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자
원제 : The Victors
1963년 미국영화
각본, 감독 : 칼 포먼
출연 : 조지 해밀턴, 조지 페퍼드, 일라이 월락
로미 슈나이더, 잔 모로, 멜리나 메르쿠리
빈스 에드워즈, 제임스 미첨, 피터 폰다
모리스 로네, 엘케 좀머, 센터 버거
알버트 피니, 로산나 시아피노, 마이클 캘런
'승리자'는 각국의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올스타 캐스팅의 전쟁영화입니다. 전쟁이 배경이지만 전투장면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군인들의 애환과 아픔을 다룬 내용들이지요. 즉 제목은 '승리자' 이지만 승리에 대한 환호와 영예보다는 씁쓰레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선 등장인물들을 보죠. 주로 남자배우들 보다는 여배우들이 톱 스타급이 많습니다. 남자배우로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서부 개척사'로 알려진 조지 페퍼드, '밤이 울고 있다' '보이 헌트'의 조지 해밀턴, 그리고 '황야의 7인' 에서의 악당 칼베라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일라이 월락, 이 세 명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알버트 피니, 피터 폰다, 제임스 미첨 등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지요. '코만도 전략'에서 비중있게 등장했던 빈스 에드워즈도 초반 에피소드에 등장하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태양은 가득히' 의 멋쟁이 프랑스배우 모리스 로네도 출연합니다. 배우들의 레벨을 감안할 때 조연 배우인 일라이 월락과 불과 24세였던 조지 해밀턴의 비중이 매우 높은게 다소 의외지요. 이렇게 올스타 캐스팅 영화에서는 오히려 인지도가 더 낮은 배우가 비중이 높은 경우도 종종 있지요.
여배우들은 무척 화려합니다. 50-60년대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무드파 배우 잔 모로, 역시 60년대 대표적 유럽 여배우인 로미 슈나이더, '페드라'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유명한 그리스의 국민 여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같은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거의 혼자서 단독 주연이 가능한 거물급 배우들이지요. 이들 여배우보다는 낮은 레벨이지만 나름 유럽출신 미모의 배우로 활동한 센터 버거, 엘케 좀머 도 출연합니다.(센터 버거도 독일식 발음으로 한다면 젠타 베르거가 되지요)
비중이 높게 출연한 조지 페퍼드(왼쪽)와 조지 해밀턴
지친 병사들
당시 23세의 청춘스타였던 조지 해밀턴
동병상련의 사랑, 전쟁으로 배우자와 생이별을 한
미국 병사와 이탈리아 유부녀의 연민이 사랑으로...
1942년 부터 1945년 연합군 승전까지의 시기가 배경입니다. 실제 자료와 영화가 교차하면서 벌어지기 때문에 윈스턴 처칠, 히틀러, 스탈린, 루즈벨트 등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다큐화면처럼 여러번 비춰지지요. 연합군 부대의 시점으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이 승전국이 되어서 승리의 전리품을 가져갔지만 그 영예를 누린건 각국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고 참전해서 싸운 군인들은 전쟁의 고통을 겪었을 뿐... 씁쓰레한 삶이었죠.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승리자의 영예 보다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개고생을 하는 군인들의 애환만 있을 뿐입니다.
1942년 영국에서 시작하여, 시칠리 전투에 투입되는 연합군들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조 크레이그 하사(일라이 월락)가 리더역할을 하는 부대, 미국인 병사 트로워(조지 해밀턴), 프랭크 체이스(조지 페퍼드)등이 같은 부대원입니다. 이들 병사를 중심으로 각각 그들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보여집니다. 특별한 주인공이 없이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단편같은 에피소드들이 전개되지요.
크레이그 하사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병사들을 지휘하느라 애를 먹는데, 노르망디 상륙 이후 파리에서 임시 작전본부를 찾다가 어느 가옥에 들어가는데 거기서 한 귀부인(잔 모로)을 만납니다. 그녀는 남편과 부유하게 살던 여인이었는데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겁에 질려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을 사용하기로 허락받고 하룻밤 묶는데 공습에 겁에 질린 그녀가 같이 있어 달라고 애원해서 얼떨결에 동침을 하게 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속에 한 모금 축이는
술 한병의 달콤함
프랑스에서 존경받는 국민배우 잔 모로
귀부인이었지만 남편을 전쟁으로 잃고
겁에 질려서 은둔하는 여인으로 등장
대배우 잔 모로와 동침장면을 찍는 영광을 누린
개성파 조연배우 일라이 월락
단역출연이지만 카리스마를 보여준 모리스 로네
조지 페퍼드가 연기한 프랭크 체이스에 대한 에피소드는 한 귀부인과의 인연입니다. 곧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탈영병의 처형을 보게 된 이후 그는 영업정지된 바에 몰래 들어갔다가 그곳 주인인 미모의 귀부인 마그다(멜리나 메르쿠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호감을 얻어서 3일간 호화롭게 지냅니다. 큰 식당 등 재산이 많은 마그다는 프랭크에게 복귀하지 말고 자신과 살면서 밀매사업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거절합니다. 복귀한 프랭크는 결국 전투에서 다리에 부상을 입고 목발신세가 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낸 어느 노인의 호의로 그의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환대를 받은 후 떠납니다. 귀부인의 유혹을 거절하고 군인의 도리를 지켰지만 결국 다리불구의 퇴역군인이 된 것이죠. 병원에 입원한 크레이그 하사를 문안갔다가 얼굴이 날아가서 기형처럼 된 그를 보고 경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면서도 충격적이지요.
조지 해밀턴이 연기한 트로워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많습니다. 그는 카페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미모의 처녀 레진(로미 슈나이더)에게 반해서 작업을 걸지만 뺀질이 같은 돈 많은 군인 엘드리지(마이클 캘란)가 돈으로 유혹하여 레진을 차지하자 불같이 질투를 합니다. 사랑의 쓴 맛을 본 것이죠. 전쟁이 끝날때 쯤 하사로 진급하고 러시아 지배구역에 사는 독일처녀 헬가(엘케 좀머)와 교제를 합니다. 그런데 헬가의 여동생 트루디(센터 버거)가 러시아 군인과 사귀고 그로 인하여 헬가도 러시아 장교를 소개받았다고 하자 불쾌해 합니다. 결국 돌아가는 길에 러시아군인(알버트 피니)을 만나서 시비가 붙었다가 칼부림까지 하게 됩니다.
조지 해밀턴(왼쪽)과 조지 페퍼드
각자의 독립적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출연한 로미 슈나이더
로미 슈나이더를 놓고 불같은 질투를 드러내는 조지 해밀턴
부유한 귀부인 멜리나 메르쿠리를
만나게 되는 조지 페퍼드
이것 외에도 고향에 있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조지(빈스 에드워즈)라는 병사가 참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이탈리아 여인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는 내용, 신참군인 위버(피터 폰다)가 막사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왔다가 고참(제임스 미첨)에게 구박받는 내용등이 펼쳐집니다. 전투를 쉬는 타임에 벌어지는 군인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씁쓸한 결말이 이어지면서 전쟁은 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 결국 나가서 피터지게 싸운 군인들에게는 모두 비극이라는 부분을 뼈있게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사실 전쟁이란 것도 침략국에 대항하여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 벌이는 것인데 그 결과에 대한 후유증은 무척 크지요. 인류가 벌이는 가장 어리석인 행위가 국가간 전쟁이고, 특히 총과 대포, 폭격이 등이 신무기가 개발된 20세기의 전쟁을 그 피해규모가 더 컸습니다.
미국의 칼 포먼이 감독했는데 아주 생소한 감독일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평생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고 영화감독으로는 이 영화 딱 한 편만 연출했지요. 대신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만 6번 올랐고, '콰이강의 다리'로 각본상을 수상한 명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하이눈' '나바론' '맥켄나의 황금' 등 유명 영화의 시나리오를 많이 쓴 인물입니다. '콰이강의 다리'에서는 애써 건설한 다리가 결국 무의미하게 폭파되는 허무함을 담았고,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더 맨'에서는 장애인이 된 참전용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전주의자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시나리오들이 있었지만 '나바론' 에서는 또 특공대들의 멋진 활약을 담아내기도 했지요.
험난한 군 생활중 돈 많은 미모의 귀부인의 사랑을 받는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이야...
군인으로서의 본분과 귀부인의 유혹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독일 자매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센터 버거
미모의 여배우지만 톱스타는 되지 못했다.
센타 버거와 자매로 출연한 엘케 좀머
조지 해밀턴과 연인관계로 설정된다.
전쟁에서 승전국이 되었지만 각자의 참전군인들은
험한 삶을 겪어야 했다.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남자 배우들 셋이 주축이 되어 등장하고 세계적인 명 여배우들이 비중이 적게 단역 출연하는 영화로 원버전은 2시간 55분이지만 우리나라에 DVD로 출시된 버전은 2시간 26분으로 단축된 버전입니다. 25프레임인 것을 감안해도 20분 이상 단축된 버전이지요. 그렇지만 크레딧에 있는 유명 배우들은 다 등장합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영화이고 유명 배우들 얼굴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입니다. 전쟁의 애환은 주로 죽음에 대한 공포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병사간의 갈등 등이 많은데 그 외 일상에서 겪는 애환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전쟁 자체를 포장하지 않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병사의 입장에서 다루었다는 점도 괜찮은 부분입니다.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았고, 과거 케이블 방송으로 소개된 적 있고, 국내에서 DVD 출시가 되는 바람에 접할 수 있게 된 영화입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유럽 등의 여러 유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작품입니다.
ps1 : 러시아 군인을 영국출신 알버트 피니가 연기한게 좀 독특했죠. 센타 버거와 엘케 좀머는 자신들의 출신국 언어인 독일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합니다. 잔 모로, 로미 슈나이더 등도 모두 영어가 능숙한 배우들이지요. 과거 유럽 유명 여배우들은 대체로 영어에 능통했지요.
ps2 : 로버트 미첨의 아들 제임스 미첨이 22세의 나이로 등장하는데 덩치도 크고 수염도 길러서 마치 30대처럼 중후합니다.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요.
ps3 : 자료화면 중에서 셜리 템플의 실제 결혼식 장면도 등장합니다. 전설적 아역배우인 셜리 템플은 불과 17세의 나이로 결혼했는데 그 해가 2차대전의 연합국 승리가 확정된 1945년 이었습니다.
ps4 : 헨리 폰다의 아들이자 제인 폰다의 동생인 피터 폰다가 강아지 좋아하는 신병으로 출연하는데 극장용 영화로는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가 본 가장 젊은 모습의 출연작이지요. 20대 초반에 이렇게 영화에 등장했지만 아버지나 누나처럼 유명해지지는 못했지요. '이지 라이더'로 좋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더 성장하지 못했고.
[출처] 승리자(The Victors, 63년) 호화 캐스트의 2차대전 말기 전쟁 드라마|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