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제16장(第十六章) 귀신(鬼神)의 덕(德)이 그 지극하다
子曰 鬼神之爲德이 其盛矣乎인저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귀신(鬼神)의 덕(德)이 지극하다."
程子曰 鬼神은 天地之功用이요 而造化之迹也니라 張子曰 鬼神者는 二氣之良能也니라 愚謂 以二氣言하면 則鬼者는 陰之靈也요 神者는 陽之靈也며 以一氣言하면 則至而伸者爲神이요 反而歸者爲鬼니 其實은 一物而已니라 爲德은 猶言性情功效라
정자(程子)가 말씀하였다. “귀신(鬼神)은 천지(天地)의 공용(功用)이요, 조화(造化)의 자취이다.” 장자(張子)가 말씀하였다. “귀신(鬼神)은 음(陰)·양(陽) 두 기운의 양능(良能)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두 기운으로써 말하면 귀(鬼)는 음(陰)의 영(靈)이요, 신(神)은 양(陽)의 영(靈)이며, 한 기운으로써 말하면 이르러 펴짐은 신(神)이 되고, 돌아가 되돌아감은 귀(鬼)가 되니, 그 실제는 한 물건일 뿐이다. 위덕(爲德)은 성정(性情), 공효(功效)라는 말과 같다.
視之而弗見하며 聽之而弗聞이로되 體物而不可遺니라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되, 사물(事物)의 본체(本體)가 되어, 빠뜨릴 수 없다.
鬼神이 無形與聲이나 然이나 物之終始가 莫非陰陽合散之所爲니 是其爲物之體而物之所不能遺也라 其言體物은 猶易所謂幹事라
귀신(鬼神)은 형체와 소리가 없으나 사물(事物)의 시작과 종말은 음양(陰陽)이 합하고 흩어짐의 소위(所爲)가 아님이 없으니, 이는 그 사물(事物)의 본체(本體)가 되어, 사물이 능히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다. 체물(體物)이라고 말한 것은 《주역(周易)》〈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이른바 ‘일에 근간이 된다.’는 말과 같다.
使天下之人으로 齊明盛服하여 以承祭祀하고 洋洋乎如在其上하며 如在其左右니라
천하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齋戒)하고 깨끗이 하며 의복을 성대히 하여 제사를 받들게 하고는, 양양(洋洋)하게 그 위에 있는 듯하며 그 좌우(左右)에 있는 듯하다.
齊(재)之爲言은 齊(재)也니 所以齊不齊而致其齊也라 明은 猶潔也라 洋洋은 流動充滿之意라 能使人畏敬奉承而發見(현)昭著如此하니 乃其體物而不可遺之驗也라 孔子曰 其氣發揚于上하여 爲昭明焄蒿悽愴하니 此는 百物之精也요 神之著也라하시니 正謂此爾니라
재(齊)란 말은 가지런히 함이니, 가지런하지 못함을 가지런히 하여 재계(齊戒)함을 지극히 하는 것이다. 명(明)은 결(潔)[깨끗함]과 같다. 양양(洋洋)은 유동(流動)하고 충만(充滿)한 뜻이다.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공경하여 받들게 하고는, 발현(發見)하고 밝게 드러남이 이와 같으니, 이것이 바로 사물의 본체가 되어 빠뜨릴 수 없음의 징험이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기운이 위에 발양(發揚)하여, 영험이 밝게 드러나며, 쑥 향기가 위로 올라가 사람을 감촉하고, 사람의 마음을 처창(悽愴)[두려움] 하게 하니, 이는 온갖 물건의 정(精)이요, 신(神)의 드러남이다.” 하셨으니, 바로 이를 말씀한 것이다.
詩曰 神之格思를 不可度(탁)思온 矧可射(역)思아하니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신(神)의 이르름을 예측할 수 없으니, 하물며 신(神)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詩는 大雅抑之篇이라 格은 來也요 은 況也라 射은 厭也니 言厭怠而不敬也라 思는 語辭라
시(詩)는 〈대아(大雅) 억편(抑篇)〉이다. 격(格)은 옴이다. 신(矧)은 하물며이다. 역(射)은 싫어함이니, 싫어하고 태만히 하여 공경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사(思)는 어조사이다.
夫微之顯이니 誠之不可揜이 如此夫인저
은미(隱微)한 것이 드러나니, 성(誠)의 가리울 수 없음이 이와 같구나.
誠者는 眞實無妄之謂라 陰陽合散이 無非實者라 故로 其發見之不可揜이 如此라
성(誠)은 진실하고 망령됨이 없음을 이른다. 음양(陰陽)의 합하고 흩어짐이 진실 아님이 없다. 그러므로 그 발현(發見)되어 가리울 수 없음이 이와 같은 것이다.
右는 第十六章이라 不見不聞은 隱也요 體物如在는 則亦費矣니 此前三章은 以其費之小者而言이요 此後三章은 以其費之大者而言이요 此一章은 兼費隱包大小而言이니라
우(右)는 제16장(第十六章)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음은 은(隱)이요, 사물(事物)의 본체(本體)가 되어 존재하는 것 같음은 이 또한 비(費)이다. 이 앞의 세 장(章)은 비(費)의 작은 것을 가지고 말씀하였고, 이 뒤의 세 장(章)은 비(費)의 큰 것을 가지고 말씀하였으며, 이 한 장(章)은 비(費)·은(隱)을 겸하고 대(大)·소(小)를 포함하여 말씀하였다.
---------------------------------
(중용 16장)
子曰:「鬼神之爲德,其盛矣乎。
視之而弗見;聽之而弗聞;體物而不可遺。
使天下之人齊明盛服,以承祭祀。
洋洋乎,如在其上,如在其左右。
자왈 귀신지위덕 기성의호
시지이불견 청지이불문 체물이불가유
사천하지인재명성복 이승제사
양양호 여재기상 여재기좌우
<직역>
스승 말했다(子曰) 귀신(鬼神)의(之) 덕을 행함(爲德)이 마땅히(其) 성(盛) 하도다(矣乎)
그것을 보(視之)나(而) 보이지 않는다(弗見) 그것을 들으(聽之)나(而) 들리지 않는다(弗聞)
사물(物)의 본체(體)이니(而) 버릴(遺) 수 없다(不可)
천하의 사람(天下之人)들이 재계해 깨끗이 하고(齊明) 성대히 옷을 입(盛服)도록 시키(使)고 그리고(以) 제사(祭祀)를 받든다(承)
넘실넘실(洋洋)하도다(乎) 그 위(其上)에 있는(在)것 처럼(如) 그 좌우(其左右)에 있는(在) 듯하다(如)
<번역>
공자 말했다. 귀신의 덕됨이 참으로 성대하도다.
그것을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사물의 본체이니 버릴 수 없다.
천하의 사람들이 깨끗이 재계하고 성대히 옷을 입고 제사를 받들게 한다.
넘실넘실 그 위에 있는 듯하고 그 좌우에 있는 듯 하구나
<해설>
공선생님의 귀신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다. 잡귀를 싫어한다. 또 귀신이나 잘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 존재를 부정하지는 못했다. 공자의 귀신에 대한 태도는 논어 옹야편에 잘 나타나 있다.
‘敬鬼神而遠之’(귀신을 공경하지만 그를 멀리해라)
공자는 귀신이 사물의 본체라고 말하니 귀신을 사물의 氣나 精靈 정도로 보는 듯하다. 제사에서 귀신은 조상신의 氣나 영혼이라고 보는 것 같다. 죽은 자의 영혼이 제사에 실제로 온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해 물었을 때는 약간 다르게 말한다.
未能事人,焉能事鬼(사람 섬기는 일도 능숙치 않는데 어찌 능히 귀신을 섬기겠느냐)
죽음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未知生,焉知死(삶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 논어 선진편
정말 탁월한 생각이신데 왜 저 입장은 더 심화되지 않고 흔들리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당대의 문화의 영향에서 공선생님이 완전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이 더 무리일지도 모른다.
<한자해석>
其(그 기) : 그, 그것, 만약, 아마도, 장차, 마땅히, 이에
遺(남길 유) : 남기다, 두다, 버리다, 잊다, 끼치다, 전하다
齊(가지런할 제/재계할 재) : 제/가지런하다, 단정하다, 오르다 재/재계하다, 엄숙하다
以(써 이) : 하다, 거느리다, ~로써, ~에, ~하여, 그리고, ~와 함께, ~로 생각하다
洋洋(양양) : 한없이 넓다, 넘실넘실하다
如(같을 여) : 같다, 또는, 혹은, ~에, ~듯 하다
<영역>
The Master said, "How abundantly do spiritual beings display the powers that belong to them! "We look for them, but do not see them; we listen to, but do not hear them; yet they enter into all things, and there is nothing without them. "They cause all the people in the kingdom to fast and purify themselves, and array themselves in their richest dresses, in order to attend at their sacrifices. Then, like overflowing water, they seem to be over the heads, and on the right and left of their worshippers.
詩曰:『神之格思,不可度思,矧可射思?』
夫微之顯。誠之不可揜,如此夫。」
시왈 신지격사 불가탁사 신가역사
부미지현 성지불가엄 여차부
<직역>
시경에서 말했다(詩曰) 신의(神之) 다가옴(格)을 생각(思)해도 헤아리고 생각함(度思)이 불가(不可)하네. 하물며(矧) 싫은 마음(射思)이 가능하리(可)
대저(夫) 은미함(微)의(之) 드러남(顯)이여 진실함(誠)의(之) 가릴 수 없음(不可揜)이 이와 같(如此)도다(夫)
<번역>
시경에서 말했다. 신이 다가오는 것도 헤아릴 수 없는데 어찌 신을 싫어할 수 있으리
대체로 귀신의 은밀함도 결국 드러난다. 정성을 가릴 수 없는 이치가 이와 같다.
<해석>
여기서 성(誠)이 무엇을 말하는 지 명확치 않다. 귀신자체를 말하는지 인간의 정성을 말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은데 주자는 이곳의 성(誠)은 진실하고 망령됨이 없는 것인데 음양이 합하고 흩어지지만 실재 존재가 아니라 할 수 없다(誠者 眞實無妄之謂 陰陽合散 無非實者 - 중용집주)라고 한다. 주자는 성과 귀신이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주자는 귀신을 음양의 기운이 합쳐져 그 사물이 태동되게 된 원천기운 정도로 말한다.
이렇게 되면 귀신이란 무엇인가가 다시 헷갈리게 된다. 공자의 귀신과 주자의 귀신은 서로 차이가 있는 듯이 보인다. 귀신을 보는 입장에 따라 성(誠)을 귀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볼 수도 있고, 사물의 근본 기운에 대한 겸허함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실 알 필요도 없어 보인다.
여기에 인용된 시는 시경 대아(大雅 - 주나라의 아악으로 주나라 시조에서 문왕, 무왕까지를 칭송하는 음악이 주류다)편의 억(抑)이란 노래의 한 구절이다. 억(抑)은 매우 긴 시인데 사람의 도리를 설명하고 백성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를 교훈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시로 인용구절은 어두운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으로 신은 언제 올지 모르니 함부로 하지 말아라고 말한 것이다.
맥락상으로는 오히려 愼獨을 설명할 때 인용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 같다.
<한자해석>
矧(하물며 신) : 하물며, 잇몸
格(격식 격) : 격식, 법식, 바로잡다, 다다르다, 연구하다, 겨루다
度(법도 도/헤아릴 탁) : 도/법도, 정도, 도수, 바로잡다 탁/헤아리다, 꾀하다, 재다
射(쏠 사/벼슬이름 야/싫어할 역) : 사/쏘다 야/벼슬이름 역/싫어하다
顯(나타날 현) : 나타나다, 드러나다, 분명하다
揜(가릴 엄) : 가리다, 숨기다, 붙잡다
<영역>
"It is said in the Book of Poetry, 'The approaches of the spirits, you cannot sunrise; and can you treat them with indifference?'
"Such is the manifestness of what is minute! Such is the impossibility of repressing the outgoings of since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