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풍경
원인 모를 병에서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세 살 무렵에
저는 외가로 가게 되었습니다.
붉은색 포대기에 싸여 엄마 등에 업혀 간
그때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업마는 외가에 도착하자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를 달래려고
---"가게 가서 과자 사 올게"
하고는 대문 밖을 나섰습니다.
그때 어린 저는 그 순간
황급히 뛰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한 짐을 덜어놓은 듯
홀가분해하는 마음을 보았던것 같습니다.
엄마가 휑하니 신작로를 지나 멀어지고
골목길에 남은 저는 어린 나이에도
---'아, 나는 이 세상에 혼자구나' 하고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뒷모습을 보인 채 행하니 가는
젊은 여인이 어쩌면 내 엄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집안일과
농사일을 해야 하는 외할머니에게
저는 또 다른 짐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있는 일은 누구에게서든
두 번 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암전하게
행동하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말고는
저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새벽 일찍 밭에
나가는 할머니를 따라 들판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도 새우깡 한 봉지를 움켜쥐고
매일 들판을
돌아다니며 혼자 놀아야 했습니다.
들판에 홀로 버려진 아이였지만
외할머니한테마저 외면 당하지
않기 위해 혼자 노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눈앞에 청개구리가 나타난 날은
청개구리와 숨바꼭질하며 하루를 보냈고,
무당벌레가 보이는 날은
무당벌레와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봄이 되면 피어나는 새싹을 보며 신기해했고,
들판과 냇가에
핀 꽃의 향기를 맡으며 뛰어다녔습니다.
가장.좋았던 때는
일을 마친 할머니와 어스름 내리는 논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가을 저녁이었습니다.
집에 가까워지는 동안
황금색 들판의 물결과 붉게 물든 노을이 배어 있는
풍경은 어린 저에게
대단히 신비롭고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때의 놀라운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고,
힘들고 외로울 때
꿈속에 나타나 지친 저의 영혼을 위로해줍니다.
그렇게 외가에서 몇 년을 보낸 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부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막의 영혼
집에 돌아온 뒤에는 다시는
잡에서 쫒겨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러다 아홉 살 겨울방학때
어쩌면 제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독감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크게 염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저는 앓아누웠고,
먹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 등에 업혀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독감을 심하게 앓는다며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졌습니다
몸을 음직이지도 못하고 종일 방 안에서
혼자 천장만 보며 누위 있어야 했던 두 달 동안,
확연히 인식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체험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체험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독한 감기약만 먹고 누위 있는 동안
머리는 빙글빙글 돌고 정신은 어느새 아득해졌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몽롱한 시간이 길어지자
본능적으로
정신을 차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순간 갑자기 제 의식이 형광등 갓 위에
쌓여있는 먼지를
그 위의 공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형광등 갓 위에
세월만큼 쌓인 먼지를 보는 순간
---" 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그 순간 제 의식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습니다.
그때 처음 유체이탈 체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의식이 몸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본능적으로 의식이 몸안으로 빨려 들어왔고,
팔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순간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은 가게를 하셔서 제 곁을 지켜줄 수 없었습니다.
밤에 정신이 조금 돌아올 때
부모님께 낮에 경 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부모님은 제가 너무 아파
정신이 혼미해진 것이라며 예사로 넘기셨습니다.
그런데
그 체험을 시작으로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닌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점점 더 특이한 차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체험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두운 사막을 떠돌던 해골 무리들이었습니다.
분명히 방 안에 누워 있는데도
저는 어느새 다른 공간,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매일 보였던 장면은
칠흑같이 어두운 사막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 모래폭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코 이탈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대열을 갖춘 해골 무리가
모래쪽풍 속에서 나타나 제 쪽으로 결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무서웠지만
그런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들의 몸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만지는 순간 해골들은 순식간에
먼지처럼 허물어져 모래폭풍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그와 비슷한 장면이 매일 반복되듯 나타났습니다
훗날 선생님과 공부하게
되면서 그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이었고
제가 그들을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또 어느날은 우주공간을 유영하기도 했고,
빛으로만 이루어진
지구와는 전혀 다른 행성에 가 있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제 육신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의식은 여러 차원을 여행하며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그때의 체험들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몸져누있던 그 시기에 겪은 영적 체험들이
저에게 물질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의
통로를 열어놓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에 저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키 큰 남자를 자주 보았는데,
그 사람이 주위에서 항상
저를 내려다보면서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대학을 졸업할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병은 개학 즈음 거짓말처럼 나았습니다
돌 무렵 병치레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 문득
자리에서 일어날 수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보니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 다.
다시 일상을 되찾으면서
유체이탈이나 환시 같은 현상도 완전히 사라졌고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한 아이로 돌아왔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자 아플 때 열렸던
다른 차윈으로의 통로는자연스럽게 단혔고,
그 이후로 오랫동안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 생활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그 특이한 체험들도 단지
몸이 너무 아파
나타난 환상 정도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그 시기를 지난 이후로 잠이 들면 꿈속에서
제 의식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일이 흔해졌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꿈은 저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었는데,
어린 시절 밀양에서 본
붉은 저녁노을을 늘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의 꿈에서는 가장 외로웠을 때
저와 같이 놀아주던 작은
청개구리와 빛깔이
예쁜 무당벌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존재들과 대화하면서
자연과 생생하게
교감하는 법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비록 제가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는 꿈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통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