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아, 극락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 보리 나무를 보고는 세 가지 법인을 얻게 된다. 첫째는 음향인이요, 둘째는 유순인이요, 셋째는 무생법인이다. 이러한 이익을 받는 것은 모두 무량수불의 위신력과 본원력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아난아, 타화자재천에서 잡히는 풍류는 인간세계 임금들이 잡히는 풍류보다 몇 천억 갑절이나 더 훌륭하거니와, 이 극락세계의 보리나무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풍류는 타화자재천의 풍류보다 몇 천억 갑절이나 더 훌륭하다. 이 극락세계의 여러 가지 물건에서 저절로 잡혀지는 풍류는 모두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듯이 들려서, 마음이 즐겁고 화락하기는 시방세계의 여러 가지 풍류 가운데 제일이 되어 있다.
그리고 또 강당이나 궁전들은 모두 칠보로 되어 있으며, 진주와 명월주로 보배 장막이 되어 덮이어 있고, 그 궁전의 안과 밖에는 보옥으로 된 연못이 널려 있으니, 그 넓이와 길이와 깊이는 모두 꼭 같아서 십 유순도 되고, 이십ㆍ삼십 유순도 되며, 혹 백ㆍ천 유순도 된다. 그 가운데는 팔공덕수가 가득하였으며, 그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으되 은못에는 황금 모래가 깔리고, 자금 못에는 백옥 모래가 깔리고, 수정 못에는 산호 모래가 깔리었으며, 혹은 여러가지 보배가 섞여서 되기도 하였고, 그 연못 언덕에는 전단 향나무가 있어 맑은 향기를 풍기고, 물 위에는 붉고 희고 누르고 푸른 여러 가지 아름다운 연꽃들이 찬란하게 피어 덮여 있다.
극락세계의 보살이나 성문들이 그 연못에 들어가면, 감로수 같은 물이 그네들이 생각하는 대로 되어, 발등까지 잠기기를 원하면 발등까지 잠기고, 허리까지 잠기기를 원하면 허리까지 잠기고, 목까지 잠기기를 원하면 목까지 잠기고, 다시 처음대로 되기를 원하면 또 그렇게 된다. 덥고 차기도 원하는 대로 되며, 몸만 씻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까지 깨끗하게 씻어진다.
그리고 그 맑은 물은 바닥의 모래까지 사무쳐 보이며, 잔잔한 물결이 가볍게 흐르면 그 물결에서는 여러 가지 음성이 흘러나와서, 부처님 소리와 법문 소리와 스님네 소리와 고요한 소리와 대자대비한 소리와 그 밖의 여러 가지 법문 소리가 듣고 싶은 대로 들리며, 그 소리를 듣는 이는 한량없이 기쁘고, 마음은 깨끗하고 욕심이 없어지고, 고요하고 진실한 이치를 따르고, 여러 부처님의 공덕과 보살과 성문의 도를 수순하게 되며, 삼악도의 괴로움은 이름도 들을 수 없고,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 소리만이 들린다. 이러한 즐거움이 한량없으므로 이 세계를 극락세계라고 일컫는다.
아난아, 극락세계에 가서 나는 이는, 훌륭한 몸과 신통한 공덕을 갖추었으며, 그 궁전과 의복과 음식과 여러 가지 장엄은 타화자재천과 같이 아름다우며, 또 끼니때가 되면 칠보로 된 바리때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가득 담겨 저절로 앞에 와서 놓이되, 이 세상과 같이 먹는 것이 아니요, 그 빛만 보고 냄새만 맡으면 자연히 배가 부르며, 식욕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일이 끝나면 그릇과 음식은 어디론지 가 버리고 만다.
극락세계는 이렇게 평화롭고 깨끗한 쾌락이 열반 경지와 비슷하며, 그곳에 있는 보살과 성문과 하늘 사람들은, 지혜가 한량없고 신통이 자재하여 모두 평등하여 조금도 차별이 없지마는, 다른 세계를 수순하기 위하여 하늘 사람과 인간 사람의 이름이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얼굴이 단정하고 태도가 안름다워 세상 사람도 천상 사람도 아니며, 모두 하염없는 법신과 그지없는 즐거운 몸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은 또 쉬운 비유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못생긴 거지가 임금님 곁에 앉아 있으면 그 모양이 보기에 어떠하겠느냐?"
아난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모양은 더럽고 누추하여 비유해 말할 수가 없겠나이다. 그 위신의 높고 낮음은 백천만억의 곱으로도 비유가 되지 않겠나이다. 거지는 가장 천한 사람이므로 의복은 남루하고 음식은 겨우 연명이나 할 정도요, 여위고 파리하여 사람의 값이 없사오니, 이런 인간은 전생에 욕심에 눈이 어두워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한 것이 없고, 나쁜 짓만 한 탓으로, 죽어갈 때에는 그 많은 재물도 소용이 없고, 태산 같은 죄업만 걸머지게 되어 지옥이나 아귀로 다니다가,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훌륭하고 높은 까닭은, 전생에 자비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였으므로, 천상에 나서 한량없는 복락을 누리다가, 다시 인간에 날 적에는 왕가에 태어나서, 자연히 존엄하고, 용모는 단정하고 의복과 의식은 비길 데 없으니, 저 거지와는 상대가 될 수 없나이다."
이에 부처님은 그 말을 옳게 여겨 다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네 말이 옳다. 그러나 아무리 위풍이 높은 임금이라도 전륜성왕에 비하면 엄청나게 다른 것은 마치 저 거지가 임금님 곁에 앉은 것과 같다. 그러나 또 아무리 훌륭한 전륜성왕이라도 도리천왕에 비하면 천만억 분의 하나도 따를 수 없고, 도리천왕도 타화자재천왕에 비하면 더욱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아난아, 그러나 아무리 기고만장한 타화자재천왕일지라도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이에게는 미칠 수가 없는 것은 몇천만억 분의 하나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은 또 설법을 계속하시었다.
극락세계에 가서 나는 이들의 의복ㆍ음식으로부터 궁전ㆍ누각에 이르기까지, 그 훌륭한 장엄과 아름다운 음성은 그 거룩한 몸에 잘 어울리고, 무수한 보배는 곳곳마다 생각하는 대로 나타나며, 땅 위에는 보배로운 옷이 깔리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공중에는 금실과 은실로 짠 보배 그물이 덮이었으며, 가지각색의 진주 영락으로 장엄하였고, 사방에는 보배 풍경을 달았는데, 번쩍이는 광명이 휘황찬란하며, 덥지도 춥지도 않고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은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면, 보배 그물과 보배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풍류가 들리고, 맑고 고운 향기를 풍기어, 그 풍류를 듣고 향기를 맡는 이는 번뇌 ㆍ걱정이 저절로 사라지고, 화창한 바람이 몸에 부는 대로 한량없는 쾌락을 느끼게 된다.
2 또 맑은 바람이 연꽃을 불어다가 땅 위에 뿌리면, 여러 가지 빛깔이 보기 좋게 어울려 어지럽지 아니하고, 맑은 향기를 토하는 위로 밟고 지나가면, 아래로 네 치쯤 오므라들었다가 발을 들면 다시 올라오며, 그 꽃이 필요가 없게 되면, 땅 속으로 들어가 비로 쓴 듯이 없어지고 마는데, 하루에 여섯 차례씩 되풀이한다.
또 화려한 연꽃이 극락세계에 가득히 피었으며, 연꽃송이마다 백천억 꽃잎이 있고, 그 광명은 한량없어 푸른 빛깔에는 푸른 광명이 나고 흰 빛깔에는 흰 광명이 나고 하여, 이렇게 붉고 누르고, 자 빛ㆍ연분홍 여러 가지 빛깔과 여러 가지 광명이 찬란하게 번쩍여, 햇빛보다 더 밝으며, 꽃송이마다 삼십육백 천억 광명이 솟아나오고, 광명마다 삼십육백 천억 부처님이 나타나시면, 몸은 붉은 금빛덩이로 상호는 특별히 뛰어나며, 다시 부처님마다 백 천 광명을 놓으시어 시방세계 중생들에게 미묘한 법문을 말씀하시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부처님 세계로 인도하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