초』(1939), 『정본 소월시집』(1956
첫댓글
끔에나
날아갈 수 있으려나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필, 건승, 건강과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