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두 글자가 혀 밑에서 연탄으로 굳는다
뱉으면 까만 가루가 날릴까 봐
손끝만 베베 꼬는 가게 문턱
엄마는 오늘도 부재중
됫박이 쌀을 깎아 담는 동안
주인의 연필이 치부책 위에
엄마 이름을 한 줄 더 눌러 심는다
"또 느그 엄마 앞으로 달아놓으끄나"
쌀자루를 안고 돌아서면
뒤통수에 박히는 도깨비바늘
만날 외상으로 가져가는 아이,
떼어낼 손이 없어 그대로 달고 뛴다
골목은 한 걸음에 끝까지 내달려도
자루 귀퉁이로 싸라기가 새고
새는 자리마다 풀씨가 떨어져
달아놓은 이름들이 담장 밑에 줄줄이 돋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골목이 통째로 치부책으로 펼쳐질 것 같아서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면
긁히는 소리 끝에
뒤통수 어디쯤이 따끔,
다 갚고도 못 뗀 도깨비바늘
첫댓글 예전에는 외상이 흔한 시대가 있었지요.
그 말 자체도 정겹게 전해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외상 유년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나는 마음의 외상들이 많아요.
요즘도 외상으로 물건을 건네는 가게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작품을 읽은 소감은 외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