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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월) "이재명도 죽고 당도 죽는다"…'19대 총선 악몽’ 우려
4·10 총선에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의 악몽이 부각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안주해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파열음을 내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게 과반을 내줬다. 당내에서 2012년 패배가 회자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이번 총선이 19대 총선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2월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견제론이 우세한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고전 중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2월 2주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는 1년 만에 1%포인트(p) 이내로 좁혀졌다. 국민의힘은 40.9%, 민주당은 41.8%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9일 발표한 2월 3주차 조사에서도 양당이 동시에 소폭 하락했지만 비슷한 격차를 유지했다. 국민의힘은 39.1%, 민주당은 40.2%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회복세를 보였지만 국민의힘에 뒤졌다. 2월 23일 한국갤럽이 지난 2월 20일부터 2월 2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정당 지지도 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의힘은 37%, 민주당 35%, 녹색정의당 2%, 개혁신당 3%, 새로운미래 1% 무당층 20%로 나타났다. 전 주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4%p(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은 변동이 없었다. 개혁신당의 경우 지난주 4% 지지율이 통합 파기 후인 이번 조사에선 개혁신당 3%,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 1%로 지지율이 갈라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권심판론이 높은데도 민주당이 고전하는 양상은 19대 총선과 닯았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졌고 민주통합당의 과반 차지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어 패배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며 취임 3개월 만에 사퇴했다.
당시에도 문제는 공천 논란이었다. 한명숙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친노, 반노, 비노 이런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분열적인 수사다. 민주당은 모든 사람이 친노"라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친노 486이 중심이 된 계파 위주 공천이 이뤄지면서 비주류였던 구 민주계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구 민주계는 공천에서 배제되자 '구 민주계 학살론'을 들고 일어났다. 결국 구 민주계 일부가 당을 떠나 정통민주당을 창당하면서 당이 분열됐다.
반면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진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직접 중진들의 용퇴를 이끌어냈다. 또한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 이준석 비대위원을 영입하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등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19대 총선 민주통합당과 22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2대 총선은 도저히 지기 힘든 선거다. 그런데 이것이 흔들리고 있다"며 "2012년 19대 총선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비명계는 밀실 회의, 현역 이름이 빠진 여론조사, 하위 209% 심사 공정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탈당 선언도 나왔다. 4선 중진 김영주 의원은 하위 20% 대상 통보에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했다. 이수진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가 젼락지역으로 결정되면서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탈당을 선언했다. 공정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비명계가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의원들이 제3지대로 이탈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명계의 대규모 탈당으로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천 국면에서 벌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의 불출마를 포함해 2선 후퇴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공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365일 내내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총선 결과로 책임을 지는 건 이재명 대표"라며 "이대로라면 이재명 대표도 죽고, 당도 죽는다. 지지율 반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죽어야 당이 산다"는 논리다.
"여론조사 더 높다"며 삭발… 국힘, 공천 잡음 '시끌'
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송숙희 전 부산 사상구청장과 지지자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근무하는 당사 건물을 향해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송숙희 전 구청장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출사표를 냈지만,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단수추천을 받으면서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는 이날 경선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송숙희 전 구청장은 본선 경쟁력 등에서 본인이 앞서는데 김대식 후보가 '장제원 의원의 사학 출신 가신'이라 지역구를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대식 후보는 장제원 의원 일가가 세운 동서학원 소속 동서대에서 교수로, 경남정보대에서 총장으로 재직했다. 송숙희 전 구청장은 지난달 1월 27, 28일 프레시안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 송숙희 전 구청장이 36.0%, 김대식 후보가 15.9%를 득표한 점도 공천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어떤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거나 한 세력이 관철되는 구조는 없다"며 "지금 시스템으로 낼 수 있는 공정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 잡음'으로 들끓고 있다.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최소화하는 기조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처럼 '공천 파동'으로 확전되지는 않고 있지만, 곳곳에서 공천 절차 및 결과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 단수, 우선추천 지역서 "경선 실시하라"
문제를 제기하는 상당수는 경선이 실시되지 않는 지역구의 원외 인사들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인 강민국(초선) 의원을 단수추천한 경남 진주을이 대표적이다. 김재경 전 의원, 김병규 전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경쟁자들은 강민국 의원을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김재경 전 의원은 이날 강민국 의원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됐던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당 윤리위원회에 징계절차 개시를 청원했다. 이에 대해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을도 공천 잡음이 그치지 않는 지역이다.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당 지도부의 '험지 차출' 요구를 받아들여 우선추천(전략공천) 받았는데, 그동안 해당 지역 출마를 준비해 오던 원외 예비후보들과 당원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지난 2월 14일 조해진 의원 출마선언 기자회견장 앞을 가로막았고, 일부 예비후보들은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면 후보 단일화를 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사람이 경선에서 두 차례 배제되는 혼선도 있었다. 박정열 전 경남도 의원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을 신청했는데, 공관위는 지난 2월 18일 해당 지역구 경선 후보를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차장, 이철호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조상규 변호사 등 3명으로 압축하며 그를 배제했다. 이에 박정열 전 도의원은 2월 19일 공관위에 이의를 신청했고, 공관위가 이를 받아들여 경선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공관위는 2월 22일 다시 박정열 전 도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했다. 박정열 전 도의원은 이날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두 번째 경선 배제 결정 통보는 오락가락 기준이 없고 원칙이 없는 모습"이라고 반발했다.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듯한 '추가 공모'도 입길에 올랐다. 당 공관위는 2월 22일 대전 중구에 '추가신청 공고'를 냈는데, 한동훈 지도부의 영입인재인 채원기 변호사가 이날 "중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달라는 시대적 요청 때문에 뒤늦게 중구에 투입됐다"며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은권 전 의원 지지자들은 이날 당사를 찾아 "전략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현역들도 이명수 "정치적 모멸 행위"… 서정숙 "공천 특권 카르텔"
현역의원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 이명수(4선 · 충남 아산갑) 의원은 2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역구에서 경선을 진행해 달라고 공관위에 요구했다. 아산갑은 지금까지 경선을 할지, 단수추천을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보류 지역이라 이명수 의원이 컷오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이명수 의원은 "총선을 얼마 앞두고 벌어진 이번 일은 내 개인이 아닌 아산시민에 대한 정치적 모멸 행위이며,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아산 및 충남 지역 국민의힘 승리에도 역행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앞서 경기 용인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된 서정숙(비례) 의원도 "현직 우수 국회의원을 경선도 안 시키고 원천 배제하다니 이것이 과연 '시스템 공천'이 맞느냐"며 "용인병에서 특정인 공천을 위해 1년 반 동안 공천 특권 카르텔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용인병에선 윤석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가 단수추천을 받았다.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정우택(5선) 국회부의장과 윤갑근 전 검사장이 맞붙는 충북 청주상당이 대표적이다. 청주상당은 2월 23, 24일 여론조사를 거쳐 2월 25일 경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그에 앞서 정우택 부의장이 2022년 10월쯤 지역구 한 카페 사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정우택 부의장은 관련 의혹을 '정치적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며 "마타도어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청주시민, 상당구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홍문표(4선·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의 경선이 실시되기 전날인 2월 22일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임을 알게 됐다"며 "13∼16대 연속 4번 낙선했는데, 그 당시 선거구가 지금의 홍성예산 선거구가 아닌 청양홍성 선거구였음에도 동일 지역구 기준을 적용해 감점을 줬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홍문표 의원은 강승규 전 수석의 '대통령 시계 배포 및 식사비 경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신경전을 벌였다.
◆ 윤두현·최춘식·박대수 불출마… '여당 프리미엄'?
그러나 국민의힘은 현역의원 일부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비해 공천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다. 윤두현(초선·경북 경산) 최춘식(초선·경기 포천가평) 의원은 이날 나란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지역구가 보류 지역으로 묶여있어 컷오프 후보군으로 분류돼 왔는데, 반발 대신 '깔끔한 마무리'를 택했다. 서울 강서을의 사실상 유일한 공천 신청자였지만 지금까지 공천을 받지 못한 박대수(비례) 의원도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공공기관 등 국회의원 말고도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은 '여당 프리미엄' 덕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계양을 민심… “완전 코미디, 여기가 정치인들 놀이터야?”
시야를 덮는 역사(驛舍)를 가운데로 뒤편 경인아라뱃길엔 유유히 한강물이 흐르고, 앞편엔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행선지를 찾아 버스를 골라 탄다. 정류장 맞은편엔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이는 공영주차장과 비닐하우스 몇 개가 놓인 소규모 농지가 있다. 이 두 가지를 빼면 멀찍이 보이는 계양산 자락까지 펼쳐진 땅은 대부분 공터다. 군사지역으로 개발이 묶여서 그렇다. 널찍한 땅이 고즈넉한, 혹은 적막한 인상을 준다. 2월 6일 오전 10시께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 인근 풍경이다.
기점인 계양역을 시작으로 인천지하철 1호선 노선 방향 도로를 따라 귤현역 방면으로 접어들면 주택가·상점가가 보인다. 박촌, 임학, 계산역, 경인교대입구역 쪽을 지나며 깊이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은 구축 아파트가 많아 구도심에 가깝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도시의 빛깔은 평소보다 더 회색에 가까워 보였다. 거리에 자동차와 인파가 퍽 오가지만 부산스러움보다는 조용한 느낌을 준다. 계양역 인근과 풍경은 달라도 주는 인상은 비슷하다. 뚜렷한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도시. 인천 계양구 계산1~4동, 계양1~3동으로 묶인 선거구, 인천 계양을(이하 계양을) 지역이다.
조용한 이 동네의 평화를 깬 건 정치권이다. 정치권에서 이곳은 이미 피 튀기는 최전방이 됐다. 2022년 6월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그해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략공천된 때부터다. 불과 2개월 전까지 대선후보이던 정치인의 출현은 계양을을 들썩이게 했다.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나 총선을 앞둔 지금, 이곳엔 그를 '저격'하겠다며 맞수를 자처한 여권 대권주자, 과거 측근까지 나타나 '점입가경' 형국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2월 6일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불쾌감을 나타냈다.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역민을 제물로 삼는 것" 등 울분 가득한 말로 출마자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중앙 정치의 회오리에 지역 현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 "뭔 짓을 해도 뽑아주니까 문제지"
계양2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미희(48) 씨는 "이재명 대표가 2022년 계양을에 출마한 것부터 지역을 무시한 처사"라며 "지역민이 쭉 지지해 줬던 사람은 서울시장 출마한다고 훌쩍 떠나버리고, 연고도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 하겠다고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지역 주민으로선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선후보이던 사람이 자기 살겠다고 '볕드는 곳'에 찾아온 것도 좋게 보이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30대 이정훈 씨도 "테크노밸리 유치나 주택단지 건설 등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해놓은 일이 제법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당을 뽑아왔다. 그도 이곳에 애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서울로 가버려서 의아했다"며 "가더라도 지역을 아는 사람을 남겨야 하는데, 경기지사 하던 사람을 꽂으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계양갑·을로 나뉜 이래 2010년 보궐선거 한 번을 제외하곤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적이 없다. 민주당의 대표 '텃밭'으로서 국민의힘에는 '험지'를 넘어 '오지'라는 말까지 나오는 곳이다. 의원 선거뿐 아니라 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송 전 대표가 이곳에서 5선을 달성했고, 그가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함으로써 발생한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출마해 초선을 달성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여권으로부터 불체포 특권을 얻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등에 대한 수사를 피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계양을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상인 최모(71) 씨는 "여기가 '텃밭'이라서 문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텃밭으로 인식되면 소중히 여기기보다 오히려 만만히 본다. 잘하든 못하든 아무나 내보내면 당선되는 곳에 굳이 왜 잘해 주려고 하겠나. 표심 변화가 심한 곳이어야 어떻게든 표를 따려 눈치도 보고, 심기를 거스를 짓을 안 할 텐데, 뭔 짓을 해도 민주당을 뽑아주니까…. 이재명 대표가 낙선하거나, 당선되더라도 겨우 이겼어야 했는데 그것도 안 됐다. 정치인도 문제지만 주민들도 좀 변해야 한다. 나도 여기 오래 살며 예전엔 정당만 보고 민주당 후보를 뽑았지만 15년 전부턴 그러지 않고 있다."
◆ 이재명 vs 反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에서도 계양을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17일 차담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취재진의 "계양을에 그대로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지역구 의원이 (자신의 지역)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1월 31일엔 계양을 출마 예비후보로서 공천관리위원회의 면접 심사를 받았다.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 이른바 '명룡 대전'을 예고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2월 2일 계양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지역 시장을 방문하는 등 민심 다지기에 돌입했다. 2월 15일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원희룡 전 장관을 계양을에 단수 공천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 장관의 목적은 명확하다. '이재명 저격'이다.
원희룡 전 장관은 1월 16일 인천 계양구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길을 가로막고 있다. 내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밝혔다. 꼭 계양을이 아니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가는 곳이라면 따라가겠다고도 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이날 행사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에서 "국회를 자기가 살기 위한 방탄막으로 만드는 야당의 책임자가 발을 디딘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원희룡 전 장관과 이재명 대표는 각각 여야 대권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4월 계양을에서 펼쳐질 둘의 대결을 '미니 대선'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선거사무소를 옮겼는데, 원희룡 전 장관이 이곳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선거사무소를 꾸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입을 모아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계산1동 서해아파트 주민 이모(41) 씨는 "싸움 구경이 가장 재밌는 구경이라고, 외부 사람들에게야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주민으로선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며 "이재명, 원희룡 둘 다 대통령 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곳은 대권으로 향하는 발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 같다. 애초에 이 지역 발전엔 관심도 없던 사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윤모(45) 씨도 "지역구 의원은 지역을 잘 알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감옥 안 가려고 온 것 같고, 원희룡은 계양을과 상관없이 이재명이랑 싸우려고 나오는 것 같다. 둘 다 정이 안 가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反)명' 기치를 들고 참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두 대권주자의 대결에 변수가 되고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며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을 주도했다. 한때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꼽혔지만 지난해부터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대장동 게이트 관련 폭로성 발언을 이어왔다.
2월 3일 유동규 전 본부장은 언론에 "나는 전과도 없고 받고 있는 재판도 이재명보다 적다. 이재명이 선거에 나갈 수 있다면 나도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재명이 하는 행태를 보며 출마를 고심했다. 그와 붙어서 이길 것"이라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어 2월 14일엔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입당식을 열고 "계양을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국회의원의 방탄용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나는 계양 주민들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며 출마를 알렸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창당한 정당이다.
이에 대한 주민 반응은 역시 싸늘했다. 계산4동 주민 이정은(58) 씨는 "유동규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이곳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 단지 이재명 잡겠다고 온다는데, 아무리 지역민을 위한다고 좋은 말을 늘어놓아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인교대입구역에서 만난 박성주(47) 씨는 "이재명, 원희룡 둘이 여기에서 선거를 치러 괜히 들쑤시고 있는 느낌인데, 유동규까지 와서 난장판을 만드니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이곳도 엄연히 하나의 지역구인데, 정치인들이 '놀이터'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 "지역에 오래 있을 사람 뽑을 것"
계양을의 지역 현안은 구도심 재개발·재건축, 귤현 탄약고 이전, 지하철 연장 등이다. 2월 6일 계산역 인근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윤형선 국민의힘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계양을은 인천시에서 재정자립도, 인구 모두 꼴찌"라며 "중앙 정치인들의 이슈로 덮이기엔 지역 현안이 산적한 곳"이라고 말했다. 윤형선 위원장은 계양을에서 27년간 병원을 운영한 지역 정치인이다. 20대, 21대 총선에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2022년 보궐선거에선 이재명 대표와 맞붙었으나 낙선했다.
윤형선 위원장은 "물론 지역민 가운데 인지도가 높고, 중앙 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천시의 노후 주택 비율이 평균 20%다. 이곳은 36% 수준으로 낡은 집이 많다. 연탄, 심지어 장작불을 때서 난방을 하는 주택이 있을 정도다. 관할 지역 대부분이 계양산인데, 개발제한구역이 광범위하다.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도 많아서 기본적 교통권도 보장이 안 됐다. 지역에 오래 있던 사람이 아니면 이를 잘 알 수 없고, 온다고 해도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앙에서 사람이 오면 나와 같은 지역 정치인도 속이 상하지만 주민들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낙하산 공천'을 비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주민들은 4월 총선에서 "지역에 애정을 갖고 오래 남아줄 사람을 뽑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양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수민(37) 씨는 "매일 계양역으로 와서 출퇴근한다. 사는 곳과 거리가 멀지만 교통 인프라가 좋지 않아 통근시간이 30분은 더 걸린다"며 "지하철 연장이든 재개발·재건축이든 단기간에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지역에 남을 사람이어야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중앙에서 자꾸 '전략공천'이라는 말로 생뚱맞은 사람을 보내지 말고, 지역밀착형 후보를 좀 더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역사 안에서 만난 조모(46) 씨는 "둘 다 큰 호감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원희룡이 낫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은 보궐선거로 온 후 1년 반 동안 딱히 한 게 없다. 뭔가를 보여주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받고 있는 재판이 수두룩하니 지역 현안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안 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당선한다고 해도 불안하다. 당선 1~2년 후에 실형을 받아 선거를 다시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계양을은 여러 문제 가운데 교통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원희룡은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에 여권 인사라 이를 해결해 줄 힘이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적어도 이재명보다는 여기 오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계산1동 부평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1) 씨는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국회의원(정태옥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말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 아직 기억난다. 그 발언 이후로 보수정당은 안 뽑고 있다. 주변 인천 사람들 가운데 나와 같은 사람이 꽤 많다"며 "솔직히 이곳이 부자 동네가 아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망하면 가는 곳'이라느니 등 무시하는 발언은 참을 수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집단이 지역에 애정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그래도 서민을 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이곳에도 관심을 기울일 듯싶다"고 말했다.
계양2동 주민 김성훈(38) 씨는 "원희룡이 여권 대권주자라곤 하지만 이재명에 비하면 체급이 낮지 않나"며 "이재명과 붙어서 자신의 몸값을 높여보려는 심산이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스스로도 지역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야 흠이 안 잡힐 거라 생각할 것 같다. 지역에 애정이 딱히 없다 해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이곳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선교 전 의원, 여주·양평 국민의힘 후보 공천 확정
김선교 전 국회의원이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국민의힘 여주·양평 후보로 공천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월 25일 김선교 전 의원과 이태규 의원(비례대표)이 치러온 여주·양평 경선에서 김선교 전 의원을 공천자로 확정, 발표했다.
김선교 전 의원은 "여주·양평 가족 여러분들의 큰 성원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여주·양평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온 열정과 성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승리를 넘어 여주·양평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정이었다"면서 "경선을 치러온 이태규 의원과 경선 예비주자였던 원경희, 박광석, 이만희 예비후보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7일 최재관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장을 단수후보로 공천 발표했다. / YPN 정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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