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이세돌 9단(오른쪽)과 중국의 구리 9단이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전 기자회견에서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를 나누고 있다.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전야 기자회견 이세돌-구리, 상대방 치켜세우기로 호흡 가다듬기
"좋은 바둑을 두지 않고는 우승하기 어렵다. 한 판 두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분류한다면 (우승보다) 좋은 바둑을 두는 것이다." (이세돌 9단)
"같은 생각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바둑을 두고 싶어한다." (구리 9단)
정말 승패보다 내용이 더 중요할까. 근래 이세돌 9단의 인터뷰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내용이 충실한 바둑을 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솔직한 속내일까. 상금 3억원과 월드바둑챔피언이 걸려 있는 승부에서도 그러할까. 더욱이 숙적과의 대결인데 말이다. 이세돌은 또 그렇다고 말했다.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전 기자회견이 22일 오후 5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결승전 주인공을 비롯해 주최사 비씨카드의 이종호 사장, 주관사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 주관방송사 바둑TV 김계홍 사장이 참석했으며, 그 밖에도 조훈현ㆍ유창혁 상임이사와 취재진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예비 소집장'의 분위기는 세기의 결전을 앞둔 승부사 같지 않았다.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도 비치지 않았고 그저 묻는 말에 웃으면서 답하고 '승패 떠나 좋은 바둑'을 여러 차레 강조했다. 회견은 만찬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세돌-구리의 결승전은 23일부터 바둑TV 스튜디오에서 5판3선승제로 벌어진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는 1분 3회. 비씨카드배 협력사 한게임바둑은 관련 소식과 함께 유명 해설진의 화상생중계로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드릴 예정이다.
■ 결승5번기 일정 및 화상 해설자(낮 1시, 바둑TV 스튜디오) ㆍ제1국 4월 23일(토) : 박승철 7단(모든 대국의 중계는 14시 30분부터임) ㆍ제2국 4월 24일(일) : 김성룡 9단 ㆍ제3국 4월 26일(화) : 윤성현 9단 ㆍ제4국 4월 27일(수) ㆍ제5국 4월 28일(목)
○●… 이세돌 9단에 대한 질문
구리 9단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고 하는데.
100%는 아니더라도 80%는 된다. 지금까지 22판을 겨뤄 11-11을 기록했지만 중요한 대국에선 거의 패해 빚이 굉장히 많다. 이번에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도록 하겠다.
비결을 세워 두었는가.
준비는 했지만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실전을 통해 보시라.
두 기사는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지금까지 술자리를 가진 적 있는지. 없다면 앞으로 그럴의향이 있는가. 아울러 상대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내가 중국어를 못 하고 구리 9단이 한국어를 잘 모르니 교류하기는 쉽지 않지만 술자리는 갖고 싶다. 구리 9단이 워낙 세기 때문에 주량에선 내가 접혀야 할 것 같다. 바둑적인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고 호걸풍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적인 면에서도 닮고 싶은 점이 많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친구다.
지긋지긋할 만큼 많이 만나고 있다. 각자 결승 상대로 정해졌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많이 두었다고 말할 수 없다. 앞으로 더 많이 두어야 하니까.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은 그렇고 예전에 이창호 9단과 대국할 때 그랬듯이 지금은 구리 9단과의 대국이 가장 즐겁다. 승패를 떠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신예를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일까.
너무 좋은 기사들이 많아 어려운 질문인데 굳이 한 명만이라면 박정환 9단이다.
평소 이세돌 9단은 인터뷰 때마다 승패보다 좋은 내용의 바둑을 강조해 왔다. 이번 결승전은 우승 상금이 자그마치 3억원인데 솔직히 우승이 먼저인가, 좋은 바둑이 먼저인가.
좋은 바둑을 두지 않고는 우승하기 어렵다. 이번 한 판을 두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분류한다면 좋은 바둑을 두는 것이다
●○… 구리 9단에 대한 질문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은 두 기사다. 앞으로 술자리를 마련할 의향이 있는지. 아울러 상대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이세돌 9단이 너무 겸손하게 말해 주었다. 이세돌 9단이야말로 내가 계속해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델이다. 베이징에 자주 와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이 통한다면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없다.
현재 세계바둑계의 타이틀 분포를 볼 때 절대강자가 없는 형국이다. 랭킹을 매긴다면 몇 위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음... 톱3 정도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이다. 이세돌 9단은 그중에서 맨 앞에 있지 않나 싶다.
지긋지긋할 만큼 많이 만나고 있다. 각기 결승 상대로 정해졌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지긋지긋하다는 말은 잘못 됐다. 매우 기쁘다. 2년 전 LG배 결승전을 벌인 이후 이세돌 9단이 휴직하는 바람에 상실감이 컸다. 평소 따라가야 할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자 내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지금은 목표를 다시 찾은 기분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신예를 한 명만 꼽는다면.
한국에서 박정환 9단이 핵심적 인물이다.
좋은 내용의 바둑과 우승, 어느 것이 먼저인가.
이세돌 9단과 같은 생각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바둑을 두고 싶어한다.
○●… 이종호 사장에 대한 질문
기력은 얼마나 되시는가. 비씨카드가 KT로 통합되면서 대회가 계속 이어질지 모두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대학 입학 후 늦게 배웠지만 바둑을 매우 사랑한다. 기력은 3급 정도인데 책이나 매체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보는 실력은 아마1단은 된다고 본다. 대회의 지속 여부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 국민들의 성원과 중국, 일본 등 국제적 성원이 어떻게 되느냐가 앞으로의 발전에 키 포인트다.
두 기사 모두 조각 같은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구리 9단은 훈남이고 이세돌 9단도 야성미를 지녔다. 우승자를 비씨카드 모델로 발탁할 의향은 없는가.
그렇지 않아도 스태프들에게 질문을 해봤다. 고려해 볼 사항이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두 기사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면.
사전에 각본을 썼더라도 이처럼 안 됐을 빅매치가 이뤄졌다. 두 기사는 양국을 대표하는 수퍼스타일 뿐 아니라 각각 1회 대회와 2회 대회의 우승자 간의 진검승부이다. 정말 멋진 승부를 보여주길 당부드린다.
▲ 100여명이 참석한 기자회견장의 전경.
▲ "세계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기까지에는 진심으로 우리 바둑을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셨고,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알려주시는 데 힘써주신 기자 여러분들과 명승부를 연출해 주신 전세계 프로기사님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라는 이종호 사장의 인사말.
▲ 왼쪽부터 구리 9단, 이종호 사장, 이세돌 9단.
▲ 한게임바둑을 통해 실시한 우승자 맞히기 이벤트의 집계 현황.
▲ 스코어를 맞힌 응모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푸짐한 선물을 증정한다.
▲ 비씨카드가 마련한 고급 만년필을 기념품으로 받고 있는 두 대국자.
▲ 연구생 5명에게 꿈나무 장학금이 전달됐다.
▲ "두 기사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의 건배 제의.
▲ 만찬 도중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의 자리로 다가가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펼치자"라며 환담을 나누고 건배를 했다.
첫댓글 두 기사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 훈훈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