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보는데 갑자기 the wave(디벨레)라는 영화가 생각나서 글을 조금 끄적여 봅니다.
이야기 하기 전에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소속집단은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 준거집단은 자신이 따르거나 행동의 기준을 주는 집단을 말합니다.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이 일치해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연스레 내부에 결집을, 외부에 베타성을 만들어냅니다.
디 벨레는 학교 수업에서 나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학생들과 선생이 실험해본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입니다.
제가 이번에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느낀 것은 '올림픽 세대'와 '권력'이 이 사건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입니다.
올림픽 3위를 이뤄낸 청대출신 선수들은 3년여간을 동고동락해왔습니다.
거기에 홍명보라는 감독은 개인보다는 '팀'을 중시하고 올림픽 선수선발권이라는 '권력'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홍명보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은 준거집단과 소속집단을 일체화하게 되었고, 결국 올림픽 3위를 이루어 내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 베타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림픽 세대 출신 선수들이 국대의 주축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감독과 소속이 달라진 선수들은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에 괴리가 생기고
베타성은 지속됩니다.
이는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게다가 선수들 중에는 아직 사회의 규칙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습니다.
선수들은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사회의 규칙에 적응하는데 시행착오들을 겪고 실수도 합니다.
윤석영은 여기에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성이 쓰레기다, 막장이다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렇게까지 몰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솔했지만요.
문제는 이 집단이 국가대표팀 내부에서 일종의 '권력'을 가지게 된 것 같다는 점입니다.
힘이란 것이 눈에 보이는 공식 직책으로만 결정지을 수는 없는 미묘한 것이기에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럼 최강희라는 '리더'는 일을 제대로 못 한 것이 아니냐.
여기서 최강희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축협은 장기플랜없이 시한부 감독을 데려옵니다. 아마 내부적인 권력욕과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니 넘어가봅니다.
최강희 스스로도 밝혔듯이 최강희 감독은 국대감독을 맡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취임 직전까지도 그런 말을 했고 취임 직후에도 계속 한시직이라고 못을 박은 점, 돌아와서 한 인터뷰들로 미뤄봤을 때
결국 축협의 권력이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문제는 시한부라는 꼬리표를 단 감독에게 힘이 있다고는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지나가는 감독이라는 뜻이고 월드컵 본선에는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책임'만 있고'힘'은 없는 상태라는 뜻
여기에 베타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여론을 등에 업고 어느정도 실질적인 '클래스'를 보유한 선수들의 집단은
내부적으로 감독의 권한, 힘을 그리 큰 존재감으로 느낄 필요는 없음
여론이 감독을 깎아내릴때마다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됨.
최근 여기저기서 이청용 선수를 놓고 설왕설래하는데
그 이유는 이청용선수가 해외파 출신이면서도 비 올림픽팀 출신이라는 위치가 논란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실제로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기레기들이 어느정도 만들어낸 이야기일듯)
본질적으로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그냥 수사학적으로 풀어낸 소설일 듯
결국 이러한 기사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올림픽팀 집단이 다른 선수들, 심지어 이청용같은 해외파들과도
베타성을 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물론 방법은 잘못됨).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한 데에 최강희 감독이 책임을 모두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가장 큰 실책은 그들을 하나로 묶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임시직 감독을 끝까지 마다하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결국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에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시한부라는 단어는 국대 안에서도 그 '힘이 없는 상황'을 계속하게 만들죠.
결국 축협 책임이 크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외부의 압박을 모두 견뎌낸 감독이 대단하다고까지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저런 상황에서 끝까지 완수해내고, 결국 목표까지 이뤄낸 감독(운도 많이 따랐지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올림픽 3위에는 차출에 최대한 협조했던 최강희 감독의 배려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본선행을 이뤄낸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최강희로써는 참 힘든 일일 것입니다.
혈액형 헤프닝은 아마 최강희 감독을 비난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여지를 준 기자의 만행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기사에 싣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기자앞에서 진지하게 할 바보는 세상에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클릭질을 목표로 한 기자의 속셈이 여기까지 보이네요 ㅎㅎ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팬분들이 흔히'기레기'라고 기자들을 비하하시는데 반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결국 그 기자들을 만들어내는 건 독자입니다.
그네들은 그저 돈벌어먹으려고 클릭수를 많이 이끌어내는 기사들을 쓸 뿐이고
그럼 자극적인 기사를 쓰게 될 뿐이고
그런 기사들을 계속 클릭해주니까, 그런 기사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라이트한 축구팬들, 국대 축구만 보는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써야 클릭뷰 숫자가 많이 나올테니까
그런 기사들을 쓰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들만 비난하는 것은 좀 웃긴 면이 있죠
뭐 애초에 최강희 감독 깍아내리는 기사들의 대부분이 그런 태도로 글 쓴게 사실이고 또 클릭해준 것이 사실이니까요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면서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그가 해 온 일들이나 철학들을 보면, 올림픽세대 출신들의 준거집단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그 준거집단도 홍명보가 만들어 낸 것이었으니 문제가 지속될 일은 없겠죠
그리고 제가 본 홍명보는 팀 내부에서 베타성을 띄는 것을 용납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뭐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성용 선수도 아마 윤석영 선수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보는데
두 선수 다 인성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만, 참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네요
첫댓글 책임만 있고 힘은 없다는거에 공감합니다. 문제는 설사 그런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맞는 거겠죠
고참과 올대멤버들을 이어줄 중간 층이 없다는 것도 참 문제죠.
오 좋은글입니다. 추천 꾹
잘 읽었습니다. 흥미롭게 봤고,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