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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61편 ※
조조의 출병 결정
한편, 도겸의 수하 장수 장개에 의해 부친이 무참하게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연주의 조조는,
"아버님 ~ !..."
"괘씸하다, 괘씸해 ! 아흐흑... ! "
"내, 이 놈들을 ! 아흐흑 ...!"
조조는 괴성을 고래고래 질러대며 슬픔의 통곡을 하였다.
그 바람에 수하의 장수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조조의 앞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한 장수가 조조에게 말한다.
"이왕 벌어진 일 이제 그만 고정하십시오."
"명을 내려 주십시오 ! 소장에게 삼천 병력을 주시면 닷새안에 오봉산으로 달려가 도망친 장개의 목을 가져와 주공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장수는,
"소장이 당장 장개의 목을 베어와 조공의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하고, 다짐 하듯이 말한다.
그러자 그때 막 들어온 조조의 책사 순욱이 여러 장수들을 번갈아 둘러보며 냉정한 어조로 말한다.
"아니! 오봉산은 왜 토벌하겠다는거요? 조공을 살해한 사람은 장개라는 도적이나 원흉은 그가 아니라 서주에 있는 도겸이오!...
주공께서 큰일을 당해 지금은 상심이 너무 크시니 모두들 물러들 가시오. 주공께서 좀 쉬시게 말이오."
그러자 모든 장수들이 어중어중 거리면서 물러나갔다.
장수들이 물러가자 순욱은 말없이 이런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 조조의 앞으로 손을 모으고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소관, 주공의 슬픔을 위로하고 또한 감축을 드리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눈을 매섭게 치켜뜨면서,
"순욱? 웬 헛소리야?
가친께서 별세하셨는데 감축이라니?"하고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따지듯이 반문했다.
그러자 순욱이 허리를 굽히며,
"복(福)중 화(禍)가 있고 화중 복이 있으니 복과 화가 어우러져 큰 일이 기대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조는 눈을 깜빡이며 순욱에게 물었다.
"지금 말한 화중 복이란 뭘 의미하는 것인가?"
"알고 계시면서 어찌 소관에게 물으십니까?... 주공께서 거병(擧兵)하신지 2년여 동안 파죽지세로 위엄을 떨쳤으나 그 속에는 말 못할 고충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십만 대군이라는 군사를 가지고도 연주 한구석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주공께서 대업을 이루시려면, 우선 중원을 제패해야 하며 중원의 노른자위는 바로 서주 육군(徐州 六郡)입니다.
아마도 주공께서는 서주에 염두를 두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공의 통곡 속에 어찌 그런 살기가 느껴지겠습니까?"
"음... 제대로 맞췄소. 나는 저들이 내 비통한 심정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소문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도겸이 내 아버지를 죽여 조조의 슬픔이 극에 달했다고!"
"지금쯤이면 그 소식이 백리 밖까지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허나 주공, 서주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순욱이 말을 그치려 하자 조조가 채근한다.
"계속하시오."
"서주를 취함에 있어서 문제는 딱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서주 태수 도겸은 천제께서 임명했으며, 인의를 바탕으로 다스려왔기 때문에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데다가 관계(官界)에서도 평가가 아주 좋아서 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번째, 기주의 원소, 남양의 원술, 평원의 공손찬과 심지어 형주의 유표까지도 모두 서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저 바라만 보고 나서지 않는 것은 민심의 분노를 사고 제후들의 적이 될까 봐서 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서주를 취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순욱의 말에 턱을 괴고 듣던 조조는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진지한 어조로 순욱에게 물었다.
"그러면 내가 서주를 쳐야 한다고 보오?"
순욱이 대답한다.
"지금, 도겸이 부하를 시켜 선친을 살해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수를 갚지 않게 되면 이치에 어긋나게 됩니다.
그리고 도겸은 세상물정이 어두운 데 다가 늙고 병약한 몸이니 그런 사람이 어찌 서주 자사에 어울리겠습니까?
서주는 중원의 요충지로 황하가 흐르고 태산이 보이며 남북을 아우룰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늘이 주공께 서주를 주시는 것은 큰 깃발, 광풍을 몰아 주고 보검에 검집을 주는 셈인데, 주공은 뭘 더 기다리시는 겁니까?"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몸을 고쳐 앉으며 눈을 들어 말한다.
"순욱! 당신 말을 들으니 좋은 술을 마시고 취한 기분이 드는구려.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군!
으하하핫 !"
조조는 기분 좋은 호탕한 웃음을 웃었다.
그러자 순욱은 다시,
"주공, 이렇게 하십시오.
즉시 조정에 상소를 올려 도겸의 죄를 밝히시고, 한편으로 원소와 원술, 공손찬에게 부고해서 전 제후들에게 도겸이 부친을 살해한 것을 알리는 겁니다.
그래서 소식이 전해지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바로 그 순간에 군사를 몰고 서주로 진격하게 되면, 이는 천명에 따른 것이 되니 하늘의 뜻과 민심과 공의(公義)에 모두 부합됩니다.
그러면 서주는 주공차지가 될 것입니다."
순욱이 말을 마치자 이제까지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던 조조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순욱을 보고,
"나는 지금 슬픔이 과해 붓을 못 잡겠소.
그러니 당신이 부고를 써서 조정에 상주하는 동시에 제후들에게 전령을 보내서 부친을 살해한 원수를 어쩔 수 없이 친다고 전하시오."
그러자 순욱이 미리 가져온 죽간서를 꺼내어 두 손으로 받들어 조조에게 보이며 말한다.
"부고는 이미 써 놨습니다. 주공께서 내용을 살펴 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조조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됐어 ~ !... 당신이 썼다면 내 뜻과 구구절절이 일치 하겠지! 삼군에 명하시오.
내일 진시를 기해서 서주를 친다고."
"알겠습니다."
※ 삼국지(三國志)제62편 ※
조조의 혜안(慧眼)
다음날 진시(辰時:오전 7~9시), 조조는 조인과 순욱을 대동한 채 각각 갑옷 위에 상복(喪服)을 겹쳐 입고 출정 준비를 마친 병사들을 점검하였다.
출정 준비를 마친 병사들은 창과 투구를 비롯해 허리춤에 각각 조기(弔旗)를 상징하는 흰 베조각을 두른 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하여 보수설한(報讐雪恨:원수를 갚고 한을 씻는다)이라고 쓴 커다란 조기(弔旗)를 앞세우고 서주를 향하여 오만의 군사가 일시에 출발하였다.
얼마쯤 가지않아 마상(馬上)의 조인이 조조에게, "주공, 이번 출정에선 왜 선봉대와 중군, 그리고 후군의 구분을 안 두시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하고 싶은 말이 뭔가?"
하고 즉각적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조인은,
"항상 철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출정할 때에는 누가 선봉이고, 누가 중군이고, 후군인지 정하셨는데 이번 도겸 토벌에는 왜 그리 안 하시는건지..."
그러자 조조가 냉정한 어조로 대꾸한다.
"이번 싸움은 전과 다르기 때문이야. 복수하겠다는 마음에 분노로 가득차서 이성을 잃었다고나 할까?
흥! 더 빨리 못 가는 것이 한이지! 해서, 이번에는 오만 대군이 모두 선봉대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서주를 취해, 힘을 아끼자는 것이지!"
그러자 순욱이 말을 받는다.
"원소와 원술 등 제후들은 주공의 부고를 받는 싯점에 도겸의 구원요청을 받을 게 분명합니다.
원소의 성격으로 볼 때, 며칠 망설이며 도겸을 도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지 못 할 것이니 우리는 그 며칠 사이에 기필코 서주를 취해 손에 넣어야 합니다."
"들었나, 조인?
이 얼마나 명쾌한 말인가?
내 설명보다 낫지않나?"
그러자 조인이,
"네, 이제야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순욱은 겸연한 어조로 조조에게,
"어찌 제가 주공에 비교 될 수가 있겠습니까.
주공을 오랫동안 모시다 보니 요령을 터득한 것이지요."
"순욱, 내가 못 받아들일까 봐
걱정되시오?
내가 당신의 충심을 알기 때문이지. 당신을 질투하는 것은 나 자신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오? 엉 ?"
이렇게 말한 조조는 일동을 휘 돌아 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러자 대화에 끼어들었던 조인, 허저가 조조의 웃음에 맞장구를 쳤고 순욱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주공의 언변은 언제나 사람을 취하게 만듭니다. 하하하..."
어느덧,
조조의 오만 대군이 연주에서 출발한지 닷새만에 서주성 앞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상복을 입은 조조가 말 위에서 서주성을 도도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성문이 열리면서 상복을 입은 도겸이 단신(單身)으로 달려 나오는 것이었다.
도겸은 상복을 입은 채 천천히 달려 나왔다.
그리고 조조와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 온 뒤, 두 손을 읍하고 조조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조맹덕(曺孟德)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오시니, 적수가 못 됨을 알고 내 이렇게 사죄를 드리러 왔소."
하고 말하고 난 뒤,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혀 절한다.
조조가 냉엄한 어조로 대꾸했다
"무슨 죄요?"
"조공의 부친께서 서주를 지나신다기에 나는 이 기회를 빌어서 조공과 친해지려고 했소.
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부친을 왕궁...아, 아니, 아버지를 모시듯이 부친을 모시었소.
가실 때에도 십만 냥에 달하는 예물을 함께 보내고 장개 장군을 시켜서 연주까지 호위케 했소.
헌데, 그 자가 옛 버릇을 못 고치고 공의 부친을 살해하고 재물을 약탈하고 도망하기에 이르러, 이 도겸을 씻지 못 할 죄를 저지른 불의한 사람으로 만들었소.
그래서 우리일가 모두와 서주성 만 백성들은 모두가 부친을 위해서 상복(喪服)을 입었소."
그 말을 듣고, 조조가 마상에서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고개를 들어 서주성 성루를 천천히 살펴 보았다.
과연 서주성에는 성벽을 비롯해 누각 곳곳에 조기를 상징하는 흰 천조각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도겸이 계속 말한다.
"하여, 맹덕! 나, 도겸은 비록 병석에 있으나 당장이라도 오봉산으로 달려가 장개 그놈을 잡아다가 죄를 낱낱히 고하고 놈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 하늘에 계신 부친의 영전에 바칠 것이오."
"듣기에는 좋소! 아버지의 원한은 천추에 남을 텐데 그까짓 장개놈을 잡아 죽인다고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 하시오?"
조조는 냉엄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도겸은,
"내 비록 죄는 있으나 이번 일은 호의에서 시작됐을 뿐, 부친이 살해 된 것은 나의 뜻이 아니었으니 부디 조공께서는 이점을 참작하시어 죄를 사해 주시고 잠시 퇴각 후 놈을 잡아 속죄하게 해 주시오.
그리고 올해부터 해마다 연주에 공물을 바치겠소. 군량 20만 석!..."
도겸은 말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였다.
그러자 조조는 매우 아니꼬운 어조로,
"날 매수하는거요?"
하고 말하자, 도겸은 고개를 흔들며 즉각 대답한다.
"아, 아니오, 아니오.
절대 그런 뜻이 아니오..."
"그럼 무슨 뜻이오? 응? 도겸! 부하를 시켜서 아버지를 살해하고 원소와 결탁하여 나, 조조를 공격하여 연주를 취한 뒤 두 사람이 함께 나누려한 게 아니오?"
"조맹덕! 내가 야심이 없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오!
내 한 목숨을 지키기도 힘든데 어찌 내가 남의 영토를 탐하겠소?"
"남을 속여도 난 속일 수 없소. 도겸! 당신은 항상 본색을 숨기고 위선으로 일관해 왔소.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복을 입은 성의를 봐서 오늘은 죽이지 않을 테니, 전쟁준비나 해 두시오.
이틀 후에 서주를 접수하겠소."
조조는 도겸을 향하여 매몰찬 선언을 하였다.
그러자 도겸은 이를 악물고 대꾸한다.
"조맹덕! 나 도겸이 명색이 서주 자사로써 황명을 받고 국운을 받은 몸이다!
내가 네 부친보다 많은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비굴함을 무릅쓰고 사죄를 하며 이 정도의 성의를 보였건만 그래도 용서를 못 하겠느냐?
기어이 서주를 강점해서 수십만 서주의 선량한 백성들이 필사의 항전을 해야겠느냐!"
"이틀 후에 당신 목을 베어 아버지 영전에 바칠 것이니, 눈치가 있으시다면 가서 목이나 씻고 기다리시오.
그리고 백성들에게 전하시오.
성을 함락해도 학살은 없을 것이며 상복을 입은 자는 죽음을 면할 것이라고.."
말을 마친 조조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그러자 도겸은 조조와의 협상이 거절되었음을 알고, 이를 악물고 돌아서면서 외마디로 필사의 결전 의지를 다진다.
"흥 !"
...
도겸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진지로 돌아오는 길에 조인이 조조에게 묻는다.
"주공, 왜 즉각 공격 명령을 안 내리시는 겁니까?
단번에 서주를 취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조조는 몇 발짝 걸으며, 조인을 힐끗 돌아다 보면서,
"이유가 있었네. 도겸이 생각보다 대단했기 때문이야.
유심히 살펴 보니 도겸은 성벽에 온통 조기(弔旗)를 걸어 놓기는 했지만, 그 조기 밑으로는 궁사(弓射)들을 숨겨 놓고 있었네.
겉으로만 보아선 비굴한 척 했지만 실은 살의(殺意)를 숨기고 연기를 했던거지.
놈들은 필시 수성(守城)준비를 마쳤을 것이야.
더구나 성 안의 군민(郡民)들도 도겸과 생사를 같이 할거야."
이 말을 들은 조인은 손을 들어 서주성 쪽을 가르키며,
"그들이 아무리 완강하게 저항을 하더라도 서주군이라곤 팔천 밖에는 되지 않는데 우리 오만 정병이 못 당해내겠습니까?
너무 염려가 크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뒤따르는 조인을 한 번 힐 끗 뒤돌아 본 조조는,
"수비군 팔 천 외에도 수 십만 백성들이 있네.
도겸은 백성들을 인의(仁義)로 다스려왔기 때문에 정작 싸움이 시작되면 백성들은 누구라도 목숨을 바쳐 싸울 것이야.
더구나 성벽을 보니 높이가 삼 장(三丈)이 넘고 견고해 보이는군.
우린 수가 많아도 대부분 경비병이라 강공(强攻)하면 사상자만 많아지네.
이틀이라는 시간을 준 것도 어쩔 수가 없었네.
우리의 공성군(攻城軍)이 이틀 후에나 공성 장비를 가지고 도착할 테니 말이야.
장비가 도착하면 단박에 몰아쳐서 성을 취해야지...."
조조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난 뒤 걸음을 우뚝 멈추고 말한다.
"명을 전하라! 지금쯤 도겸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니 승부는 끝장난 셈이라고... 지금부터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고 이틀 후에 대공격을 할것이야
한편, 원소가 있는 기주성에서는 지원군 요청의 가부(可不)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도겸의 아들 도공의(陶公義)의 앞에 원소의 모사(謀士) 허유가 나타났다.
"도 공자(陶公子) ! 오래 기다리셨소."
도공의는 반가운 얼굴로 두 손을 읍하고 허유를 맞았다.
"도 자사(陶 刺史)께서 주공께 보낸 서신은 우리 주공께서 상세하게 읽어 보셨소."
그러자 도공의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물어본다.
"기주군(冀州軍)은
언제 파병합니까 ?"
그러자 허유는,
"뭐요 ? 파병 ? 아,아니.. 주공께서는 신중히 검토하셨지만 파병은 안 하기로 하셨소."
그 말을 듣고, 도공의는 창백한 얼굴을 하며,
"아니, 왜죠 ?"
하고 황급히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도 공자가 기주에 오시기 전에 조조의 부고장이 기주에 도착했소.
거기에는 이런 글이 있었소.
아버지 원수와 같은 하늘에서는 못 산다는... 그래서 우리 주공께서는 지금같은 시기에 파병을 해서 그쪽을 돕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명분도 없다고 말씀하셨소."
그러자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다시 굽히며,
"허 대인 ! 부친께서 장개를 시켜 조공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시켜 호송까지 하면서, 조조와 친해지려 한겁니다."
그러자 허유가 발끈 화를 낸다.
"텍 ! 바로 그 점이 이번 사건의 모순점이 아니겠소 ? 도 자사는 바로, 조조에게 아첨 할 생각이었지만, 예기치 않게 일을 그릇치고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만 그린 꼴이 되고 말았으니, 결국 조조로 부터 원한만 사고 충돌이 발생하게 된 것이오."
그 말을 듣자, 도공의가 더욱 창백한 얼굴로 허유를 올려다 보며, 말문을 열려고 하였다.
"대인 !" ...
"안타깝소 ! 어엿한 조정의 명관(名官)이자, 한 주(一州)의 자사(刺史)가 그런 황당한 사고를 저질렀으니 말이오... 아 ! ... 직언(直言)을 용서하시오.
이번 일은 실로 어리석은 행동이었소 ! 도 공자도 생각해 보시오.
우리 주공이신 원소님이 어떤 인물이오 ?
사대(四代)가 삼공(三公)이라는 위대한 명성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소.
우리 주공께서는 당신 부친 도겸이 저지른 어리석기 그지없는 그런 황당한 사건에 숟가락을 얹어 놓고 싶진 않다고 전하라 하시었소."
도공의는 더 이상 말해 보았자 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허유앞을 총총히 물러나오고 말았다.
그리하여 도공의는 마지막으로 평원성의 공손찬을 찾아가 그의 앞에 엎드린 채로, 구원을 요청하는 밀서를 읽고 있는 공손찬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기주 원소는 파병을 거절하고,
남해 원술은 파병은 할 수 있으나,
그 댓가로 서주 관할인 문영과 서주, 두 군(郡)을 달라고 합니다.
원씨 형제는 우리 가친과 친분이 두터웠으나, 어려운 순간에 우릴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손 장군님! 가친의 생사와 서주성 오십 삼만 백성의 존망은 장군께 달려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하고 공손찬에게 거듭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공손찬이 천천히 입을 연다.
"조조가 서주를 얻으면 분명히 중원을 도모할 테고, 훗날 원씨 형제와 치열한 패권 다툼을 하겠지."
그러자 도공의는
"제가 보기에 원소와 원술은 그런 구상을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본래 겉과 속이 다른 지라, 서로 상대가 초조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관망만 하면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원씨 형제는 그야말로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음흉한 자들이라 머지않아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울 것이오."
"그나저나 장군님 ! 속히 군을 파병해 서주를 구해 주십시오 !"
도공의는 공손찬의 화제가 다른 곳으로 흐르자, 안전부절 하며 본론을 채근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병사가 달려 들어오며 아뢴다.
"보고합니다, 주공 ! 지금 평원 현령 유비가 찾아와 주공을 뵙자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응 ? 현덕 아우가 ?"
공손찬은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도공의에게 말한다.
"도 공자, 가서 좀 쉬게. 현덕과 상의한 뒤에 그때 결정하지."
그러자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해 보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부디 좋은 소식을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물러갔다. 곧이어 유비 현덕이 공손찬 앞으로 들어와 인사한다.
"유비가 공손 장군을 뵈옵니다."
공손찬은 반가운 얼굴을 하며,
"아우님 ! 도겸이 보낸 원군 요청 서신이네."
하면서 도공의에게 받은 죽간서를 유비에게 내밀었다.
유비가 서신을 읽고 있는데, 공손찬은 급한 마음에 도공의가 찾아온 사연을 먼저 말했다.
"조조가 오만 대군을 이끌고 서주를 친다 하여, 도겸이 위기에 처했네.
아우님 , 도겸을 구해야 하겠나 ? 놔둬야 하나 ?"
서신을 모두 읽은 유비가 공손찬에게 반문한다.
"장군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그러자 공손찬은 겸언쩍은 얼굴을 하며 말한다.
"나야 도와 주고 싶지, 허나, 우리는 군사력이 약해, 조조의 적수가 못 되네.
더구나 원소와 원술은 각각 20여 만의 군사가 있어도 관망만 하고 있는 데, 내가 어찌 서주를 돕겠나 ?
우리 전 군을 파병해서 요행히 승리를 한다 해도, 얻는 게 뭐겠나 ?
내가 얻는 것은 도겸같은 약한 동지를 얻을 뿐, 원소나 조조 같은 강적을 만들게 될 테니, 재고 할 가치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지."
그러자 유비는 담담한 어조로,
"장군 말씀에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도겸은 선제(先帝)께서 임명하신 사람으로 충의롭고 후덕해 서주를 인의(仁義)로 다스리면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조맹덕은 부친에 대한 원한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서주 육군(六郡)을 취하려는 겁니다.
난세에는 실력으로 패권을 다툰다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결국 민심을 얻는 자만이 천하를 얻을 겁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작별을 고하기 위해섭니다. 전 서주로 가서 도겸을 돕겠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겸언쩍게 듣던 공손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유비에게 반문한다.
"헌데, 아우님 ! 자네 군사가 얼마나 되나 ? 고작 사,오천으로 조조의 5만 대군과 대적한다구 ? 허, 그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네."
그러자 유비는 공손한 어조로,
"제가 계란이란 법도, 조조가 바위라는 법도 없습니다."
하며 결연한 뜻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손찬이 한숨을 쉬며,
"허... 좋네 ! 자네가 굳이 가겠다면 내가 정병 3천을 내 줄 테니 세(勢)를 더해 보게."
그러자 유비는 공손찬에게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장군께 감사드립니다. 허나, 군사들은 원치 않으나, 장수 하나만 내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공손찬은 또 다시 흠칫 놀라며,
"누구 말인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말 없이 지켜 보던 조자룡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상산 조자룡 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손찬은 놀라며 조자룡을 한 번 쳐다 본 뒤에,
"왜 하필이면 조자룡인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거침없이,
"세인(世人)들은 여포가 천하 맹장이라지만, 조자룡이 용맹함에 있어, 여포를 능가한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그 말을 듣고, 공손찬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음 ! 자룡 !"
공손찬이 조자룡을 불렀다. 그러자 조자룡은 단박에 대답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한다.
"네 !"
"유비를 따라 서주로 가겠느냐 ?"
하고 묻자, 조자룡은 두 손을 읍하고 유비를 한 번 쳐다본 뒤 결심한 듯 대답한다.
"가겠습니다 !"
그러자 공손찬이, 파안 대소를 한다.
"하하하하... 이제야 알겠네 ! 영웅끼리는 서로를 아낀다고 하지 않던가 ? 엉 ? 하하하... 좋아 ! 자룡 ! 그러면 자네는 유비를 따라 가거라 !"
유비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공손찬에게 읍하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이어서 조자룡도 답한다.
"고맙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공손찬의 진지 밖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왔다.
유비가 자룡에게 말한다.
"공손 장군 진영에 진정한 영웅은 자네 뿐이네."
"실은 저도 유공의 인품을 흠모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공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입니다."
"좋아 ! 자룡 ! 이제부터 관우,장비까지 넷이 형제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