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장망혜는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창자가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단가 중의 하나입니다. 죽장망혜는 명창들이 애창하는 곡입니다. 대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자연 속에 들어가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 것과, 유명한 고사와 한시, 지명, 인명 등을 원용하여 도가적(道家的) 이념의 세계를 종횡하는 과정, 이 두 가지의 주제가 노래에 복합되어 있습니다.
인용된 지명이나 인물, 고사, 한시 등은 요즈음의 상식으로는 백과사전의 항목만을 늘어 놓은 정도의 가사입니다. 따라서 원전을 모르고 앵무새처럼 따라서 부르다 보면 와음(訛音)이 일어나 결국에는 수리수리마수리 수수리사바하 같은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말이 되겠지요.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지금 들으시는 노래의 사설 중에도 허유와 소부는 뒤바뀌어 있습니다.
사설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하여 한자를 병기했으며, 개인적인 견해까지 포함하여 가능한 대로 주석을 붙였습니다. 사설이 원전과 다른 경우, 원전이 분명하거나 와음으로 판단되면 원전을 참고하여 수정하였으며, 잘 안쓰는 사투리는 일부 표준말로 교체했습니다. 사설 속에는 숨겨진 뜻이 더 있을 것입니다. 짐작이 안가는 부분은 후일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중모리]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을 들어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 여산(廬山)이 여기로구나.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옛말로 들었더니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下落九天)은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라.
그 물에 유두(流頭)하여 진금(塵襟)을 씻은 후로
석경(石逕)산 좁은 길로 인도한 곳을 내려가니
저익(沮溺)은 밭을 갈고 사호선생(四皓先生) 바돌을 뒨다.
죽장망혜단표자: 대지팡이와 짚신 한 개의 표주박의 의미로 길 떠날 때의 간편한 차림새
여산(廬山): 중국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산의 이름
비류직하삼천척: 내리 쏟아지는 물줄기는 길이가 삼천 자,
의시은하락구천: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네. 이백(李白)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 나오는 구절임
유두(流頭)하여 : 머리를 감어
진금(塵襟): 티끌로 더러워진 옷깃이라는 뜻으로, 속된 마음이나 세속적인 생각을 이르는 말.
석경: [石徑/石逕] 돌이 많은 좁은 길.
저익(沮溺): 공자 외전 미자(微子)편에 밭갈이 하는 은자 長沮와 桀溺 두 사람을 말함
사호(四皓)선생 : 상산사호(商山四皓)를 이름이다. 진(秦)대에서 한(漢)대에 걸쳐 생존했던 은사(隱士)들로서 동원공(東園公), 각리선생(角里先生),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등 네 사람을 말함. 진나라 때 상낙산(商雒山)에 피난해서 바둑을 두면서 은거해있었고 네 사람의 나이가 모두 80 이상인데다가 눈썹이 희었기 때문에 상산사호라고 불렸다. 한고조가 선비를 박대한다고 세상에 나가기를 거절했으나, 후에 장량의 계책에 따라서 태자 유영(劉盈)이 네 사람을 나오게 해서 자신을 보좌하도록 했다.
기산(箕山)을 넘고넘어 영수(穎水)로 내려가니
허유(許由)는 무삼일로 팔 걷고 귀를 씻고
소부(巢父)는 어이하여 소 고삐를 거사렸나.
창랑가(滄浪歌) 반겨 듣고 소리 쫓아 내려가니
엄릉탄(嚴陵灘) 여울물은 고기를 낚는 어옹 하나
양의 갖옷을 떨어트리고 벗을 줄을 모르는구나.
기산영수: 중국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산과 강의 이름
소부와 허유: 요(堯)임금이 허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허유는 이를 사양하고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하여 기산의 영수에서 귀를 씻었으며, 하류에 있던 소부는 더러운 말을 씻어낸 영수의 물을 자기의 소에게 먹이지 않겠다고 한 옛날 일
창랑가: 굴원의 어부사에서 따온 단어
엄릉탄: 엄자능(嚴子陵)이 고기 낚던 여울로 중국 절강성(浙江省) 남쪽에 있음. 엄자능은 東漢 光武帝의 제의를 뿌리치고 富春山으로 들어가 여생을 보낸 은사
갖옷: 가죽 털옷
떨어트리고: 헤어져 구멍이 나게 하고
오호라 세인기군평(世人棄君平) 미재(美哉)라. 군평역기세(君平赤棄世)라
황산곡(黃山谷)을 돌아드니 죽림칠현 모았드라
영척(寧戚)은 소를 타고 맹호연(孟浩然) 나귀 타
두목지(杜牧之) 보이랴고 백낙천변(白樂川邊)을 찾어가니
장건(張騫)의 승사(乘駟)로다 여동빈(呂東賓) 백로타고
맹동야(孟東野) 너른 들의 와룡강(臥龍崗)을 당도하니
학창의(鶴氅衣) 흑대(黑帶) 띠고 팔진도(八陳圖) 축지법(縮地法)을
흉장만갑(胸藏萬甲)을 한 연후로 초당에 앉아 졸며 대몽시(大夢詩)를 읊네 그려
君平 姓이 嚴이요, 이름은 遵, 君平은 字. 漢人으로 成都市에서 占筮를 잘해서 예언을 하면 세상 사람들이 믿지 않았으므로 君平이 또한 세상을 버렸다
황산곡(黃山谷): 송나라 시인 소식의 제자 황정견(黃庭堅)을 지명으로 원용
영척(寧戚): 춘추전국시대 인물. 길가에서 소의 뿔을 두드리고 白石歌 노래를 하던 노인을 관중이 은자임을 알아보고 제(齊)의 환공(桓公)에게 천거하여 대부가 되었음
맹호연(孟浩然) 나귀타고: 당나라 때의 시인 맹호연(孟浩然)이 패교(覇橋)를 건너 설산에 들어가 매화를 찾아 다녔다는 고사
두목지(杜牧之): 중국 만당전기(晩唐前期)의 시인
백낙천변(白樂川邊): 시인 백거이의 이름을 강의 이름으로 원용
장건(張騫): 전한 시대 서역을 개척한 외교가
승사(乘駟): 사(駟)는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 마차를 타다
여동빈(呂東賓): 동정호에서 학을 타고 놀았다는 당나라 팔선인의 하나.
맹동야(孟東野):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를 들판의 이름으로 원용
와룡강(臥龍崗): 제갈공명의 초가집이 있는 곳. 삼고초려의 장소
학창의(鶴氅衣): 솔기를 검은 띠로 댄선비가 입는 긴 겉옷. 검은 띠가 학의 털과 유사하여 학창이라고 함.
흉장만갑: 가슴 속에 만가지 둔갑술을 지니고 있다
대몽시(大夢詩): 諸葛亮이 지은 詩.
大夢誰先覺 平生我自知 草堂春睡足 窓外日遲遲
커다란 꿈을 누가 먼저 깨달았을까 나 스스로도 평생 알아가네
초당에서 봄 잠을 늘어지게 잤는데도 창 밖의 해는 더디기만 하구나
물외협경(物外狹逕) 다 버리고탄탄대로(坦坦大路) 내려가니
문수(汶水)에 배를 타고 이천(伊川)으로흘려저어
명도(明道)에게 길을 물어 채석(采石)을 한가지로
염계(濂溪)를 나려가니 사서삼경(四書三經)
예기(禮記) 춘추(春秋) 집주(集注)만 내시더라
호걸지풍(豪傑之風)이요 성현지학(聖賢之學)이라
고래천지기천년(古來天地幾千年)인고금성옥진(金聲玉振)이 여기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물외협경: 塵世 밖의 좁은 길을 말함. 즉, 聖人의 道가 아닌 外道, 異端이란 뜻
이천(伊川) : 姓은 程, 이름은 이, 字는 正叔, 號는 伊川. 明道先生의 동생. 道學君子이므로 형제를 兩程이라 이름. 사람 이름 이천을 강으로 원용하여 배를 탄다는 것으로 서술
명도(明道): 위 伊川의 형. 姓은 程, 이름은 顥, 字는 伯淳, 號는 明道. 河南人. 宋 神宗 때 大賢人으로 벼슬이 宗正寺丞에 이르렀고 <定性書>를 지어 우주의 본성과 사람의 性이 꼭 같은 仁임을 주장하였음. 文廟配享됨. 이름 자 道에 빗대어 성인의 길을 묻는다는 것임
채석: 이태백이 술에 취해 달을 건지려 들어 갔다 빠져 죽은 곳 채석기(采石磯)
염계(濂溪): 중국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頥). 당대(唐代)의 경전 주석의 경향에서 벗어나 불교와 도교의 이치를 응용한 유교 철학을 창시하였다. 계곡 이름으로 원용.
집주(集注): 古書의 문귀를 풀이하여 後人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
고래천지기천년(古來天地幾千年)인고: 옛부터 있어온 세상은 몇 천년이나 되었는고
금성옥진(金聲玉振): 중국 고대음악에서 편종의 쇠종을 쳐서 시작을 알리고 편경의 옥을 울려 끝을 알렸다. 始終이란 뜻으로 論語의 金聲始條理也 玉振終條理也 에서 따온 말. 아름다운 가락이나, 사물의 완전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기도하.이 사설에서는 대자연에 귀의하여 사는 삶이 완전하다는 뜻으로 쓰인 말임
첫댓글 감사 합니다...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잘보고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