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론, 尹에게 도움 안 된다
검사 선후배가 대통령-집권당 대표인 게 정상인가
한동훈은 총선 뛰거나 공정 회복의 키맨 역할해야
아직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인사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내년 3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여의도, 용산 어디 가나 전대 이야기다. 여기서 뽑히는 당 대표가 내후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권한도 막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대 이야기의 핵심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한 장관의 차기 총선 출마설이 나왔는데 전대가 임박하니까 당 대표 차출설로 바뀌었다. 얼마 전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 불을 지피더니, 최근 두 차례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현재 거론되는 대표 후보군에 대해 “성에 안 찬다”고 한 게 기폭제가 됐다. 주 대표는 이 말을 하며 황교안 나경원 전 의원과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권영세 의원뿐 아니라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을 거론했다. 그렇다 보니 신중한 성격의 주 대표가 ‘윤심’을 두 차례 듣고 한 말인 만큼 자연스레 “다음 대표는 한동훈인가?”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권에서 한동훈 대표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오죽 대표감이 없어 답답하면 저럴까 싶기도 하면서도, 한국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선보다 몇 배는 복잡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스스로 어떻게 정치를 이렇게 쉽게 여기느냐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론이 현실화될 경우 거론될 수 있는 리스크와 우려는 대충 잡아도 크게 3가지다.
우선 정치 경험이 없는 절친한 검사 선후배가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가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미칠 영향이다. 일사불란한 당정 관계를 넘어 당정대 협의는 따로 할 것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에 대한 여당의 건설적 견제는 지금보다 어려워진다. 정치 생태계가 검사라는 특수 직역이 절대 우세종이 되면서 인재풀의 다양성이 더욱 파괴된다.
둘째, 여야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한 장관이 대표가 되면 안 그래도 협치의 씨가 마르고 정면충돌만 하는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협치가 안 되는 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탓도 크지만 한 장관이 여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는 측면도 있게 된다.
셋째, 차기 총선 공천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누구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한 장관이 당선 가능성만 보고 시스템 공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윤심을 아니까 공천 잡음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천은 온갖 요소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는, 고도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정치 이벤트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들이 감별사 운운하면서 공천을 주무르더니 결국 선거 패배와 탄핵으로 이어졌다. 공천은 법무장관이 검찰국장 도움받아 하는 검사 인사 발령과는 다른 것이다. 총선 전략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게 엉키면 아무리 뒤늦게 책략가를 데려오고 이미지 메이킹을 해도 소용없다.
지금 거론되는 당 대표 주자들이 한 장관보다 더 낫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권이 차기 총선을 이겨 윤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모하고 싶다면 한동훈은 다르게 쓰여야 한다. 법무장관이나 다른 장관을 더 거쳐 공정과 상식 회복의 키맨으로 활약하거나 정치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당 대표보단 총선에 직접 후보로 나서는 게 순서다. 아무리 한 장관이 똑똑해도 정치, 하물며 당 대표는 머리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승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