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도 하이브리드카인데 시동이 안 걸리면 어쩌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메르세데스 벤츠 일부 차량에서 시동 불능 현상이 발생하면서 같은 증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하이브리드카 소유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상 증상이 발생한 모델은 E 350, E 450, CLS 450 가솔린 모델 등으로, 배터리 경고등이 점등되거나 시동이 안 걸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엔진 보조만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문제 차량 모터는 추가 동력 용도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채택
48볼트 배터리·관리 장치 이상 추정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에 전기모터를 추가해 더 많은 힘을 얻는 장치다. 그러나 국내에 다량 보급된 ‘(일반) 하이브리드차량(HEV)’과는 구조가 다르다. 현대차와 도요타 등이 채택하고 있는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업체에 따라 전기모터 개수와 구조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구동력이 강한 전기모터를 엔진과 자동변속기 사이에 장착해 더 큰 힘을 얻는다. 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량(MHEV)에 들어가는 장치는 ‘약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보면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 메이커들이 이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두 장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강력한 전기모터를 사용하느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같은 일반 하이브리드차량은 전기모터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을 만큼 모터의 구동력이 강하다. 또 실제 전기차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E 350이나 BMW 523d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전기모터(스타터 제너레이터·전기모터와 발전기를 겸하는 장치)는 엔진 구동축과 벨트로 연결돼 시동을 걸고 가속 등 힘이 필요할 때 추가 동력을 만들어주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전기모터 출력도 약해 전기차 모드 운행은 불가능하다.
벤츠 등 해외 고급차 브랜드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과 연비는 높일 수 있어서다.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주므로 가속 시 엔진 진동과 소음도 상대적으로 덜한 장점도 있다. 특히 일반 하이브리드카는 구조가 복잡한 데다 전기차 모드로 달릴 때는 절간처럼 조용하다가도 엔진이 돌아가면 소음과 진동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은 차량에 이 시스템이 적용됐는지도 모를 만큼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주행 감성에 차이가 없다.
문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작동시키는 전기 시스템과 48볼트 배터리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일반 차량에 적용되는 12볼트 외에 별도의 48볼트 전압으로 작동, 12볼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류만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전기모터 구동력 등 시스템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8볼트 전원을 관리하는 별도의 시스템과 배터리가 필요한데, 이들 장치에 하자가 생길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집에서 충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현대·도요타 등 일반 하이브리드는
강한 전기모터 사용 단독주행 가능
업계는 최근 발생한 벤츠 E 클래스 차량의 경고등 점등과 시동 불발 원인도 48볼트 배터리 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교체해도 같은 현상이 재발하는 사례가 있어, 배터리 관리 시스템쪽에 하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피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문제 차량에 대해 배터리 교체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포함된 리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하이브리드차량과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량 외에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전기모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40㎞ 안팎으로 길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는 전기차처럼 기름을 넣지 않고 충전만으로도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만큼 배터리 용량이 크고, 전기모터 힘도 일반 하이브리드나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비해 강력하다