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mp3
며칠 전 삽교천에서 조개구이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생각나서 석화 한 꾸러미를 샀다.
그런데 참 싸기도 하다.
식당에서 조개구이 먹을 때보다 서너배는 싼 것 같다.
허나 둘째는 석화찜에 관심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 둘이서 먹는 수 밖에...
엄마 젖 맛이 난다고 너무 맛있다니까 남편이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한다.
두 번에 걸쳐 찜해 먹고도 절반이 남아 배추된장국에 넣으려고 석화를 쪘다.
찌고 나서 알멩이를 고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모니카 제자인 시인 정재출님께서 선물한 전재덕 3집 앨범을 두 번 들으며 알멩이를 골랐다.
그러다 석화 안에 어린 새끼 게가 들어있는 것을 몇 개 보았다.
살짝 집어 입에 넣어보았다.
참 부드럽고 맛나다.
이것이 새끼게에게 어떤 상황일까?
석화가 입을 벌려 새끼게를 먹이감으로 유인했을 것이다.
석화속으로 들어온 새끼게는 석화의 체액(?)으로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게가 소화되기 전의 상황일까?
그걸 내가 먹었다.
석화 입장에서 보면 먹을 찰나에 사람에게 잡혔을 것이다.
석화의 행복한 순간이 어찌어찌하여 나에게 왔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부터 전재덕 콘서트에 초대되어 가고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나를 알 리는 만무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무료 초대 콘서트에 전재덕 이야기가 나오고 나는 무조건 응모했다.
그리고 운 좋게 당첨이 되어 남편과 가서 훌륭한 연주를 감상했다.
물론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안타까웠다.
오랜만에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하는 시기가 마침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였기 때문이다.
콘서트장의 분위기는 온 국민의 슬픔과 역행할 수 없었다.
혼자 환호하는 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하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곡이 흐른 후, 다행히 여느 콘서트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했다.
연주 CD는 사지 못했지만, 지리산에 갔을 때 계속 하모니시스트 전재덕을 생각했는데, 마침 평생교육원 제자가 이 CD를 선물하는 것이다.
하모니카 배우며 관심있어서 샀는데 초보인 자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선생님께 더 유용할 것 같다며...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간간이 주방 옆 작은 카셋트에 넣고 밥 지을 때 듣고 있다.
석화가 먹을 새끼게가 나에게로 와서 달콤한 일상이 되었다.
물론 둘은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경우란 걸 안다.
첫댓글 겨울하면 석화...
굴찜,굴구이,굴전,굴밥,굴회,참 맛나고 영양도 만점이다.
진주는 안 들어 있던가요?
하지만 굴을 소재로한 글을 맛깔나게 써 주신 정숙샘이 더 맛깔납니다.
네. 권선생님, 지금이 석화철인가봐요^^
진주 대신에 두번째사진처럼 대여섯 석화속에 새끼게가 들어있더라구요.
사진상에 진주 비스름하게 보이네요^^
모두 제 뱃속으로 들어갔지요.
얼마나 부드럽고 맛나던지요^^
문샘 글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잔잔함이 있어요 살다 보면 순간이 바뀌어 생각치 못한 인생이 되는
일 허다하지요? 어쩌다 굴 속에 들어간 게 그것을 문샘이 굴과 게 둘다 먹게 되어 이 글을 쓰게 되는
그래 또 우리가 읽게 되는 일 순간 포착 잘 읽었습니다 ^^
6기 장회장님 댓글읽고 공감으로 소통하는 기쁨이 느껴져요.^^ 글쓰는 매력인가봅니다^^
편안한 휴일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