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순득(1777~1847)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

[권혁철]

지인이 보내준 '따뜻한 하루' 라는 글에서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사람은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그 일례로 전라남도 신안에 살고 있던 문순득(1777년~1847년)의 얘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1801년 12월, 24살의 청년이었던 문순득은 흑산도 인근에서 홍어를 사고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거친 풍랑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탄 배는 망망대해를 2주일이나 표류하다가 낯선 섬인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똑똑한 문순득은 8개월을 머물면서 일본말과 풍습을 배우면서 빠르게 적응했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중국으로 가는 당시 일본 류큐 왕국의 조공선에 탑승해서 가는 방법이었다

1802년 10월, 문순득은 중국을 향하는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풍랑을 만나 동남쪽으로 표류해 열흘 후 배가 필리핀 루손 섬에 표착했다.

영리한 사람이었던 그는 9개월간 그곳에서 머물며 현지어를 익히고 당시 스페인 점령지였던 그곳에서 서양 문물을 열심히 배웠다.

그 후 문순득은 마카오, 광저우, 난징, 연경을 거쳐 조선 관리를 따라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가 고향에 돌아온 건 1805년 1월 홍어를 사서 배에 오른 지 3년 2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의 이야기는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정약전이 쓴 '표해시말(漂海始末)'에 기록되었으며 책 속에는 문순득의 체험과 정약전의 실학 정신이 잘 드러나 있고 200년 전의 일본, 필리핀, 마카오, 중국의 풍속, 의복, 집, 배, 언어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되었다.

문순득은 조선 시대 신분 구조인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가장 낮은 상인이었다.

그 때문에 글을 잘 쓰지 못해, 정약전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남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문순득이 당시 실학자였던 정약용의 형으로 흑산도에 머물고 있던 정약전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소중한 표류기는 땅에 묻혔을 것이고 그의 이름은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자주 만나는 이웃, 가족, 친지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는 무슨 도움을 주고 나는 그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우리는 정약전 같이 주변인들에 도움을 주는 자리에 서야겠다는 생각이다.

♧페이스북 친구 심재화님의 페북 글을 퍼왔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