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노무현을 팔지 마라!

[윤희용]

지금 수많은 자칭 노무현들이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는 ‘나는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는 말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금 ‘작은 노무현’들은 어떠한가? 그의 과를 함께 반성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용기를 가진 자를 찾기 어렵다. 누가 그의 과를 지적이라도 하면 그를 모두 부정하는 것처럼 길길이 날뛴다. 그들은 노무현이 아니다. 더 이상 노무현을 팔지 말라.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 할 줄 압니다. 삼성재벌에 대해 논쟁 중인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삼성과 인연 맺은 게 노무현을 불행하게 했다’는 후보시절 선거 운동을 해준 ‘윤석규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의 글에 나온 것인데 우리를 돌아보는데 필요한 것 같아 인용을 했습니다. 삼성의 실세인 이학수 부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연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란 것이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 노무현 눈물의 씨앗은 부산상고 선배인 이학수와 인연으로 시작된 삼성에서 비롯되었다. (사진: 프레시안)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취임하자마자 손에 잡은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상고 동문이고 선배라 초선 시절부터 이런저런 신세를 졌고,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학수 선배’라며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말릴 이유도 없거니와 그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점심 한 끼도 공짜가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특히 정치인이라는 공인의 경우 이 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어깨들이 곰(경찰)들에게 왜 밥 사고 술을 사겠습니까? 돈이 넘치고 시간이 남아서인가를 묻는 게 어리석지요. 다 기름을 쳐 정보도 얻고 나중에는 안면 때문에 강력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작업의 일환입니다. 윤석규 씨가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들은 것은 선거본부 내부 구성원들의 입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부산상고 선후배인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은 김대중 정권 때 민주당 동남특위 위원장으로 일할 당시,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 나섰을 때였답니다.

삼성자동차 처리가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는지 어쩐지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르지요. 어쨌든 청산이외에는 답이 없다던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넘기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비중 있는 역할을 했고, 삼성 쪽 협상자였던 이학수 부회장과 매우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삼성과의 잘못된 인연이 더욱 깊이진 계기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막연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일화 때문이라고 윤석규 씨는 말합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2002년 초로 기억한다. 당시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삼성주총에 참여해 일전을 벌였다. 주주총회 사회자가 이학수 부회장이었고, 그의 이사 선임문제가 쟁점이었다. 장하성 교수를 비롯한 참여연대 대표단은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다음 날 선거본부에 출근했을 때 노무현 후보의 오른팔이라 일컬어지던 이광재 씨는 나에게 동의를 구하듯 장하성 교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장하성 교수 빨갱이 아니냐,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왜 반대하는 것이냐?”

▲ 최근 이건희 일가와 모임에서 얼굴을 드러낸 이학수. 그의 등장은 비자금 조성 기술자인 이학수가 삼성 경영에 개입한 것으로 이건희의 최측근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진:한겨레신문)

이 같은 이광재의 말이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음은 당연합니다. 장하성 교수의 소액주주운동은 한국의 재벌구조를 개혁하는 운동으로 개혁 진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빨갱이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닌 소극적인 운동이라, 소액주주운동은 오히려 진보 진영 일부에서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자본주의를 강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을 반대하면, 정확히 말해 삼성 총수의 가신을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말인데 마치 공안검사의 말을 듣는 것 같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증거지요.

이 정도라면 이광재가 이학수 부회장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로 보아 그를 매우 존중하고 가까운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원내에 진출한 이광재 의원은 노대통령의 측근 출신 의원 몇 사람을 중심으로 원내에 의정연구회를 결성했습니다. 의정연구회는 국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당시에도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오갔습니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이광재가 삼성과 같이 모임을 할 정도면 다른 말이 필요할까요?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2008년 3월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중앙일보> 사회부장을 역임했던 이상언 회장실장(홍 회장의 오른쪽 붉은색 넥타이)이 이날 홍 회장과 함께 특검에 출석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고, UN사무총장으로 세우려 했다는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이가 없는 사실입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꿈도 영어로 꾼다’고 자랑한 한미FTA본부장인 김현종이 삼성법무책임자로 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과 유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의 공과를 구분해 그의 과를 올바로 평가하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라 믿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학수와 동문으로 얽힌데다 핵심참모인 이광재 등이 후원을 받을 정도였으니 원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봉하마을에 내려간 후 회한 가운데 토로한 여러 말에서 우리는 그가 자신의 과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노무현의 매력이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금 ‘자칭 노무현’들은 질 줄 알면서 부산으로 달려간 노무현과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노무현을 파는 치사한 장사는 집어치워야 합니다.

덧 글: 정치인에게 냉혹한 비판을 하는 그가 행한 정치적인 결정과 판단으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때 삼성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걸 ‘토사구팽’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은 윤석규 씨 글을 참고로 했음을 밝힙니다. 

[갈림길]

삼성이 아니 중앙일보가 조선일보와는 달리 참여정부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보였다가
엑스파일 사건 후 홍석현이 유엔 사무총장이 좌절된 후 다시 참여정부를 조선일보 못지않게 까는 아주 고약한 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