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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
귀신을 불러 귀신과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이 주문.
가운데에 흰 종이를 올려놓고 두 사람이 빨간색 볼펜을 같이 쥔 다음에 주문을 왼다. 그리고 귀신에게 질문을 한다. 질문이 맞을 경우에는 흰 종이에 O 가 그려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X 가 그려진다. 또한 시간을 물으면 직접 숫자를 쓰기도 한다 ...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 분신사바 분신사바 ..."
"오늘 오실건가요?"
"... ... O ... "
"언제 오실건가요?"
"12 ..."
아이들은 한 순간에 입을 벌리며 경악하기 시작했다. 밤 12시, 이 시간은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죽었던 바로 그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0.5층의 엘리베이터 3 : 분신사바 2
"야야 ... 너희들 ... 뜬금없이 왠 분신사바냐?"
오현주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분신사바를 외고 있는 두 여학생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두 여학생은 계속해서 분신사바를 외고만 있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 오잇데 구다사이 ... 분신사바 분신사바 ... ..."
자율학습이 끝나기까지는 이제 5분 전. 평소 같았으면 모두들 가방을 싸고 서로 빨리 나가려고 분주해 있을 반 분위기가 찬 물을 맞은 듯 굉장히 엄숙했다. 살벌한 냉기마저 허공을 꿰뚫기까지 했다.
"당신의 나이는 몇 살 인가요 ? ..."
계속되는 두 여학생의 질문. 이번에도 빨간펜은 망설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학년 1반의 거의 모든 아이들은 이미 분신사바를 외는 두 여학생 주변에 모여있었다. 모두들 숨죽인 채로 두 여학생이 잡고 있는 빨간펜을 주시했다.
"1... 1살??"
손미경이 말했다. 급한 성질의 미경은 빨간펜이 바로 한 획 그어지자 마자 입을 연 것이다.
"아, 기다려 봐... 설마 한 살 짜리 애기가 사람을 죽이겠냐? ..."
옆에 있던 부실장 민규가 말했다. 민규의 말에 아이들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빨간펜은 위에서 아래로 한 획을 긋더니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한 획을 그어 버리는 것이었다.
' ㅣ 다음에 ㅡ 획 ... "┗" ㄴ 흰 A4용지 종이에는 ㄴ 자의 모양이 그어져 있었다.
"어, 어머 ... 죽음의 사(四) ?? ..."
마지막 한 획이 그어지기 전에 이미 성질이 급한 미경은 답을 맞춰버렸다. 아니, 이미 모든 아이들은 4 라는 것을 확실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경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ㄴ 자의 ㅡ 부분 바로 정 중앙에 위에서 아래로 긋는 획이 하나 그어졌다. ┼ ... 즉, └┼ 이런 모양이 완성 된 것이었다!
"허, 헐 ..."
남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멍한 표정으로 4 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또 어떤 여자 아이들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광희였다. 오늘 새벽 엘리베이터에 꼭 가겠다는 약속을 해버린, 바로 광희였던 것이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 오잇데 구다사이, 분신사바 분신사바 ..."
아이들이 놀란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게 두 여학생은 또 다시 분신사바를 외기 시작했다.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그 여학생 주변에 더 몰려들기 시작했다.
"분신사바 ... 오늘 ... 일을 하실건가요? ... ..."
일. 일 ... 일을 하겠냐는 질문이었다.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떠도는 영혼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 살인라는 것일까?
"뭐? 이, 일이라니... 서, 설마... 살인을 하겠냐는 ...?"
오현주가 잔뜩 겁먹은 얼굴 표정을 지으며 공포에 굳어버린 입술을 움직였다. 현주의 말에 옆에 있던 미경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 살인을 하겠냐는 거겠지? ..."
순간 또 다시 엄청난 공포가 몰아 닥쳤다. 오후에는 그렇게 덥던 여름 날씨도, 밤이 된 지금은 굉장히 쌀쌀했다. 어둠을 가르는 매마른 바람 소리가 아이들의 귓가에 맴돌 뿐이었다.
[휘이잉 - ...]
그렇게 살인을 하겠냐는 질문을 한 지, 30초 정도가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빨간펜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두 여학생의 손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 또한 함께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만해!! 씨팔 이딴게 뭐 어쨌다고!!"
급기야, 엄청난 공포에 질려버린 광희는 특유의 다혈질 성질을 드러내며 광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필통을 들고와서 빨간펜을 잡고 있는 한 여학생의 손등을 쳐버렸다.
[탁 -]
"아아! ..."
필통은 정확히 분신사바를 외던 한 여학생의 손등을 쳐버렸다. 그러자 그 여학생의 손은 빨간펜을 잡은 채로 한 바퀴 돌더니 볼펜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그러나, 하얀 종이에는 O 와 비슷한 형태의 동그라미가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헉! ... "
광희는 하얀 종이를 보고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필통으로 빨간펜을 잡은 여학생의 손등을 쳐버린 바람에 그 여학생이 잡고 있던 볼펜까지 함께 움직이면서 반원을 그려버린 것이었다.
"저, 저것도 ... 오[O]로 봐야하나 ? ..."
현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가만히 속삭이 듯이 말했다.
"아, 아마도 ..."
그 옆에 있던 실장 지현이 조용히 대답했다.
[띠리리리리 -]
광희의 핵핵거리는 숨소리와 종소리가 온 교실을 울렸다. 2학년 1반을 제외한 다른 반에서는 야자가 끝났다는 종소리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 밖을 뛰어나갔다. 하지만 2학년 1반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렇지 못했다. 마치, 귀신이 교실에 있는 것 처럼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아무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 ...
그렇게 3분 후.
"야야! 빨리 독서실 가야지!? 가자 가자!"
"어? 맞다! 빨리 가자!! 키키킥... 분신사바. 그거 다 뻥이야. 키키.."
"그래, 그딴게 어딨냐? 그래봤자 다 미신? 그딴거지. 키키킥"
"야,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차 가겠다! 빨리 가자 빨리!!"
선규를 비롯한 몇몇 남자 아이들이 분위기를 바꾸며 교실 밖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평소가 다름없는 모습으로 교실 문 밖을 나가기 시작했다.
"광희야? 너 엘리베이터에 갈거니?"
실장 임지현이 광희에게 물었다. 그리고 지현의 옆에는 미경, 현주, 영아,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서 있었다.
"뭐, 뭐?"
광희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댓구를 했다. 분명히 광희도 겁에 질렸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방금 야자시간에 했던 약속─밤 12시 5분에 엘리베이터에 가겠다는 말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설마, 약속도 못지키는 건 아니겠지?"
지현이 광희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남자 하면 광희 아니니? 호호, 설마 ... 과학적 근거도 없는 분신사바 따위 때문에 안 간다고 하겠니? 그것도 사내 대장부가?"
옆에 있던 고영아가 지현의 말에 힘을 가(加)해주며 광희의 심기를 더욱 건드리기 시작했다.
광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분명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야하는 것인가,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광희의 눈에 연수가 들어왔다. 무표정의 상태로 있는 연수의 얼굴 ... 연수에게 그렇게 강한척이란 강한척은 다 했는데, 내가 여기서 안 간다고 하면, 연수같은 하찮은 새끼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 나약한 주제에 깝치는 새끼 정도로 생각하겠지? ...
광희는 연수를 계속 쳐다보다간 다시 지현을 보며 말했다.
"왜? 그까지 분신사바 때문에 내가 안 갈 것 같냐? 간다 가! 니네 보러 와라. 12시 5분까지 '다동'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라. 안 오면 나 혼자 바로 할거니까."
광희는 이렇게 말해 놓고 연수와 함께 교실 문을 빠져나갔다. 그런 광희의 뒤통수를 대고 지현이 크게 외쳤다.
"걱정마시지? 우리는 12시까지 가 있을거야!"
광희가 나가자 지현과 그녀의 친구들은 나갈 준비를 했다. 교실에 있는 전등불도 하나만 남겨둔 채 모두 꺼버렸다. 모두들 가방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현주는 아직까지 가방을 의자에 걸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현주가 자신의 자리에 있는 가방을 가져가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 !!
"꺄아- ! ... "
지현, 미경, 영아 셋이서 앞문 쪽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현주의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가 흘러 나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 현주의 목소리였다!
"뭐, 뭐야!! 왜 그래!?"
다른 아이들이 뒤 현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현주는 입을 막은 채, 겁에 질린 눈망울을 지으며 교실 바닥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던 것이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 분신사바 분신사바 ..."
지현과 미경, 아영도 현주가 보고 있던 바닥을 보며 눈을 번쩍 뜨고 놀라 버렸다. 바닥에는 방금 분신사바를 외던 두 여학생이 다리를 쪼그린 채 앉아, 서로 마주보며 빨간펜을 든 채로 분신사바를 계속 외고 있던 것이었다. 불이 꺼져버린 뒷 문 부근, 살기가 느껴지는 바로 그 공간에서 ...
"얘, 얘들아 ... 너희는 집에 안가니?"
지현이 다소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하지만 두 여학생의 대답은,
"분신사바 ... 일을 당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
아영이 두 여학생의 주문을 듣고 조용히 지현의 귀에 속삭였다.
"누, 누구라면 ... 혹시 누구를 죽일건지 그거 아니야? ..."
"마, 맞는 것 같은데? ..."
지현과 아영이 속삭이고 있는 사이, 이미 두 여학생이 쥔 빨간펜은 떨리기 시작했다.
... 1분이 흘렀지만 글씨는 쓰여지지 않았다. 다만 그 떨림이 더욱더 심각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빨간펜은 미친 듯이 발광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타닥 - 타타타닥 - 타타타타탁 타타타다닥- .....]
"어, 어머!! 저, 저 펜좀 봐!! ... 어머 ..."
현주는 뒷걸음질을 하면서 눈물을 흘릴 듯한 목소리로 펜을 쳐다봤다. 빨간 펜은 두 여학생의 손에 잡힌 채로 미친 듯이 날뛰며 하얀 종이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쟤, 쟤네 일부러 저러는거니? ..."
이번엔 간 큰 미경도 두려운 듯 속삭였다. 미경이 말을 다하는 바로 그 순간!
[탁-]
발광하며 움직이던 빨간펜이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두 여학생은 부러진 빨간펜을 잡은 채로 다시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얘, 얘들아 ... 괜찮아? ..."
지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빨간펜이 부러졌어. 우리 아랫 부분에 있던 빨간펜은 어디있니? ..."
분신사바를 외던 한 여학생이 조용히 물었다.
"그, 글쎄 ... 어머, 야야! 빨리 가자! 벌써 10분이나 지났어 ... 으응? 빨리 가자!! "
미경이 뒷문을 열고 빨리 나가기를 재촉했다. 그러자 분신사바를 했던 두 여학생은 아무말 없이 가방을 든 채로 유유히 불이 꺼진 복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현과 그 친구들도 누군가에게서 도망치 듯이 빨리 교실문을 열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2학년 1반은 3층. 1층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어두웠다. 어둠을 잔뜩 먹은 채로, 네 여학생은 그렇게 뛰어 내려갔다.
2학년 1반 교실 / 10:15pm ...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교실. 미쳐 끄지 못한 단 하나의 형광등불 바로 아래는 광희의 자리였다. 그리고, 광희의 의자 바로 밑에 있는 나머지 부숴진 빨간펜 하나. 빨간 잉크가 세어 나와 광희의 자리는 빨간색 잉크로 물들어 있었다 ... ...
아니, 빨간색 피로 물들어 있었다 ...
계속 -
첫댓글 너무 재밌어요^^ 아 기대백배입니닷


소름돋기도 하고... 여하튼 정말 재밌군욧



앞으로도 열심히 건필해주세요호오

잼 있어요~
으홋...공포가..
나이제 엘레비터 못탄다..
와.. 무섭다 .. 헷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