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나라당 당 대표이자 재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박희태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뉴라이트는 오는 4월부터 <MBC 광고금지권유운동>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보기) 미디어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MBC에 대해 '대기업이 방송하면 안되는 사회악이면, 대기업 광고를 하지 말라'며 '대기업이 방송을 하면 안되는 사회악인지, 대기업이 방송에 참여하면 방송을 망치는 세력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라이트에서는 로맨스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막장 of 막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침 드라마보다도 못한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
뉴라이트,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걸까?
검찰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일 당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불매운동을 벌인 소비자들을 구속, 벌금형을 구형했다. 광고불매운동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검찰은 분명 광고불매운동이 '불법'이라 했다.
조선일보 2008년 7월 2일자 1면.
검찰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광고불매운동의 경우, 조직적인 움직임, 특정인의 강요가 존재했기에 세계에 전례가 없는 불법적인 행위이었다고 규정했다. 뉴라이트는 광고의 직접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거기다 매우 조직적인 단체이다. 작년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줄소환하던 검찰의 열성적인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유모차를 끌었던 어미니들까지 불러서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열의를 잊지 못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뉴라이트의 합법적인 권유가 무엇인지, 검찰이 똑같은 열의를 보여주는지, 이를 판단하는 사법부에서 또 다시 이메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뉴라이트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부제목은 다음과 같다.
대기업이 살리고, 대기업 광고로 방송하는 MBC, 대기업 욕하면 배은망덕.
과거 대기업의 돈으로 기사회생한, 그리고 지금도 대기업의 막대한 광고수입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MBC가 대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돈줄, 물주의 말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야만 한다는 얼토당토한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리더십?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정부와 기업의 끈적한 유착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대기업이 '꼬꼬마' 공장들이었던 시절, 1차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박차고 중화학공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자금줄,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실제 POSCO가 설립되는 과정 등은 제3세계에서 정부의 경제 개입의 우수사례로 배워가고 있으며,
KT 등의 몇몇 민간기업 출발은 공기업이었다.
삼성의 물주는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 아닌가요?
돈줄의 말을 신봉해야 한다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따르게 되면, 지금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들은 그들의 시작을 있게 해준 정부의 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과거 대기업의 돈줄이었던 정부는?
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을 내는 국민, 장롱 속의 금을 모아 IMF 사태를 극복의 선두에 섰던 구국의 영웅, 국민들의 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업도 정부도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국민의 말을 잘 듣고 있는가? 뉴라이트에게 묻고 싶다.
대기업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광고의 목적이 무엇일까? 대기업이 광고를 하는 목적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이 아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판매를 촉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를 제작하고 방송국에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라이트는 마치 대기업이 방송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처럼 꾸며내고 있다.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해서라도 광고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은 보다 큰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대기업이다.
MBC가 광고주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으면서 대기업을 천박한 상업주의 속 사회악으로 몰아 간다는 뉴라이트의 주장. 그러나 MBC를 비롯, 대기업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이 대기업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나 역시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EPL에서 삼성 로고가 박힌 유니폼이 있다는 사실도 흐뭇하다. 다만 족벌 세습 경영,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경유착, 노블리스 오블리제와는 거리가 먼 경영문화 등 '구린' 부분을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보다 깨끗한 기업문화로 다시 태어나자는 것이다. 이게 천박한 상업주의, 쓰레기 자본주의인가?
오히려 돈의 압력으로 부터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할 공영방송에게 '돈'이라는 재갈을 물려 물주의 말이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게 하려는 뉴라이트의 주장이야말로 싼티나는 자본주의 표상 아닌가?
뉴라이트, 답이 없다.
앞서 뉴라이트가 관여한 여러 사회문제에서 이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검찰과 사법부가 해야 한다.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다.
4월 이후 있을 MBC광고금지권유운동에 대해서도 작년 광고불매운동 때만큼 열정과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