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로맨스 (A Little Romance)
1979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로이 힐
음악 : 조르주 들르뤼
출연 : 다이안 레인, 델로니오스 베르나르, 로렌스 올리비에
아서 힐, 샐리 켈러맨, 브로데릭 크로포드
'리틀 로맨스'는 아역스타 출신 다이안 레인의 데뷔작입니다. 14살의 나이에 출연한 영화지요. 1980년대 10대 아역스타 4인방이 인기를 모았는데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그리고 다이안 레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이안 레인은 좀 인기가 처지는 4번째 였고, 나머지 3인이 호각지세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 3인처럼 다이안 레인은 우리나라에서 책받침 스타, 연습장 스타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건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브룩 쉴즈는 '끝없는 사랑'으로 소피 마르소는 '라붐2'로 피비 케이츠는 '그렘린즈'로 개봉작이 있었는데 다이안 레인은 '리틀 로맨스'와 '아웃 사이더'가 모두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아웃 사이더는 아주 뒤늦게야 개봉했지요) 그리고 브룩 쉴즈는 '블루 라군'을 통하여, 피비 케이츠는 '파라다이스'를 통하여 전라 연기를 보였고, 그 영화들이 불법 비디오로 돌면서 나름 '섹시 아이돌'로 명성을 얻었고, 소피 마르소도 일찌감치 벗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다이안 레인은 섹시어필에서 뒤쳐졌습니다. 물론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가 개봉되면서 흥행에 성공하여 나머지 3인이 이루지 못한 국내 흥행영화의 주역이 되었지만 여전히 인기는 그들 3명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인생을 오래 살아봐야 아는 것, 브룩 쉴즈는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고 부터 연기자로서 급 내리막길을 걸었고, 피비 케이츠는 케빈 클라인과 결혼한 이후 사실상 은퇴하였고, 다이안 레인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중견연기자가 될때까지도 꾸준히 작품을 남기며 장수하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며 미국의 세 아이돌 여배우 중 최종 승자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소피 마르소만이 주연배우로 꾸준히 영화출연을 하는 장수 인기배우가 되었고 좋은 작품도 많이 남겼지요.
'리틀 로맨스'는 제목처럼 어린 아이들의 풋풋한 로맨스를 다룬 내용입니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와 좀 유사한 느낌이지요. 파리와 베로나, 베니스를 오가며 펼쳐지는 유럽에서의 소년 소녀의 로맨스 입니다. 프랑스에 온 미국 가족과 파리의 어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13살된 다니엘은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아들로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머리가 좋고 분석력이 뛰어난 비범한 소년이지요.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서 줄줄 꿰고 있고 특히 로버트 레드포드를 좋아합니다. 다니엘은 영화 촬영장에서 우연히 로렌(다이안 레인)이라는 또래의 미국 소녀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립니다. 로렌 역시 비범한 소녀로 어린 나이에도 철학책을 읽는 등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이 똑똑한 두 아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둘은 단박에 끌리고 친해집니다. 하지만 로렌의 어머니 케이(샐리 캘러맨)는 남성편력이 강한 꽉 막히고 사치스런 여자였고, 가난한 외국소년인 다니엘을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반면 그녀의 세번째 남편이자 로렌의 계부인 리처드(아서 힐)는 이해심많고 자상한 사업가였습니다. 로렌과 다니엘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줄리어스(로렌스 올리비에)라는 노인을 알게 되는데 줄리어스는 입담이 쎈 낭만적인 노인이었고, 두 아이는 줄리어스로부터 베니스의 탄식의 다리에서 키스하면 영원한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리처드가 미국 휴스턴으로 발령이 나자 로렌 가족은 미국으로 곧 떠아야 할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로렌은 떠나기 전 다니엘과 베니스의 탄식의 다리에 가서 키스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 여비도 없고, 어른이 동행해야 국경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둘은 줄리어스에게 로렌의 아픈 어머니를 만나러 베니스에 가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함께 베니스에 가기로 하고, 로렌이 모은 용돈을 경마에 베팅하여 여비를 마련합니다. 이렇게 해서 한 노인과 두 아이의 베니스로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아이가 사라지자 케이는 로렌이 유괴된 줄 알고 난리를 피우고, 목격자들에 의해서 줄리어스와 셋이 여행하는 걸 알게되는데 줄리어스의 정체는 사기꾼에 소매치기 전과자였습니다.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리게 된 줄리어스, 과연 경찰의 추적을 뚫고 아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베니스의 탄식의 다리에 갈 수 있을까요?
똑똑한 두 아이가 국적과 신분을 초월해서 서로에게 끌리고 영원한 연인이 되기 위해서 베니스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으로 명성을 크게 얻은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영화인데 두 영화가 '영화속 영화'로 등장하여 감독이 직접 자신의 전작들을 이 영화를 통해서 홍보하는 셈입니다. 주인공 소년 다니엘이 로버트 레드포드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설정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페이 더너웨이와 공연한 '콘돌'을 보러 갔다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못 들어가는 장면도 나옵니다. 영화촬영 장면에서 40-50년대의 성격배우이자 아카데미 수상배우이기도 한 브로데릭 크로포드가 실제 본인 역으로 등장합니다.
프랑스 소년과 미국 소녀가 의사소통이 되는 방식은 다니엘은 할리우드 영화광이다 보니 영화를 많이 보면서 영어를 습득했고, 로렌은 프랑스에 3년 살아서 프랑스어를 잘하는 것으로 설정됩니다. 두 사람은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합니다. 다니엘 역을 연기한 아역배우가 영어를 꽤 능숙하게 구사하지요. 다이안 레인도 불어를 잠시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꼬마와 함께 여행하는 노인으로는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하여 노익장을 과시하는데 겉모습은 그럴싸한 노신사이고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낭만적 노인역할입니다. 넉살좋은 노신사를 연기하지요.
우리나라에는 개봉되지 않았는데 초기에 성숙한 섹시 10대로 어필한 브룩 쉴즈나 피비 케이츠와 달리 다이안 레인은 그야말로 청순하기 이를데 없는 10대 중반 여학생 그 자체의 모습입니다. 어릴때도 이목구비는 꽤 또렷하여 어른이 되면 오히려 더 미인이 될 얼굴상입니다. 이 영화가 브룩 쉴즈나 피비 케이츠의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더 높고 굉장히 풋풋한 작품이라 오히려 배우로서 출발점은 좋았지만 작품의 복이 없어서인지 다이안 레인은 20대 초반까지 별로 두드러진 성장을 못했습니다. 데뷔작에서 조지 로이 힐 같은 일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고, 로렌스 올리비에 같은 대배우와 공연하는 건 굉장한 행운이었지만. 이후에도 프란시스 코폴라, 월터 힐, 다니엘 페트리 등 이름있는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성과는 시원찮았습니다. 이런 지지부진은 20대, 30대를 지나면서도 계속 되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영화출연을 쉬지 않으면서 메이저 영화 조연배우 등으로 명맥을 이어나가며 현재까지 중견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단명한 브룩 쉴즈나 피비 케이츠보다는 확실히 더 배우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다이안 레인과 공연한 다니엘 역은 프랑스의 델로니오스 베르나르 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는데 이후 정식 배우로 활동하진 않았습니다. 당시 16살의 나이에 비해서 덜 자란 느낌의 소년이었고, 천상 아역배우로 머무를 타입이었습니다.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 이후로 중견배우까지 활동을 했지만 남자 아역배우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10대 중반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둘이 키스장면도 있고, 나름 꽤 진지한 로맨스를 펼칩니다. 어떻게 보면 속물적이거나 주책없는 어른들보다 더 성숙하고 의젓한 느낌도 들고. 세상은 비범한 두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면도 은근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영화지만 파리의 개선문, 그리고 이탈리아의 베로나, 베니스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럽 관광영화이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풋풋한 낭만적 로맨스 동화라고 할 수 있지요. 관록의 70대 명배우와 갓 데뷔하는 풋풋한 10대 아이들 둘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아이들 로맨스입니다. 나름 완성도있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ps2 : 다니엘이 본인은 보기 라고 처음에 소개하는데 다이안 레인의 이름이 로렌 이어서 로렌 바콜과 험프리 보가트를 비유한 이름입니다. 험프리 보가트를 '보기'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로렌 바콜과 험프리 보가트는 실제 부부였고, 험프리 보가트가 1957년 사망할때까지 함께 살았죠.
ps3 : 70년대 프랑스에서 미국영화를 자막이 아닌 '더빙'으로 상영하는게 특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영화를 늘 자막상영했는데.
[출처] 리틀 로맨스(A Little Romance, 79년) 다이안 레인의 풋풋한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