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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OPEC+, 원유 감산 결정
◦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 규모 감산 결정
- 4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오펙플러스(OPEC+) 주요 산유국이 자발적으로 원유를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5월부터 2023년 말까지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할 예정이며, 이는 지난 2022년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하루 200만 배럴 감산과는 별도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 사우디 외에 다른 산유국도 감산에 동참했다. 이라크는 하루 21만 1,000배럴, 아랍에미리트는는 하루 14만 4,000배럴, 쿠웨이트는 하루 12만 8,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했으며, 이번에 산유국들이 밝힌 총 감산량은 하루 116만 배럴에 달한다. 여기에 러시아도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밝히면서 지난 10월 합의된 감산량까지 더하면 총 감산량은 최대 366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3.7%에 달한다.
- 감산 발표 이후 유가는 뛰어올랐다. 4월 3일 브렌트유는 직전 거래일 대비 6.3%가 오른 배럴당 84.93달러(한화 약 11만 1,640원)를 기록했으며, 텍사스유 또한 6.3% 상승해 80.42달러(한화 약 10만 5,712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2023년 말에는 95달러(한화 약 12만 4,877원), 2024년에는 100달러(한화 약 13만 1,450원)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감산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제기
- 유가 인상이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 자문 기업인 드베어 그룹(deVere Group)의 나이젤 그린(Nigel Green) CEO는 유가 인상에 따른 생산비와 운송비 인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CEO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 성장도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 4월 3일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이미 고물가로 세계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감산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제임스 블라드(James Bullard)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감산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 사우디, 중국과 경제 및 안보 부문에서 협력 강화 행보
◦ 사우디, 상하이협력기구에 대화 파트너로 가입
- 3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가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 파트너는 의결권은 없지만 정식 회원국으로 승격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사우디의 SCO 가입 문제는 지난 2022년 12월 이루어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우디 방문에서 논의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우디의 SCO 가입 결정은 중국이 사우디에 가진 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걸프 스테이트 애널러틱스(Gulf State Analytics) CEO 조르지오 카피에로(Giorgio Cafiero)는 사우디산 원유 대부분이 서구 국가가 아닌 아시아 국가로 수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 협력 필요성이 사우디가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 중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 SCO 가입 발표에 앞서 아람코는 중국의 롱쉥 석유화학 지분 10%를 36억 달러(한화 약 4조 7,32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롱쉥에 20년 동안 일일 48만 배럴의 원유도 제공하기로 했다. 롱쉥 석유화학의 자회사인 저장 석유화학기업(Zhejiang Petrochemical Corp)이 저우산군도에 위치한 186만 배럴의 원유 보관 장소를 아람코에 제공한다는 합의도 체결되었다. 아람코는 동아시아 시장으로의 원유 수출을 위해 중국 내 원유 보관 장소를 확보하는 데 노력해왔다.
- 아람코는 또한 노스 후이진 케미컬(North Huajin Chemical)과 판진 신청(Panjin Xincheng) 산업그룹과 중국 랴오닝성에 석유화학 및 정제 산업단지를 건설,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연 150만 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아람코가 사우디 외부에 정제소를 직접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 미국 반발에도 이루어진 감산, 사우디가 독자 행보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
◦ 미국, 사우디가 주도한 감산 결정에 우려 표명하면서도 비판 수위는 조절
- 존 커비(John Kirby)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월 3일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감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미국은 감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미국이 사전에 감산에 대해 통보를 받았다고 언급하고 미국과 사우디가 모든 점에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에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의 발언은 지난 2022년 10월 OPEC+의 감산 결정에 대해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강도 높은 반응보다는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감산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4월 4일 발언 또한 사우디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절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 사우디의 SCO 가입에 대해서도 베단트 파텔(Vedant Patel)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하며 각국은 각자만의 외교 관계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은 사우디의 행보에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 사우디의 외교적 행보,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분석
- 사우디의 최근 행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기존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 등 다른 주요 국가와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우디 정치 전문 분석가 나자 알오타이비(Najah Al-Otaibi)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것은 큰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사우디가 안보 협력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최대 경제 협력 대상인 중국과도 관계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카피에로 CEO 또한 세계 질서가 다극적 질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 사우디가 감산과 중국과의 밀착 등의 전략을 통해 자국의 발언력과 영향력을 강화하고 미국에 압력을 넣는다는 분석도 있다. 라이스대학교의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인 짐 크레인(Jim Krane)은 시장 압력이 커질수록 산유국의 지정학적 영향력도 커진다고 지적하고 사우디가 원유 시장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시대가 되었다고 분석했으며, 샤디 하미드(Shadi Hamid)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역시 사우디의 행보가 자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디나 에스판디아리(Dina Esfandiary) 위기관리그룹 연구원은 사우디 등 걸프 국가가 미중 경쟁 구도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 강화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중동에서 반미동맹을 구축하거나 안보 제공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피에로 CEO는 SCO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안보 협력기구가 아닌 경제협력기구라고 지적하며 안보 협력 상대로서 미국의 위치를 중국이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조너선 풀턴(Jonathan Fulton) 대서양위원회 연구원은 중국이 중동 내 갈등과 분쟁에 연루되거나 한 국가의 편을 들어 동맹을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관련 정보]
1. 사우디 정부, “상하이협력기구와 대화 파트너 될 것” (2023. 3. 31)
2. 사우디 아람코, 36억 달러 규모 정유사 지분 매입하며 중국과 협력 강화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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