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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물가 상승 계속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대폭 인상
◦ 이집트 인플레이션, 5년 만에 최고치 기록
- 지난 2월 이집트의 인플레이션이 31.9%로 2017년 8월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과 연료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40.26%에 달해 이집트 중앙은행이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를 발표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 식품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 2월 기준 식품 물가는 전월보다 14.4%, 전년 동기보다 61.8% 올랐다. 이집트 금융기업인 EFG 헤르메스(EFG Hermes)의 애널리스트 모하메다 아부 바샤(Mohamed Abu Basha)는 공급 문제와 거래상들의 매점(買占)으로 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 이집트 중앙은행, 물가 상승 잡기 위해 기준금리 대폭 인상
- 3월 30일 이집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0bp(basis point, 1bp = 0.01%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예금 금리가 18.25%, 대출 금리는 19.25%로 정해졌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2024년 4/4분기까지 인플레이션을 7% 선까지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금융 컨설팅 기업인 HC 시큐리티스(HC Securities)의 거시경제 전문 애널리스트인 헤바 무니르(Heba Mounir)는 연료비와 식품 가격 인상,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물가 상승의 근본 요인이 해결되지 않음에 따라 2023년 7월에는 인플레이션이 35.9%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모하메드 압델알(Mohamed Abdel-Aal) 이집트 금융 전문가는 중앙은행이 앞으로도 긴축적 통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는 것이 거시적으로 이집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압델알은 현재처럼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큰 상황에서 지나친 기준금리 인상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더 안전한 자산으로의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외화 부족으로 멈추지 않는 파운드화 추락세, 추가 평가 절하 가능성 커져
◦ 외환보유고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순대외자산(NFA)은 꾸준히 감소
- 지난 2022년 6월 331억 4,000만 달러(한화 약 43조 4,829억 원)로 2017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이집트의 외환보유고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3년 2월에는 34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45조 706억 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2022년 2월 기준보다 14.5% 적은 수준이다.
- 그러나 이집트의 순대외자산 적자는 계속 증가세다. 2023년 1월 전월보다 1,602억 이집트 파운드(한화 약 6조 8,020억 원) 감소해 마이너스 6,544억 3,000만 파운드(한화 약 27조 7,870억)까지 커진 순대외자산 적자 규모는 2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마이너스 7,042억 3,000만 파운드(한화 약 29조 8,945억)까지 늘어났다. 순대외자산은 각종 해외 금융 자산에서 해외 부채를 뺀 것으로, 순대외자산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이집트의 해외 부채가 해외 금융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 순대외자산 적자 증가는 대외 부채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도 4/4분기 이집트의 대외 부채는 직전 분기보다 5.1% 증가한 1,629억 달러(한화 약 213조 7,410억 원)까지 증가했다.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2% 늘었다.
◦ 파운드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며 네 번째 평가절하 가능성 커져
- 외화 부족으로 인해 2022년 3월 이후 이집트 중앙은행은 총 세 차례에 걸쳐 파운드화 가치를 평가절하했고, 2022년 3월 1달러에 15파운드(한화 약 637원) 선이었던 파운드화 가치는 공식 환율로는 1달러에 30파운드(한화 약 1,274원)까지 떨어졌다. 암시장에서는 1달러가 약 35~36파운드(한화 약 1,486원~1,529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이집트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으나, 파운드화 가치를 고정시키기 위한 개입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가 계속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이 네 번째 평가절하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 금융기업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파루크 수사(Farouk Soussa) 애널리스트는 외화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환율을 안정화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라고 지적했다. 파루크에 따르면 그 방법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외화 확보 또는 파운드화 평가 절하 등 중앙은행에 대한 민간 부문의 달러화 수요를 줄이기 위한 구조 개혁이다.
- 아부다비 상업은행(ADCB, Abu Dhabi Commercial Bank)의 모니카 말리크(Monica Malik) 애널리스트는 평가 절하 가능성은 크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환율 자유화, 긴축적 통화정책, 민영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집트 정부, 외화 확보와 물가 상승 억제 위해 안간힘
◦ 이집트 정부, 보조금과 사회복지 예산 확대
- 3월 초 압델 파타흐 엘시시(Abdel Fattah al-Sisi) 이집트 대통령은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를 완화하기 위해 공무원 급여를 월 1,000파운드(한화 약 4만 2,490원), 공공부문 노동자 최저임금은 월 300파운드(한화 약 1만 2,747원) 인상했으며 연금액도 15% 늘렸다. 소득세 면제 기준도 연소득 2만 4,000파운드(한화 약 101만 9,760원)에서 3만 6,000파운드(한화 약 152만 9,640원)로 완화했다.
- 엘시시 대통령은 올해 예산에서 54억 달러(한화 약 7조 821억 원)를 추가로 지출해 임금 인상, 사회복지 확대, 보조금 지급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집트 정부는 또한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 초안에서 식품 보조금은 20%, 석유제품 보조금은 24% 인상했다.
◦ 외화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 및 국적 부여 기준 완화
- 이집트 정부는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 중이다. 이집트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30억 달러(한화 약 3조 9,450억 원)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러시아와 중국, 인도와의 무역에서 달러 대신 루블화, 위안화, 루피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집트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투자 기준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
- 정부 자산을 걸프 국가 등 해외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 체결된 인수합병계약은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66건이었으며, 이 중 40건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기업이 지분 대다수를 매수한 계약이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가 이집트 국영기업 지분 매수에 투자한 액수는 총 31억 달러(한화 약 4조 7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감수 : 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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