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립디다려.
(『개벽』 40호, 1923. 10)
[어휘풀이]
-흐릅디다려 : ‘흐릅니다그려’의 준말
[작품해설]
전형적인 7·5조의 3음보 율격으로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정한(情恨)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심리 상태를 소월 특유의 세렴된 말솜씨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승·전·결의 4연 구성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앞뒤 각각 2연씩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단락은 임을 떠나기 싫어하는 시적 자아의 심리적 갈등과 아쉬움을 보여 주고 있으며, 뒤 단락에서는 시적 자아의 그러한 심리를 반영하는 소재로서의 자연이 제시되어 있다.
-앞 단락 : ‘그립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나니 그것은 모호하고 유동적인 상태로부터 하나의 분명하고 고정적인 상태로 바뀌어 어렴풋하던 그리움은 분명한 그의 마음이 되어 새삼 못 견디게 임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잊고 떠나려 해도 임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시적 자아는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다시 뒤돌아본다.
-뒤 단락 : 지는 해를 배경으로 곳곳마다 까마귀가 울고 있어 떠나는 이의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만들고 있으며, 앞뒤의 강물은 떠나기 아쉬운 그의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따라오는 듯이 출렁이며 흘러갈 뿐이다. 이렇듯 소월은 이별의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까마귀’와 ‘강물’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함께 나타낸다. 또한 간결한 형식과 탁월한 언어 구사, 특히 유음(流音)과 비음(鼻音) 등의 유성음으로 이루어진 시어는 시적 자아의 떠나기 싫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애잔하게 그려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작가소개]
김소월(金素月)
본명 : 김정식(金廷湜)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15년 오산중학교 중학부 입학
1923년 배재고보 졸업
1924년 『영대(靈臺)』 동인 활동
1934년 자살
시집 : 『진달래꽃』(1925), 『소월시초』(1939), 『정본 소월시집』(1956)
첫댓글
물 따라 가보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