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집을 두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묵조파 일부를 만났다.
우리집에서 하자는 걸 바보는 한사코 사양해 급히 바보가 사용한 바 있다는
신시와게스트하우스 4인실을 깎아 12만원에 에약한다.
영암 영산포 축협에 들러 하나 남아있는 생고기를 조금 사 집에 가니
바쁜 일정에 쫒겨ㅕ 피곤한 몸에 짐을 챙기고 있는 바보의 표정이 밝지 않다.
민수도 녹동의 물때가 좋지 않아 고기가 없다면서 자연산 돔과 낙지를 많이 가져왔다.
주인은 비린내를 염려한다.
방에서 시작된 술이 나중에 김교장 부부를 배웅한다며 술집을 들르고
바보의 대리운전을 기다리며 또 한잔한 모양이다.
아침에 민수와 둘이서 눈을 뜨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동생차를 타고 녹동으로 간다기에 얼른 나가 아침을 먹자한다.
허름한 옛식당에서 뜨거운 생태탕을 먹는데 해장한잔 생각을 말하니 민수가
술을 시킨다. 둘이서 세병을 마시고 만다.
민수 동생이 차를 돌려 풍암동에 내려주고 간다.
술 취한 몸으로 누워있다가 후다닥 물 한병 넣고 나선다.
바보는 금당산에만 다녀오라는데 난 대답을 않는다
1번이 오면 원효사로 가고 45번이 오면 증심사로 가기로 하고 기다린다.
45번이 먼저 와 증심사에 내리니 2시가 다 되어간다.
1수원지 심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다리에 힘이 없다.
큰 숲을 걷는 이들도 있고 나무사이에 앉아 있는 이들도 많다.
어떤 어르신은 돌을 모아 탑을 쌓기도 하고, 누군가는 깔개를 펼칠 자리를 다듬어 놓기도 했다.
바람재까지의 긴 길이 멀고도 멀다. 한시간이 더 걸린 듯하다.
쉬지 않고 동화사터로 올라 숨을 고르는데 4시가 되어간다.
하늘은 조망이 열리는데 썩 맑지는 않다.
북쪽으로 병풍지맥 뒤로 전북의 산들은 이름을 모르겠다.
백아산 줄기가 조금 보인다. 월출산 제암산도 구름 속에 흐릿하다.
바람이 쌀랑하다. 중봉쪽으로 걸으며 사진을 찍으며 간다.
서석대는 포기하고 용추봉쪽으로 내려온다.
엉겅퀴꽃 색깔이 이쁘다.
용추봉 아래 소나무를 지나 중머리재에 오니 사람이 없이 조용하다.
옛대피소쪽으로 내려오는데 더러 올라오는 이들이 있다.
지는 해를 보려는 것일까? 아직 7시 지나 해지려면 멀었는데 난 발길을 서둘러 하산한다.
당산나무를 보고 증심사 앞으로 내려오니 석탄일 행사를 마무리하는 사람들과 스피커의 소리가 번잡하다.
보슬비가 내리는 아스팔트 나무 아래를 지난다.
6시가 조금 지나 캠프라인에 들러 주인이 권하는 등산화를 18만원 가까이 주고 산다.
봐 둔 24만원짜리가 아쉽긴 하다.
바보의 부재중 전화가 2개가 찍혔다.
버스를 갈아타려 기다리는데 바보는 택시타고 오라지만 난 금방가겠다고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