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욕(愛慾)의 과보
옛날 평안도 어느
시골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한 농부가 장날에
소와 돼지를 판 돈을
주머니에 넣어서
허리띠에 단단히 매어 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과년한 딸의 혼수비용을 위해
애써 기르던
소 · 돼지를 팔았던 것이기에
행여 잃어버릴세라 간간이
만져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 돈을 받아들고 기뻐할
늙은 아내와 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느 주막집 앞을 지나다가
마침 날씨도 춥고 배도 고파서
그 주막집에 들어갔다.
"주인장!
막걸리 한 사발 주시오."
방안에서 분명
사람들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리는 듯한데 통 대답이 없었다.
재차 불렀다.
"주인장!
막걸리 한 사발 주시오!"
"네, 나갑니다."
대답은 하는데
통 사람이 나오지를 않았다.
아마도 방안에서는 젊은 남녀가
정담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 그 농부는 대변이 마려워
그 주막 울타리 뒤
허술한 뒷간으로 가서 허리띠를 풀어
울타리에 걸쳐놓고는 용변을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족제비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용변을 다 보고 허리띠를 챙겨보니
있어야 할 돈주머니가
감쪽같이 없어진 게 아닌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농부는 황급히 아까 족제비가
사라진 쪽으로 달려가 보았으나
울타리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간 것이라고는
족제비 한 마리뿐이었는데…….
족제비에게 돈주머니를 도적맞은
농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주인을 찾았다.
"아까 내가
막걸리 한 잔 청했을 때
당신들이 빨리 나와서 술을 팔았으면
돈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이 농부는 주인에게 항의하며
변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아니 이 사람이 미쳤는가?
보지도 못한
돈주머니를 내어 놓으라니
미쳐도
이만저만 미친게 아니구먼.
아무도 오고 간 사람이 없는데
누가 돈을 가져갔단 말인가?"
주인은 오히려 더 역성이었다.
"사람도둑이 아니고 당신네 집
족제비가 훔쳐갔단 말이야……."
"이 사람이 정신이 돌았군.
족제비가 무슨 재주로
돈주머니를 훔친단 말인가?
엉터리 수작 말고 썩 돌아가."
돈을 잃은 농부보다도
주막집 주인이 더 윽박질렀다.
그리하여
서로 욕설이 오고 가고,
멱살을 잡고 잡히고 격투를 하며
싸움이 벌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막집 여자는 겁이 나서 관가로
달려가 고발을 하였다.
곧 포졸 두 사람이 들이닥쳐
일단 싸움은 끝이 났다.
벌건 대낮에 그것도
족제비에게 돈을 도적맞은
그 농부는 분함을 참을 수 없어
포졸에게 자초지종을
소상히 설명하였다.
하지만 설명을
들은 포졸 역시 믿지를 않고
오히려 사실대로
바른 말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있었던 그대로라고
거듭 강조하는 농부의 말에
포졸은 그제서야 자세히
농부의 행색을 살펴보았다.
"당신 말대로라면
그 족제비는 어느 쪽으로
갔는가?"
"저기 굴뚝
있는 데로 사라졌습니다."
농부의 말대로 울타리 뒤에
있는 굴뚝 주위를 살펴보니
족제비 한 마리가 드나들 만한
조그만 구멍이 하나 있었다.
포졸이 주막집 내외에게
괭이로 파보게 하였더니
여자는
안색이 파랗게 질리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바들바들 떨고 서 있을 뿐
움직이려 하지를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포졸은
곧 같이 온 동료에게
젊은 남녀를 잘 감시하라
이르고는
농부로 하여금
그 구멍을 파보게 하였다.
그 구멍을 얼마쯤 파자
돈주머니가 나오더니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괴이한 생각이 든 포졸이
더 깊게 파보라고 재촉을 하자
농부도 이상한 생각에
그 구멍을 깊게 파헤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의 시체가 나오는 것이었다.
시체의 목에는 예리한 칼로
찌른 듯한 자국과 머리 위에는
큰 대못이 박혀 있었다.
다른 사람 아닌 주막집
여자의 전 남편이었다.
주막집 젊은 여자는
간부(姦夫)와 함께
본부(本夫)를 살해한 뒤,
굴뚝 위에 묻었던 것이었으니
악인악과의 불변의 철리(哲理)를
증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카페 게시글
윤회와 인과법
애욕(愛慾)의 과보
고구마감자
추천 0
조회 60
25.11.24 09:16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