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전 좀 삭은(?) 레이커스팬이고...호수인들중에서도 매직존슨과 현재의
코비 브라이언트를 상당히..아니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NBA에 그다지 관심없는 제 주변의 친구들사이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현재로썬 여자가 아닌
미국의 흑인남자일것이다..라고 추측하고 있는 형편이죠..ㅡ,.ㅡ
지난해..레이커스가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10년만에 파이널 진출을 이뤘던..포틀랜드와의
7차전이 있던날과...12년만에 파이널우승을 거뒀던 날...그리고...시즌중에 정말 어이없을정도로
무너지던 모습들을 극복하고 BACK TO BACK을 이뤘던 지난 여름..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면서..좀 폭주하며 마신탓인지는 몰라도..
잔뜩취해 그날 제가 했던 발언은 절 호모라고 의심받기에 충분한 수위의 강도였을겁니다.
"코비..너라면 내가 한번 준다(?)..내 엉덩이는 준비되있어.."
그뒤로 저는 어지간한 미팅..소개팅에서는 제외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지내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지난 96년...
매직존슨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마이클 조던에 이어 세번째 I'm Back을 선언했을때..
그즈음 날라온 영장문제로 갈등을 거듭하던 저의 선택은 오로지 하나였습니다.
"군대안가.....아니 못가..때려죽여도 못가.."
매직이 돌아온다는데...그를 뒤로하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는 탈영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죠..
상상해보십시요..
고참이 갈궈서...훈련이 너무 힘들어서...애인이 변심해서...탈영했다면..그럴수도 있겠지 하겠지만
매직존슨이 너무 보고싶어서 탈영했다는 핑계는 '이 새끼 간첩아니야?' 로 오인받기 딱이죠.
아무튼..학교수업이니 그때쯤 만나던 여자친구니 다 뒤로하고..매직의 경기가 있던 날은 집에서
무조건..스탠바이였고..우리집 비디오는 고생시작이었습니다.
3배속 녹화로 화질 저하를 두려워한 나머지 2시간에 딱 맞추기위해..AFKN 버전의 공익광고는
저의 편집술과 묵묵히 이를 따라준 저의집 비디오와 함께...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골든스테이트전에서의 환상적인 매직의 노룩패스와 함께 시작된 그의 복귀 무대는 PO에서 그를
좌절시킨 휴스턴 로케츠와 팀내 주도권논쟁을 일으킨 닉밴엑셀과 함께 쓸쓸히 막을 내렸고
휴스턴이라는 팀과 엑셀이라는 선수는 그 당시 저한테 무지하게 욕좀 먹었습니다.
아마 휴스턴 관계자와 닉반 엑셀은 오래살겁니다...
그렇게 전 매직의 쓸쓸한 퇴장과 함께..군대에 갔고..마이클조던의 배아픈 3연패까지의 구경은
피할수 있었습니다..그리고 전 군대에서 나름대로 스포츠신문을 볼 수있을 정도의 짬밥(상병)이
되고 난뒤..다시금 NBA 세계와 조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지면상으로 오랫만에 만나본 레이커스에는 코비라는 기괴한 이름의 고삐리가 막 졸업하고
입성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그노마가 리그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활약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더욱 배부르게 짬밥을 먹고 난후..일요일마다 부대 내 교회로 떡볶기&라면 섭취를 위해 방문하는
경지까지 성장한 --; 저는 어느날 문득 교회에 있는 TV를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여기라면 남한테 피해안주고 NBA 볼수있겠다.."
내무실에서도 남들다 잘때 NBA ON NBC 를 볼 수 있었지만..다른 아그들 졸라 피곤해서 디비자는데
괜히 미안하고 그래서 참아오던 저였기에 그날 저에게는 마치 하늘에서 서광이 내린듯 했죠.
그리하야...제가 제대했던 역사적인 98년 10월 6일(지금도 매년마다 달력 사면 그날은 빨간색으로
색칠하고 봅니다 --;)까지 전 3개월여를 주말밤이면 간첩처럼 부대 교회 숨어들어가 양키방송을
시청하곤 했습니다...물론 워낙 위험부담이 크기에 매주말마다 거행한건 아닙니다만..
아무튼...전 북한아그들이 야그하는 미제국주의 문화에 물들어버린 미국의 앞잡이 딱..그거였습니다..
그렇게 제대하고..코비와 레이커스를 제대로 보게됬지만....참 갑갑했습니다..
그들의 경기는 분명 재미는 잇었지만...과거 레이커스의 영광을 기억하는 저에게는 너무도
아쉽기만 하였습니다...매직이 돌아왔을때...80년대의 영광스런 기억의 불씨를 후진들에게 되지펴주길
바랫지만..무산된후..이제 그들은 영원히 리그에서 우승과는 멀어진것이 아닌가..
분명 기대이상의 성장을 보여주던 코비와 여전한 파워의 오닐이었지만..여전히 PO에서 빗자루질로
쓸리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웠고...이겨주길 바랬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그 옛날의 아쉬운 기억들은 지금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만큼의 최강으로 위치한 레이커스를 지켜보며
느끼는 즐거움과 뒤섞여 저에게는 묘한 재미를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다른이들이 코비를 보며 "어딜 니까짓게 최고의 가드인가?" 라든지 오닐을 보며 "시대를 잘
만났을뿐인 팔꿈치권의 달인" 이라든지 하는 소리를 듣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