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선물로 더 주어진 한달이었음에도 지나고 보니 짧게만 느껴진다. 하루하루 기록된 흔적들을 보며 그래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마음이 흐린 날도 꾸준히 그 모습 그대로를 기록해 놓은 덕분에, 한달을 후루룩 돌아보며 고칠 부분이 어디인지, 재정비 해야할 부분이 어디인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살펴볼 수 있었다.
오늘 오후에 산책 겸 공원을 걸었는데, 우연히 마주한 봄의 색감에 탄성을 질렀다. 눈치싸움에 실패라도 한듯, 눈 앞의 인파가 너무 많아 한적한 길을 택했고,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노오란 색감에 춥고 미세먼지에 바이러스가 가득한 요란법썩한 이 세상에서 묵묵히 꽃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움틀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2월의 변화들을 조금 들춰보며 여기다 기록해 남겨두자. 2월의 큰 변화라면 집 밖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 6일자 일기를 보니 스스로가 아주 기특하다며 써놨네. 도서관 가서 2시간정도만 하고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해서, 점심 먹고 다시 돌아가 5시까지 공부하기. 이런 식으로 조금씩 지구력을 쌓아갔던 한달이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여파로 도서관이 휴관할 때쯤, 마침 근처에 스터디 카페가 오픈을 했고, 2월 17일에 가서 무료 체험권 사용해 보고는 저렴한 할인가에 총 200시간을 결제해 두었다. 도서관 휴관은 무기한 연장상태이고, 집 밖에서 공부하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전혀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 건물 냄새가 아직 좀 나긴 하지만, 인원 적고 쾌적해서 좋다. 특히나 지속적인 변화를 줘야하는 나같은 성향에게는 이런 신선한 공간이 주는 어색하고 낯선 감각이 공부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가서 폰만 쥐고 오던 하루는 현타가.. 현타가.. 커피 마시러 온건가? 싶은 날도 있었다.

이건 최근의 변화로, 핸드폰을 너무 쥐고 있는 나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음 카페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방문하는 것이 아닌, 그저 공부에 쏟아지지 않는 마음의 도피처로서 잠깐 잠깐씩 들어온다는 게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었고, 내 집중력을 뺏어가는 큰 원인임을 (이전에도 알았으나 이제는 조치가 필요하여) 다시금 강한 제제를 걸었다.

앱도 지웠다. 그리고 비번을 바꿔버려서 이젠 폰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노트북으로만 들어올 수 있게 되어서 확실히 카페에 들어오지 못하는 초조함? 금단현상?이 아직은 있지만, 이 또한 사라지리라. 지금은 꾹 참고 이 또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살아야지.

대신에 건강한 취미 생활을 여럿 시작했으며, 그 중에 큰 성과는 운동(이라고 쓰고 건강 가꾸기라고..) 에 취미가 붙은 거였다. 아주 작은 성취들을 모아 땀을 흘려내니 컨디션도 더 좋아지고,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도 얻는 것 같다. 운동이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구나를 느낀 한달이었다.
그리고 취미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사기 시작했고, 도서관에서 독서마라톤도 신청해서 책을 대여해 보기 시작했다. 어제는 나에게 주는 책 선물로 밤 9시경 책을 두 권 골라서 주문 했는데, 웬걸. 오늘 아침에 택배가 와버렸다. 와, 정말 5G급 세상인데. 하며 택배를 바로 뜯어봤다. 왜냐면 2020년 2월 29일 (4년에 1번 돌아온다며..) 에 의미부여를 살짝 하며 내 스스로에게 주는 '기특상' 같은 거였기에. 바로 뜯어보고 바로 몇 페이지 읽어봤다.

택배는 언제 받아도 기쁘고, 어딘가에서 '치킨 사먹을 돈으로 문제집 살 수 있어요 여러분!' 이런 게시물을 보고는 (여기 카페 아님), "오, 치킨 사먹을 돈으로 책을 사서 보자."란 다짐을 하게 됐고, 그 이후로 몇 번 내 스스로 마음에 양분이 필요할 때, 내게 책을 선물해 오고 있다.

일전에 카페에서 '인생 책 추천해 주세요' 라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권이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선물 받았다. 읽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인데, 스토리라인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특별판 표지와 순전히 '노트 한권 더 준다길래' 주문한 감도 없잖아 있다. 그래도 6월까지 지치지 말라고, 내 스스로에게 주는 따뜻한 책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민쌤이 '기출문제집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강추'하셨던 데미안을 선물했다. 데미안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두툼한 책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얇았고, 받자마자 바로 오디오 낭독과 함께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음독해나갔다. 오디오북은 90일간 대여했는데, 오디오북을 들으며 틈틈이 이 책을 눈으로 귀로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5월의 끝자락에 닿아있겠구나 싶다. 그 쯤에 나는 어떤 내가 되어 있을까. 카운트다운을 국가직도 아닌 지방직도 아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데이'로 잡았다. 반납까지 90일. 그때까지 열심히 잘 살아보자! 할 수 있다, 헤세드 파이팅!

그리고 아...주 오글거리지만, 이번에 내게 쓴 편지에는 사적인 이야기가 없으니 오그리토그리여도 한번 올려보기로.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오글오글) 다시 꺼내 읽어보면 마음을 다잡게 되고 좋더라구요. 이 편지를 썼을 때의 마음이 떠오르며.

이건 옛날에 썼던 편지인데, 정말이지 마음이 너무나도 힘들고 지쳐서 꺼이꺼이 울던 날. 그 마음을 떨쳐내려고 책을 고르고 다짐(?)을 써내려갔던 걸 다시 읽어보니. 저 때의 힘들었던 마음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지금의 나는 더 단단한 마음 근육을 갖게 됐으며, 저 오글거리는 문장처럼 '귀여운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근~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 나는 할 수 있다! 일단 무조건 오래 살자!ㅋㅋ

그리고 2월을 돌아보며 3월을 계획했다. 지금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공부중독이 아닌 내 성향이 호기심천국이라는 것. 공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즐길거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확행을 '공부'에서 찾아보겠어!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꼼꼼히 천천히 나가는 것은 속도를 좀 더 높이고, 흘려버리는 시간들은 주워담아 쌓아야 한다. 아침에 일찍 착석하는 것부터 습관을 들여볼 생각이다. 지금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기까지 3시간정도가 소요된다. 이 시간을 1.5시간까지 단축하는 게 목표다. 남편<공부....(남편 미안..)

그리고 과목별로 돌아보면 (탁상 달력을 돌려보면) 확실히 잘 아는 과목(이자 잘 할 수 있는 과목)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결국 다시 한국사.가 문제인 것 같네. 월말에 집에 손님이 오면서 이 부끄러운 메모보드는 치워버렸었는데, 그러면서 나도 큰 목표를 잊고 살았던 거 같다. 쩝. 3월은 정말이지 1달이 남았고, 아주 순식간에 쏜살같이 흘러갈 것이지만, 그 안에 많은 성취도 이뤄갈 수 있다지. 일단 지금 하는 챌린지들을 매일 매일 100%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3월 한달을 살아낼 생각이다. 목표는 잊어. 과정에 집중해. 눈 앞의 하루에 집중해. 작은 성과에 집중해. 그러기 위해서 계획을 더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계획대로 실천하기. 그 다음으로 못하는 것. 현실적인 계획 세우기. ㅠㅠㅠㅠ)

그래도 2월달은 진짜 약속 안잡고, 진짜 안놀았다. 친구들 만나고 싶다. 얼굴보고 수다떨고 웃고싶다.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예쁜 옷도 사고싶다. 수영도 배우고싶고, 얼른 면접스터디 꾸려서 "올해는 펭수, 코로나, 어쩌구.."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마음은 이미 면접스터디 꾸리고 운영하고 있음.ㅋㅋ 그날이여 어서 오라! 여름까지 포커스! 아니 마음은 이미 합격수기 썼음 ㅋㅋ 실강에서 앞에 나가서 마이크 잡고 떠들었음 ㅋㅋ 그치만 꾹 누르고. 공부하자. 필합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님. 나는 무조건 초초초초 고득점 합격할 거임. 무조건 연수원 1기로 들어가서, 집 바로 앞에 발령나서 집에서 걸어다니며 출퇴근 할 것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친구들아 조금만 기다려! 시험 끝나면 미친듯이 질리도록 놀자!ㅋㅋㅋ

이건 이번달 초반, 지금 다시 읽어보며 '이혜성 아나? 이거 뭐 써놓은 거지?' 했는데 ㅋㅋ 전현무의 연애사에 웬 참견이람. 다행인 건 예전엔 연예뉴스 진-짜 많이 봤는데, 요즘은 진짜 많이 줄었다. (오 이거 조금 큰 변화인데? 기특하군!)

그리고 아주 자주 물어봤던, What if? If?에 대한 질문과 답변.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중에 있지만..
나는 답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와 같은 거창한 말을 적어보고 싶음.. 오글오글)

to be specific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여전히 나는 계획 세우는 건 자신이 없는 편. 즉흥적인 성향이 아주 강한데, 그걸 잘 통제 해 가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즐거움과 변화를 모색해가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꾸욱.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왜냐면 '인증' 해서 '인정' 받으려고. 아무래도 내 수험생활의 구세주는 챌린저스가 아닐까. (이러다 합격수기에 챌린저스가요 으엉엉 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정직하게! 플래너 위에 적어가고! 최선을 다해! 달성해 나가는! 그런 3월을 내일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헤세드 파이팅! 할 수 있다! 그럼그럼! 난 할 수 있는 사람! 수석이냐 차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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