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다. 오라는 데가 없다. 반가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인데 그 어느 해보다 쓸쓸하다. 코로나19가 일찌감치 설쳐대 사람들이 멀리 피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직접 감염을 시킨다고 무서워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예 나돌아다니지 않으니 만날 수 없고 조용하게 집안에 혼자 있으라고 한다. 이제 5인 이상이 몰려다니면 업소는 300만 원 이하 개인은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만나자고 할 수도 없고 만나주지도 않는다. 혼자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혼자가 되니 좋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아찔하며 불안하다. 서러운 세상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냇가로 나선다. 너마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을 본다. 너도 싫다고 거절하지는 않겠지. 가을 지나 서걱거리는 갈대를 본다. 너는 이런 기분 몰라 무관심하구나. 양지쪽 풀밭에 비둘기를 본다. 먹이 찾기에 바빠 피하지도 않는다. 한 걸음 펄떡이며 모른 체한다. 거리두기에 피하는 것은 아니겠지. 보문산 시루봉을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을 본다. 보고 또 본다고 뭐라 않겠지. 햇볕이 어쩜 저렇게 맑으며, 바람 소리는 어쩜 저렇게 신선하면서, 냇물 소리는 어쩜 이토록 낭랑하지. 소리만으로 속이 뻥 뚫린다. 요즈음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무조건 가지 말라고 한다. 심지어 예식장이나 장례식장도 삼가라고 한다. 50명 이내만 가능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사람을 보면 무조건 멀리하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람보다 자연이 훨씬 정겨우면서 살가운 데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없고 언제나 변함이 없다. 나도 자연 속에 한 개체이다. 밤이면 은은히 밀려드는 불빛에 교회의 십자가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지만 텅 비어 있는 거리 못지않게 너무 외로워 보인다. 아무 말 없이 침묵이다. 창밖의 나무보다 방안에 사람이 외로움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