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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휴계소에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이미 축구는 3:4로 종료가 된 상황이었고
저녁을 먹지 못해 대충 때우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주까지 무사히 왔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여주부터 문막까지 무쟈게 막힌단다.
에고고...
어쩔 수 없이 여주휴게소를 나오자 마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까지 가야했다.
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졸렸다.
졸음운전이 얼마나 위험하던가...
아무리 창문을 열고 껌을 씹고 노래를 부르고 담배를 피워도....
안되더라...
결국.... 몇번의 졸음운전 끝에 단양휴게소에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뜨니 벌써 5시다. 한 세시간 잤나...
하늘은 벌써 슬슬 밝아오고 있는데...
예상대로 태풍의 영향인지... 서울서 출발할 때 보였던 보름달은 구름 뒤로 숨은 상태다....
어쨌던.... 빨리 영주로 가야 한다...
첫차가... 7시 5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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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시간이 어정쩡한 상환...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었다.
그저.... 날이 밝던 흐리던... 필요한 것은 기차였다.
기차표를 끊고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지를 문의해보았다.
일요일 새벽이라 소화물 담당직원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단다.
자전거가 접이식이라고 했더니 그냥 접어서 들고 타면 된다고 한다.
후후후….
원하던 바다.
결국 베낭을 멘 상태에서 자전거를 접고 머리 위로 들어올려
낑낑대면서 플랫폼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기차에 올라타
맨 뒷자리 구석에 실었다.
기차는 7시 05분에 영주를 출발했다.
일요일 아침… 사람이 별로 없는 기차 안에서
지난 밤에 못잔 잠을 위해 다시 눈을 붙였다.
선 잠이 깰때마다 한시간씩 지나 결국 10시가 넘었다.
정신을 차리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경주 도착시간은 10시 20분…. 여기가 경주로구나…
경주역에 내리니 비는 오지 않는데 비가 온 흔적들이 많다. 게다가 하늘을 보니 또 올 것 같다. 역 개찰구 앞에서 자전거를 펴고 짐을 다시 꾸릴 때 역앞에 계시던 경주 어르신들이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신다. 다 덕담이다. 조심조심 다니라는 말씀과 함께 출발 할 때 불국사가 있는 방향을 가르쳐 주신다. 역전 앞에 있는 큰 표지판에서 내가 갈 방향을 가늠해보고 출발했다. 대충 시간은…. 10시 40분…. 어느새 바람과 함께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주를 다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모자라다.
그래서 일단 목적지를 불국사로 잡고 불국사 가는 길에 있는 것들을 대충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먼저 석빙고…. 아무것도 없다.
다음에 도착한 곳이 바로 안압지….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
대충 한바퀴를 둘러보고 이것저것 사진은 찍긴 했지만….
다시 불국사로 향하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얼른 베낭에 커버를 씌웠다.
우의를 가져오긴 했는데….
어차피 입은 바지랑 셔츠도 스포츠용이라서 그냥 가기로 했다.
결국 비를 맞으면서 다시 앞으로 앞으로…
길 건너편으로 다른 사람이 우의를 쓰고 자전거를 탄다.
돌아보길래 손을 흔들어줬다. 그사람도 역시 손을 흔든다.
그 뒤를 따라 어떤 여성이 같은 모습으로 따라가고 있다.
같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다시 가다가 그만 버스가 튀긴 도로의 물을 뒤집어썼다.
좋은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기분나빠 하지 않기로 한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불국사 주차장까지 도착하니 11시 40분…
일단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기, 식사 후에 불국사를 구경하기로 했다.
식사는 산채비빔밥. 아침겸 점심으로 먹는 것이니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작년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밥은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여름에 자전거를 타면서 흘리는 땀을 보충하느라
물과 이온음료를 하루에 두세통씩 마시다보니 점심은 걸렀었다.
결국 그것이 오후에 힘을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점심은 무조건 사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침이나 저녁은 야영지에서 해먹으면 되니까.
내리는 비를 구경하면서 밥을 다 먹고 짐을 식당에 잠시 맏겨두고 불국사로 올라갔다.
절은 다 같다.
그러나 문화재로서는 틀리다.
많은 이들이 불국사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난 그저 20년만에 만난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과 인사를 하고 왔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하고(어차피 구경할 것도 별로 없었지만)
비로 인해 일정이 늦춰질까봐 얼른 내려왔다.
그리고 짐을 다시 꾸리고 석굴암으로 향했다.
첫날 오전 코스
경주역-석빙고-안압지-불국사 : 약 18km
석굴암까지 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비가 오다 말다 하고 이러다가 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
결국 석굴암은 취소.
석굴암 입구에서 다음 목적지를 바로 감포방향,
정확히는 감은사지와 문무대왕수중릉이 있는 곳으로 정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토함산 꼭대기에서 도로따라 내려오는 길은 쉽지 않다.
일단 비가 오고 있어서 미끄럽다.
길이 미끄러운 것도 있겠지만 자전거(준 MTB)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리막길은 오르막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길이 일자로 되어 있으면 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덜 신경써도 되지만 꼬불꼬불 되어 있으면 저 코너를 돌면서 나오는 차량을
확인할 수 없기에 굉장히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내리는 비로 인해 안경의 시야가 협소해지고
등에 실린 베낭의 무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올라갈때보다 더 팔과 다리, 목에 힘이 더 들어갔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와 4번 국도를 만나 감포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감은사지/문무대왕릉이 있는 지방도로와 31번 국도 방향으로 향했다.
처음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중간에 동국대 경주 캠퍼스 회계학과 3학년(26)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단다.
그 친구는 지금 일당 알바로 교통량 조사를 하고 있었다.
군대 다녀온 젊은이들 중 3, 4학년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취업.
빗길을 잠시 쉬면서 취업 및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출발한 시간은 16시.
원래 16시까지 감은사지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늦어지겠다 싶어 다리에 힘을 더 주었다.
그러나 왠걸, 얼마 앞에 감은사지가 보이는게 아닌가.
안압지나 불국사보다 이놈이 훨씬 더 끌린다.
두개의 3층석탑과 감은사지의 배치도.
무엇보다 이끌린건 문무대왕수중릉과의 연결…
얼마전 역사스페셜 책에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감은사지에서 문무대왕 수중릉까지 2km. 정말 10분도 되지 않아 나타났다.
누구말대로 그저 바다위에 바위가 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맘을 더 이끄는 것은 바다와 파도였다.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서 파도와 바다만 20여분을 지켜보았다.
서쪽하늘과는 틀리게 동쪽 하늘은 비가 그친 듯 점점 개어가는 것 같다만
파도는 점점 더 거세어진다.
문무대왕릉에서 17시에 출발.
감포까지 오는 길에 해수욕장이나 야영지가 있었지만 1일차 목표는 감포다.
나정해수욕장을 지나 감포읍이 나왔지만 해수욕장은 보이지 않는다.
감포 읍내로 들어가 바닷가 길을 따라 달렸다.
읍내를 지나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을 때 오류 해수욕장이 나왔다.
게다가 입구가 바로 야영지다. 자리를 잡아 야영지에 텐트를 쳤다.
작년 제주도 여행시 썼던 텐트는 진짜 싸구려라 잔뜩 고생만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편한 자동텐트로 준비했다.
1인용짜리…
간단하게 텐트를 치고 플라이를 덮었다.
익숙치가 않아 조금 고생했지만 금새 텐트를 다 치고 식사준비를 했다.
1일차 석식은 햇반, 오징어 짬뽕, 고추참치…
배부르게 먹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샤워장을 찾지 못하겠다.
멀리 있는 듯 한데 잘 모르겠고…
그래서 대충 식수대에서 얼굴과 팔다리만 씻고 짐을 정리했다.
여기도 파도가 많이 친다.
그러나 확실히 동쪽 하늘은 개어간다.
어느새 노을에 물든 구름으로 해변에 아름다운 색이 뿌려지고
파도가 부서지면서 내어놓는 뿌연 포말은 밤안개처럼 해변을 감싼다.
맥주 한잔 마시면서 바다를 구경한다.
파도를 구경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가족들을 구경한다.
ㅇㅇㅇ
1일차 코스 완료 : 49.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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