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의 추억
1970년대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생산직 근로자에게 라디오는 일하면서 들을 수 있는 피로회복제 같은 것이었다. 공장에 있는 트랜지스터라디오는 하루 종일 들어야했기에 성냥갑만 한, 9볼트 건전지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때문에 큰 건전지를 연결하였다. 고무줄로 칭칭 감아 라디오보다 더 큰 건전지를 등에 업은 채. 그 당시 110볼트를 DC 9볼트로 변환해주는 어댑터가 귀한 시절이었다.
1975년, 처음으로 AM/FM 겸용 소니라디오를 가질 수 있었다. AM 라디오가 갖고 있는 채널노이즈에 비하여 FM은 S/N 비가 높아서 음질 면에 우세했고 AM과는 비교할 수 없는 Performance를 제공해 주었다.
라디오 중 가장 개성 있는 모델이 있다면, 소니제품의 최소형 라디오일 것이다. 이 라디오는 집적회로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을 당시 부피가 큰 바리콘을 최소형으로 만들고, 내장된 스피커는 10원짜리 동전만하며 모든 노브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가공되어져 있었다. 그 라디오는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70원할 때 중고가 2만원 정도였다. 이 라디오를 가져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릉 경포대 ‘참소리박물관’에 가서 진열된 이 초소형라디오를 보면 1970년대 세운상가 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던, 그것을 갖고 싶어 서성였던 생각이 난다.
1970년 ,80년대 대학생의 책가방은 누구나 의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왕진가방이었다. 그 당시 대학생이라면 나이키신발, 소니워크맨은 필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소니워크맨은 가격이 약 7만 ! 10만 원 정도로 비쌌지만 나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생들이 가자고 다니던 중요 소지품이었다.
음악 콘텐츠는 공 테이프에다 음악을 녹음해서 들었으며, 공중파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것을 리코딩하기도 하고 집에서 LP 레코드로부터 데크 로 녹음하거나 레코드가게에서 한 곡당 20 ~ 30원을 주고 녹음해 듣기도 했다.
워크맨은 비록 아날로그방식의 음악이었지만, 4트랙 스테레오 음악을 HI-FI로 제공했고 비록 헤드폰으로 들었지만 큰 공간에서 듣는 것 같은 풍부한 음질 감을 제공하여 여러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었다.
요즈음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 사람들은 휴대폰을 보며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고, 통화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어버린 것 같다. 두꺼운 워크맨이나 라디오대신에 콤팩트한 mP3 플레이어를 목에 걸고 다니며 디지털세대답게 다양한 음악을 선택하여 듣는다. 휴대폰 4,000만 시대, DMB폰, 와이브로가 출시되는 지금 1970년대 보청기 같은 베이지색 리시버를 한쪽 귀로 들으며 방송국 채널을 잘 맞추려고 다이얼을 섬세하게 돌려 김세원의 밤의 플랫폼에 귀 기울이고, 이장희의 영시에다이얼,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즐겼던 지난날의 아날로그라디오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 KT 팝콘 만드는 사람 -
첫댓글 라디오를 즐겨 듣기 시작하던 중학교 1학년때, 사춘기시절의 제일 편하고 좋은 친구였엇죠.전 아직도 쏘니 워크맨 간직하고 있답니다. ^^
전 0시에 다이얼인가에 밤에 쓰는 편지 코너가 있었는데 썼다가 부치지 못했는데요. 고2때 일이에요. 아버지에게 안잔다고 혼나가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건전지를 무겁게 진 라디오를 들었지요
새벽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 논과 밭에서 일하면서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kt????
씁쓸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