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째 목수 집안
고1 때 자퇴해 일 배워
일당 4만원에서 시작해 현재 30만원
외국에서 목수는 선호 직업 중 하나다.
로봇이 따라할 수 없는 유망직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노가다'로 부르며 천하게 여기는 시선이 있다.
한달에 1000만원을 버는 청년 목수가 있다. 연봉 1억2000만원.
막 승진한 대기업 임원과 맞먹는다.
16년차 베테랑 김동혁(32)씨는 일당 4만원으로 목수를 시작했다.
이게 매년 1~2만원씩 오르더니 지금은 30만원이 됐다.
하루에 현장 2~3곳을 다니기도 한다. 해가 지면 칼퇴. 이 정도면 ‘신의 직업’이다.
“너저분한 공사판을 말끔한 건물로 완성할 때 느끼는 희열. 저만 알 수 있는 감정이죠.”
누구보다 이 일을 귀히 여긴다. 청년 목수 김씨를 만났다.
◇3대 째 목수일, 친숙한 공사현장
목수라고 다 같지 않다. 가구를 만드는 소목수, 목조 주택을 세우는 한옥 목수,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 목수 등 10여 종류의 목수가 있다. 김씨는 내장 목수다.
상가 내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맡는다.
“20평짜리 작은 상가는 3~4일 정도 걸리고, 대형 매장은 4~6주 정도 걸려요.
일거리가 있으면 목수끼리 연락해 모여 일하죠.”
김씨 집안은 대대로 목수일을 했다. 할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김성기(61)씨는 4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현역이다.
김씨는 어릴 적 공사현장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돈을 벌어야 겠다” 고1때 목수일 시작
김씨 아버지는 자주 사업을 벌였다. 잘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고깃집∙백화점 푸드코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가정은 더 기울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기로 했다. “한 학기 학비가 50만~60만원이었어요.
돈이 없어서 못 냈는데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 앞에서 면박을 줬어요.
너무 서러워서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한거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현장에 나가 목재를 나르고 허드렛일을 했다.
몸에 붙이는 파스 개수가 늘어났다. “목수가 그래요. 부자 간에도 일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아요.
6개월 동안 청소만 했어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울 수 밖에 없었죠.”
현장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다.
수많은 전문 용어와 수학적인 계산이 난관이었다.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면 측량법∙타공법 등에 능숙해야 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었어요. 배울 때마다 새로웠죠. 너무 힘들어 말없이 짐 싸서 새벽에 도망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며칠 만에 제 발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별 말없이 다시 일을 가르쳐주었다.
◇ 디자인∙경영 공부하며 잠시 외도
몇 년을 일하고 군대를 다녀 오니 자신감이 붙었다. 2008년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시도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사장을 만난 게 계기였다.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 인테리어 등을 돕기로 했다.
밤에는 디자인∙경영공부를 병행했다.
“아버지와 일하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아버지가 맡는 건물들은 디자인이 예쁘지 않았어요.
다양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1년 만에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 미래가 불안해졌다. 그 무렵 방송에 출연했다.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까워 사무실 안에 만든 0.5평짜리 집 때문이었다.
“원래 사무실 한쪽에 칸막이로 조그만 방을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지붕도 얹고 창문을 내고 있더라구요. 집이 됐죠.”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별난 사람’으로 제보했다.
방송을 본 다른 목수가 김씨에게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했다. 1년 만에 목수로 돌아왔다.
◇목수의 3조건: 깐깐함∙의사소통 능력∙인내심
이제 김씨는 '좋은' 목수다. 해외에서도 부를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검정고시’를 보라며 아우성이었던 친구들은 어느덧 ㄱ자도 꺼내지 않는다.
흔한 자격증 하나 없이 오로지 현장에서 승부한 게 비결이다. "책으로 배운 것은 필요없어요.
현장에서 5년은 일해야 직업이 목수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김씨가 말하는 좋은 목수의 조건은 3가지다. 첫째가 작은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깐깜함이다.
김씨는 현장에서 감리 역할까지 맡는다. 철거부터 목재∙천장, 바닥∙전기, 배관∙가구∙외부 디자인 등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인 인테리어를 한다.
둘째가 의사소통 능력이다. 동료·클라이언트와 소통을 잘해야 좋은 인테리어를 할수 있다.
김 씨는 사람 만나면서 하루 5~6잔의 음료를 마신다.
셋째가 ‘끈기와 의지’다. “힘들고 어렵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직업입니다. 관심 있다면 저를 보고 도전하세요.” 이제 김씨는 목수를 향한 세상의 편견과 싸운다. “해양 연구원으로 일하던 친구가 이 일을 하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가족들이 뜯어말리는 바람에 포기했죠. 제자를 몇 번 받은 적이 있는데 못하겠다고 나가더라고요. 가구 쪽은 그나마 인식이 괜찮은데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는 아직 인식이 안 좋아요.”
목수 일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50평짜리 카페 한 가운데 커다란 유리 상자가 있어요. 그 속에서 목수일을 하는 제 모습이 보여요. 그 주위를 둘러싼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있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고,
사람들은 그런 제 모습을 퍼포먼스로 여겨요. 60대 정도 되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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