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 ●지은이_윤수천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3. 7. 3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91914-43-6 03810/46판(128×188)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당신 만나려고 네 줄 시가 내게로 왔다
윤수천 시인의 4행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짧은 4행시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시편의 주제는 주로 작고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에서 찰나에 건져 올린 깨침 같은 것이다. 네 줄짜리 짧은 시 속에는 삶의 위로와 희망의 힘이 깃들어 있다.
어릴 적에 별이 되고 싶었던 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안 되지, 하고 돌아서는
난 때 묻은 팔십하고도 둘.
―「별」 전문
시인이 처음으로 쓴 4행시다. 시인은 동시와 동화를 쓰는 아동문학가지만 시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었다. 틈틈이 시를 즐겨 쓰고 있었다. 그건 즐거운 외도였고 화려한 나들이였다. 동화로 풀어내지 못한 감정을 시의 체에 걸러내곤 했던 것이다.
시인은 새벽마다 스쳐 지나가는 ‘시상’을 잡아 휴대폰에 저장했다. 이때부터 시인은 시의 주제를 삶 그 자체로 잡았다. 길을 가다가도, 차를 마시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행위가 다 시였다.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 꽃 한 송이
당신!
그 설렘 맞이하라고 아침이면 해가 뜨나 봐.
―「당신」 전문
사는 게 힘들다고?
힘들어야 맛이 나지
고추장을 봐
맵고 짜야 맛이 나잖아.
―「사는 맛」 전문
단시(短詩)는 번뜩이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쓸 수 있는 최소 단위의 문학이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시, 시인이 4행시를 쓰는 이유이다.
가난도 정이 들면 지낼 만해
굳이 내쫓으려고 하지 마
서로 어깨 두드려주고 웃어주고
그렇게 사는 것도 행복한 거야.
―「가난」 전문
집에 담을 두르면
마당밖에 못 가지지만
집에 담을 두르지 않으면
세상 모두가 내 집이다.
―「담」 전문
시골 할머니가 채소 몇 단을 앞에 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자세히 보니 꿈을 꾸고 있다
요것 다 팔면 우리 손자 녀석 운동화 사 줘야지.
―「행복」 전문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시인은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일상에서 삶의 위로와 격려의 힘을 추출하려고 한다. 시가 길어지는 시대, 시인의 짧은 시가 힘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삶이 무엇이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되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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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목련꽃·13
갈대·14
층간 소음·15
이사 떡·16
조용한 버스·17
물수제비·18
팝니다·19
풀잎의 기도·20
잡초·21
골목길·22
밥·23
햇살 한 줌·24
좋은 시·25
공사 중·26
제2부
여행·29
굴렁쇠·30
귀·31
치매·32
거짓말·33
거리·34
착각·35
도깨비와 휴대폰·36
겉과 속·37
상처·38
야구·39
등산·40
등짐·41
터널·42
단역 배우·43
제3부
늙음도 괜찮아·47
검정 고무신·48
문고리·49
그림자·50
다락방·51
슬픈 립스틱·52
별 따기·53
연인·54
파도·55
추리고 나면·56
숲·57
듣고 싶은 소리·58
군밤·59
고향·60
등불·61
제4부
국밥·65
고맙지·66
풀꽃·67
동행·68
끈·69
폭설·70
강아지 엄마·71
그림자·72
시인·73
노래방·74
선물·75
꽃·76
주름·77
가난·78
죽음·79
제5부
꼬리·83
정형외과·84
당신·85
낫·86
연금·87
새벽별·88
허수아비·89
행복·90
외로움과 함께 가기·91
수화·92
엘피 레코드 한 장·93
영웅·94
요양원·95
장사익·96
지하철·97
시인의 산문·99
■ 시집 속의 시 한 편
당신이 오신다기에
등을 달았습니다
멀리서도 보이도록
크고 환한 등을 달았습니다.
―「목련꽃」 전문
■ 시인의 말
나는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든 동화든. 마침 어느 날 새벽에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산사의 종소리처럼 나를 흔들었다. 그건 네 줄짜리 시였다. 여기 묶은 ‘4행시’는 주로 새벽에 써졌다. 아니, 새벽을 타고 나에게로 왔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 읽고 나면 미소 한 줌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시. 이 얼마나 감사한가!
2023년 6월
윤수천
■ 표4(약평)
시집 『늙은 봄날』을 내고 난 며칠 뒤 새벽이었다. 뭔가가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얼른 휴대폰에다 스쳐 지나가는 것을 잡아 저장했다. 네 줄짜리 시였다.
어릴 적에 별이 되고 싶었던 나/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안 되지, 하고 돌아서는/난 때 묻은 팔십하고도 둘.
—「별」 전문
4행시는 그렇게 내게로 왔다. 나는 새벽마다 스쳐 지나가는 ‘번개’를 잡아 휴대폰에 저장했다. 재미있었다. 한 번 재미가 붙자 나는 새벽 외에도 번개를 잡아 저장하기를 즐겼다. 길을 가다가도, 차를 마시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때그때 휴대폰에 저장하는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일었다. 기계에 감사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지 싶다.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 꽃 한 송이/당신!/그 설렘 맞이하라고 아침이면 해가 뜨나 봐.
—「당신」 전문
나는 4행시의 주제를 작고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삶의 위로와 격려의 힘을 추출하려고 한다. 부디 나의 짧은 시가 힘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삶이 무엇이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귀띔해주는 메시지였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의 희망이었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이런 바람을 안고 4행시를 즐겨 쓰고 있다.
_「시인의 산문」 중에서
■ 윤수천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19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1975년 소년중앙문학상 동시,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빈 주머니는 따뜻하다』, 『늙은 봄날』 등이 있고 동화집 『꺼벙이 억수』 시리즈, 『고래를 그리는 아이』, 『로봇 은희』, 『나쁜 엄마』,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푸른 자전거』, 『담구멍 친구 할래요?』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 『아기 넝쿨』, 『겨울 숲』과 산문집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 등이 있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정시학 TV ‘윤수천의 4행시 읽기의 즐거움’ 방송과 경기일보에 동시 소개와 해설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