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도산십이곡
이황
<1연>
이런들 엇더하며 뎌런들 엇더하료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물며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고텨 므슴하료
<2연>
연하(煙霞)로 지블 삼고 풍월(風月)로 버들삼아
태평성대(太平聖代)예 병(病)으로 늘거가되
이 듕에 바라는 일은 허물이라 업고쟈
<3연>
순풍(淳風)이 죽다하니 진실(眞實)로 거즈마리
인성(人性)이 어디다하니 진실(眞實)로 올흔마리
천하(天下)에 허더(許多) 영재(英材)를 속여 말씀할가
<4연>
유란(幽蘭)이 재곡(在谷)하니 자연(自然)이 듣디 됴해
백운(白雲)이 재산(在山)하니 자연(自然)이 보디 됴해
이듕에 피미일인(彼美一人)을 더욱 닛디 못하얘
<5연>
산전(山前)에 유대(有臺)하고 대하(臺下)에 유수(有水) ㅣ 로다
떼 많은 갈며기는 오명가명 하거든
엇다다 교교백구(皎皎白駒)는 머리 마음 하는고
<6연>
춘풍(春風)에 화만산(花滿山)하고 추야(秋夜)에 월만대(月滿臺)라
사시가흥(四時佳興)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아 어느 그지 있을고
♣어구풀이
<1연>
-뎌런들 : 저런들
-엇더하료 : 어떻겠는가. 어떠하랴
-초야우생(草野愚生) :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천석고황(泉石膏肓) : 자연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 ‘천석’은 자연을 뜻하고
‘고황’은 고치지 못할 병이란 뜻이다. 비슷한 말에 연하고질(煙霞痼疾)이 있다.
-므슴하료 : 무엇하겠는가, 무엇하리.
<2연>
-연하(煙霞) : 안개와 아지랑이. 여기서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치.
-풍월(風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곧 아름다운 자연.
-버들 : 벗을
-업고쟈 : 없었으면 싶다.
<3연>
-순풍(淳風) :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숙.
-거즈마리 : 거짓말이다.
-인성(人性) : 인간의 성품
-올흔 마리 : 옳은 말이다.
-허다영재(許多英材) : 많은 슬기로운 사람.
<4연>
-유란(幽蘭) : 그윽한 향기를 뿜는 난초. 난초의 다른 이름.
재곡(在谷)하니 : 산골짜기에 피었으니. 골짜기에 있으니.
-자연(自然)이 : 자연히, 저절로.
-듣디 : 듣기. 또는 (냄새)맡기.
-됴해 : 좋구나.
-재산(在山)하니 : 산봉우리에 걸렸으니.
-보디 : 보기
-이 듕에 : 이 가운데에(속세를 떠나 대자연의 신비로운 속삭임을 듣는 듯한
가운데의 뜻)
-피미일인(彼美一人) : 저 한 사람의 고운 분. 여기서는 임금을 가리킴.
-못하얘 : 못하도다.
<5연>
-유대(有臺) : 대가 있음. ‘대’는 높고 평평하게 생긴 터. 여기서는 낚시터를 가리킴.
-떼 많은 : 무리사 많은
-오명가명 : 오며 가며,
-엇다다 : 어째서. 감탄사.
-교교백구(皎皎白駒) : 어진 사람이 타는 흰 망아지. ‘교교’는 희고 깨긋한 모양.
-머리 : 멀리.
<6연>
-춘풍(春風) : 봄바람.
-화만산(花滿山) : 꽃이 산에 가득 피어 있음.
월만대(月滿臺) : 누대(樓臺)에는 달이 가득함.
-사시가흥(四時佳興) : 춘하추동의 네계절마다 일어나는 아름다운 흥취.
-어약연비(魚躍鳶飛) : 고기가 뛰고 소리개가 내. 천지 조화의 묘함을 이르는 말.
-운영천광(雲影天光) :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와 찬란한 태양. 만물이 천성(天性)
을 얻은 이치를 이르는 말.
-그지 : 끝이.
♣해설
<1연>
초장 :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중장 : 시골에 파묻혀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다고(공명이나 시비를 떠나
살아가는 생활) 어떠하랴?
종장 : 더구나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고질병처럼 된 버릇을 고쳐서 무엇하랴?
<2연>
초장 :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바람과 달은 벗으로 삼아
중장 : 태평스런 시대에 하는 일 없이 노병(老病)으로 점점 늙어가네.
종장 : 이렇게 자연과 벗하며 잘 지내는 중에 바라는 바는 잘못을 저리르는
일이나 없었으면 싶다.
<3연>
초장 :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후한 풍속이 줄어서 없어지고, 사람의 성품이 악하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거짓말이다.
중장 :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어질다고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종장 : 그러므로, 착한 성품으로 순후한 성품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많은 슬기로운 사람을 속여서 말할 수 있겠는가?
<4연>
초장 : 그윽한 난초 산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그 냄새가 자연히 맡기 좋구나.
중장 : 흰 구름이 산마루에 걸려 있으니 자연히 보기 좋구나.
종장 : 이렇게 속세를 잊고 아름다운 풍취 속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 임금님을 더욱 잊을 수거 없구나.
<5연>
초장 : 산 앞에는 높은 낚시터가 있고, 대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있구나.
중장 : 무리 지은 갈매기들이 오락가락하는데
종장 : 어찌해서 저 어진 사람들은 여기에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나갈 마음만
갖는고.
<6연>
초장 : 봄 바람이 물어 산에는 꽃이 만발하고, 가을 밤에는 밝은 달이 애에 가득하다.
중장 : 계절마다 일어나는 흥취는 사람의 흥겨워함과 한가지로구나.
종장 : 더군다나 물속에는 고기가 뛰고, 하늘에는 소리개가 날며, 아름다운 구름은
그림자를 짓고, 찬란한 태양은 그 qc을 노누리에 던진다. 이러한 대자연의
조화에 어느 한가지인들 끝이 있겠는가?
♣천체감상
작가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을 짓게 된 경우는, 동방의 가곡이 음란하여 논의할 바가
못됨을 한림별곡류에서 예를 들고, ‘이별육가’가 ㅇ히려 나은 편이나 온유·돈후하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자기는 음률을 잘 모르지만 여가가 있으면 시를 지어 백성들에게 부르게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도산십이곡’은 전후 6곡으로 나뉘었는데, 전6곡(前六曲)은 언지(言志)라 하며,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읊은것이고, 후6곡(後六曲)은 언학(言學)이라 하여 학문과 수양에 임하는 심지를 노래한 것이다. 도산서원에서 후진을 양성할 때에 이학(理學)을 닦는 심지(心志)를 노래한 것으로, 주자(朱子)의 무이정사(武夷精舍)를 본받아 천석고황(泉石膏肓)과 강학(講學)과 사색으로 나날을 보내던 그의 생활상과 함께 그의 학문과 도덕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1연은 전6곡의 서시에 해당하는 노래로, 명리를 떠나 초야에 묻혀 지내는 사람의 자연애(自然愛)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2연은 자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것이 병, 곧 천석고황이 되었음을 말함과 아울러 도덕 군자로서 몸에 허물이 없기를 아울러 걱정한 노래다.
3연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하여 인성의 어짐과 순후한 풍습을 강조함과 아울러 허다영재(許多英材)들에게 성선설이 옳음을 주장한 내용이다.
4연은 벼슬을 떠나 대자연 속에 묻혀 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임금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 연군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자연과 벗하여 지내면서도 완전히 자연에 몰입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5연은 낚시터에서 물과 갈매기를 벗하는 생활을 찬미하며, 속세에 연연해 하는 세속인들을 나무라고 있는 내용이다. 종장에서의 ‘교교백구’는 ‘현자’를 비유하는 것으로 그들이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있다.
6연은 꽃피는 봄과, 달이 뜨는 저녁의 경치, 물 속에 노는 고기 떼, 하늘의 소리개, 구름이 떠 있꼬 해가 비치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하고 있는 연이다.
♣작가소개
이황(李滉, 1501~1570) :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 도옹(陶翁). 조선 연산군~선조 때의 문신. 학자. 1534년 식년시(式年試)에 급제, 대사성(大司成), 대제학, 좌찬성 등 벼슬을 지냈다.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세우고 스스로 도옹(陶翁)이라 칭하묘 학문을 닦고 후배 교육에 힘썼다.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쌍벽을 이루는 성리학(性理學)의 대가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사상의 핵심으로 했다. 사단칠정을 주제로 한 기대승(奇大升)과의 8년에 걸친 논쟁은 4·7분 이기여부론(四七分理氣與否論)의 발단이 되었고, 그의 학풍은 뒤에 그의 이원론을 반박하고 나선 이이의 기호학파에 대해서 영남학파를 이루어 당쟁의 대립과도 관련이 되었다. 주세붕(周世鵬)이 세운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에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사액을 내리게 하여 최초의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하였으며, 붕당의 폐해를 상소하는 등 업적을 남겼으나 현실 생활과 학문의 세계를 구분하여 끝까지 학자적 태도에 충실하였다. 저서에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 「퇴계집(退溪集)」, 「성학십도(聖學十圖)」 등이 있으며, 시조에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등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