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가까이 살면서
자주 와 보고 싶은 곳임에도 선뜻 자주 올 수가 없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느껴지는 것.. 주위의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예술이라는 것..
예술의 전당 분수대에선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추어 멋진 분수쇼가 펼쳐지고
오늘밤..
여물어가는 계절의 한 가운데서 목련같은 하이얀 슬픔을 안은 초저녁의 초생달까지도 예술로
다가온다
전무후무(全舞珝舞)..
이는 ‘가장 완전한 춤을 이룬 진정한 명인의 춤’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공연 제목..
이 무대에 서는 대가들은 강선영(태평무), 김덕명(양산학춤), 김수악(교방굿거리춤),
문장원(입춤), 이매방(승무), 장금도(민살풀이춤) 씨 등 한국춤 원로들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1세. 최고령인 문장원 씨는 88세, 가장 ‘젊은’ 장금도 씨가 77세다.
이 6분의 연령을 모두 합치면 우리나리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가 된다고..
걸음은 더디고 몸은 굽었지만 각 분야마다 둘도 없는 한국의 명무(名舞)들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면서 토월극장을 가득 메운 남녀노소. 동.서양을 초월한 관객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대의 불이 켜지고 주인공이 등장.. 관객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해 진다
그 아름답고 고왔던 자태도 세월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세월을 타서 미끄러지듯 유연한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그 깊은 춤사위 속에서,, 어설픈 손놀림 속에서
끝없이 그들의 한이 서린 넋을 보았다....
관객은 거의 소리없는 탄성을 뱉었다
내 옆에 앉은 감정이 풍부하고 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한 관객은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고
우리나라 원로급 탤런트이자 연극배우 윤소정씨는 그 감격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다른 모든 관객들도 하나의 춤이 끝날 때 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답한다
원로들은 무대에 차례로 올라 각각 15분 안팎으로 자신의 대표 춤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 대가들은 지금까지 한 무대에 선 적이 없었고,
모두 고령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보기 힘든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공연이기도 하다.
"걷는 것은 두려워도 춤 추는 것은 두렵지 않다"
무대로 나올 때는 지팡이를 짚고 나오고 무대로 들어갈 때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신 이 분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아무런 부축도 없이 혼신을 다하면서 세월의 더께도 조금씩 벗기면서
그렇게 영혼의 몸놀림은 시작 되었다
이시대 마지막 춤꾼들의 이생에서의 마지막 춤사위..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나라의 춤의 거장인 국보급 인간문화재들이 나와서
모두 춤으로 시작하여 춤으로 끝나는 공연..
아름다운 옥보다도 더 곱고 빛나는 보석보다도 더 고귀한 춤사위였다
전무후무(全舞珝舞)와 동음이의어인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마지막 저녁 공연을 보게 된 것을
행운 중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 분들의 춤에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 분들의 춤은 무대 위 몸이 아니라 그 분들의 삶, 그리고 영혼이 춤추던 무대였다
좋은 분들과 함께 자리한 공연장..
예술혼은 영원하다는것을 실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