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연중 제23주간 화요일)
기도하는 시간은 침묵하는 시간입니다….
“어머니의 손”이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있습니다.
“늦가을 갈잎 타는 내음의 마른 손바닥 어머니의 손으로 강이 흐르네/ 단풍잎 떠 내리는 내 어릴 적 황홀한 꿈/ 어머니를 못 닮은 나의 세월 연민으로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 어머니의 손은 어머니의 이력서 읽을수록 길어지네/ 오래된 기도서의 낡은 책장처럼 고단한 손 시들지 않은 국화 향기 밴 어머니의 여윈 손”
수녀님의 시에 나온 것처럼 우리 인생의 ‘이력서’를 담은 것이 바로 우리의 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나의 손을,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한 번 들여다보십시오.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손은 기도하시는 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먼저 끊임없이 기도하시면서, 기도가 우리의 생명이요, 호흡임을 저희에게 몸소 가르쳐주시려는 삶을 사신 것입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습니다. 기도로 뽑은 이 열둘 제자는, 예수님과 공생활을 함께 하였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에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할 막중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잠깐의 기도를 하신 것이 아니라, 밤을 새워가면서 고민 속에서 깊은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 라는 묵상을 하다가,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면서 뽑았던 제자 중에 유다 이스카리옷처럼 배신자가 된 제자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선택도 하느님의 뜻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예수님은 끝까지‘침묵’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한마디로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고, 그 하느님의 뜻이 올바른 선택이라 믿고 묵묵히 당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영광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기도는 나의 지혜나 결정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를 빌리고, 하느님의 결정을 의지하는 방법이기에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그 결정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 결정안에는 반드시 다른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하느님의 뜻이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그 열둘 제자를 사도라고 부르시고, 사도들과 함께 당신의 말씀을 듣고 질병을 고치려고 온 사람들과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을 낫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은 이 모든 권능이 바로 기도에서 나온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하느님을 바라보며 기도하셨기에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을 저희에게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누가 그들을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되살아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로마서 8장 34절).”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알프스 산속에 있는 가르투시오회 수도원 수도자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습니다.
“수사님들이 침묵 수행을 하기에 영화에 대사가 별로 없습니다. 들리는 소리는 부엌에서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밖에 안 들립니다.
제일 시끄러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어떤 수사님이 신발 밑창을 고친다고 밑창에 망치질하는 부분입니다.
감독은 20년 동안 조르고 겨우 허락을 받아서, 혼자서 촬영을 했고 자신도 수도 생활을 함께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찍어서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을‘위대한 침묵’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고운님들에게는 침묵하는 시간, 하느님께 말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 말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을 바라봄으로 저희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제 생활을 하면서 늘 하는 기도에 고운님들을 초대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만 하느님을 바라보면 기도의 햇살을 담은 영혼으로 생기있게 되고, 아름답게 됩니다. 저는 햇살 담은 그 영혼으로 살 수 있고, 또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기도하는 사람으로 성실하게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기도의 햇살을 담은 영혼으로, 고운님들은 조금 더 참아 주고, 조금 더 기다려 주고, 조금 더 덮어 주고, 조금 더 견디어 내려고 하는 침묵의 기도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예수님의 손은 기도하시는 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먼저 끊임없이 기도하시면서,
기도가 우리의 생명이요, 호흡임을 저희에게 몸소 가르쳐주시려는 삶을 사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